[BE.유스] '서울부터 청주까지' 1~3부 다 겪은 韓 올대 출신 최정한, 지도자로 인생 2막... 충북청주 창단 2년만에 전국 최상위권 만들다

임기환 기자 2025. 10. 29. 14:3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스트 일레븐)

아무리 유소년 팀이지만 창단 2년 만에 전국 최상위권에 근접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만화 같은 일을 해낸 인물이 있다. 충북청주 FC(이하 충북청주) U-15(15세 이하)팀 최정한 감독이다. 한일 양국 리그는 물론, 1부부터 하부까지 두루 경험한 '청대(청소년 대표) 출신' 최 감독은 대패가 익숙했던 팀을 불과 2년 만에 '전국구 강자'로 조련시켰다. 최정한과 아이들이 일군 기적이다.

0-14에서 지역대회 무패 우승, 그리고 전국 대회 준우승까지

최정한. 올드 팬이라면 알 만한 이름이다. '쌍용 세대'인 최 감독은 축구 명문 언남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를 나왔다. 대학교 졸업 이후에는 대한민국 K리그가 아닌 일본 J리그를 택했다. 오이타 트리니타로, 1990 FIFA(국제축구연맹)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 라운드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강력한 캐논 슈팅을 선보였던 황보관이 몸담아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알려진 팀이다. 최 감독은 오이타에서만 5년가량 활약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볐던 김보경과 오이타에서 함께 뛰기도 했다.

최 감독은 2014년 FC 서울을 통해 K리그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이후 대구 FC-화성 FC를 거쳐 태국 리그(시암 네이비)를 경험했고 다시 국내로 리턴한 뒤 김해시청을 거쳐 2022년 청주 FC(현 충북청주)에서 현역 커리어를 마쳤다. 그해 플레잉 코치로 활약하다 U-12(12세 이하)팀 감독을 맡았고, 지난해 U-15팀 감독으로 승격했다.

2011년 대한민국 U-23(23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뛰기도 한 엘리트 출신 최 감독에게 충북청주는 기회의 땅이었다. 선수 커리어 말년을 보낼 수 있게끔 해줬고, 은퇴 후 유소년 지도자의 길도 열어줬다. 충북청주의 믿음 속에 최 감독은 유소년 지도자로서 토대를 닦아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남 부럽지 않던 선수 경력과 달리 지도자로서의 출발은 고된 황무지를 개척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K리그2(2부) 창단팀 산하의 유스팀이라 A부터 Z까지 최 감독이 전적으로 일궈 나가야 했다. 2023년 초등부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불과 1년 만에 중등부(U-15) 창단까지 맡게 되었지만, 첫해 성적은 참담하기 그지 없었다. 리그 경기에서 0-5, 0-7, 0-9, 심지어는 0-14까지. 스코어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대패는 일상이자 습관이 됐다. 아이들은 '우리는 지는 팀'이라는 패배 의식에 젖었고, 몇몇은 축구를 그만두기도 했단다. 최 감독은 당시를 "뒤에서 울면서 가르쳤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는 패배감에 무너지지 않았다. '지도자로서의 사명'을 가슴에 아로새기며 자신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자고 다짐했다. 기술·전술·멘탈·피지컬 어느 것 하나도 빠짐없이 가르쳐야 한다는 지도 철학하에 밤새워 영상과 PPT 자료를 제작했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축구를 가르쳤다. 어디서 난 용기였을까. 최 감독의 마음 한편에 있던 "아이들을 이대로 둘 수 없다"라는 다짐이 용틀임했다. 그는 학부모가 입장해 있는 단체 메신저방에 '내년에 팀과 선수들의 평가를 180도 바꿔놓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감독의 굳은 의지에 믿어줄 수밖에 없었고, 훗날 신뢰는 결실로 돌아왔다. 

최 감독은 말로 그치지 않고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며 체력 테스트를 하고, 때로는 형처럼 심리 상담까지 해주며 아이들의 마음을 열었다. 그 결실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창단 1년 만에 전국 초등리그 충청북도권 예선 무패 우승, 소년체전 지역 예선 우승, 중등부 창단 2년 차에는 GROUND.N 유스 챔피언십 U-14 준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결승에서 졌지만 선수들은 이겼다"라며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이들 모두의 마음 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눈물로 시작한 다짐은 지역 유소년 축구 지형을 흔드는 반전을 만들어냈다. 최 감독은 "아직도 우리 팀이 가진 잠재력은 더 크다"라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기면 즐겁고, 더 뛰면 더 잘하고

"이겨야 즐겁고, 즐거워야 열심히 하고, 열심히 하면 잘하고, 잘하면 이긴다." 

최 감독이 아이들에게 반복해 강조하는 철학이다. 그는 "승리가 전부"라는 오해를 경계한다. 어느 하나의 요소에서 출발하든, 노력·즐거움·실력·승리라는 순환고리가 이어질 때 진정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J리그 시절부터 몸에 밴 세밀함과 '태도 교육'을 중등부 훈련에 접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 감독은 "실점하지 않으면 지지 않는다"는 축구 철학 아래, 공격을 강조하는 유소년 지도에 밸런스를 더하기 위해 개인·그룹·팀 단위로 수비 훈련을 강화한다. 심지어는 데이터를 통해 활동량·스프린트 횟수까지 관리한다. 그는 "한 경기에 몇 번 스프린트를 하느냐가 경기를 바꾸는 힘"이라며 웃어 보였다.

최 감독은 미드필더 출신이다. 그러나 최전방 공격수·중앙 수비수·측면 수비수까지 경험한 멀티 플레이어다. 이러한 유틸리티 능력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도자 처지에서는 대단히 큰 자산이다. 최 감독은 "공격수를 해봤기에 공격수가 막히는 지점을 잘 알 수 있다"라고 장점을 설파했다. 공격수 심리를 꿰뚫어 수비 전술을 설명하고, 반대로 수비 시 공격 패턴을 알려주는 입체적 지도가 가능하기에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최 감독은 이런 경험을 휘발성 강한 구술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포지션별 기술·전술 체크리스트를 직접 만들어 코치진과 공유한다. 아이들에게는 개인별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한다. 

사실 될성부를 새싹을 파악하는 최 감독만의 기준도 있다고 한다. 최 감독은 아이들이 워밍업에서 공을 다루는 태도, 압박 동작에서 드러나는 집념, 실수와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을 면밀하게 관찰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민첩성과 인지를 평가하는 것. 최 감독이 유소년 팀을 만들 때 청주와 충청북도에서 좋은 밀알들이 충북청주 U-15에 들어올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최 감독이 직접 편집한 영상·소셜 메신저 피드백·이론 수업은 아이들이 '말뿐인 정신력'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체득하게 만드는 도구다. 그는 "감독과 코치가 때로는 형·삼촌·아빠·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그라운드 안과 밖이 확실한 사람이다. 훈련장 밖에서는 친근함으로 다가가지만, 훈련장 안에서는 '호랑이'로 변신한다. "축구장은 전쟁터"라는 말은 최 감독에게도 통용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디테일이 어우러진 그의 지도 철학은 짧은 시간 안에 충북청주 U-15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 충북청주 U-15는 지역을 넘어 전국구로 향하고 있다.

최정한과 함께 꿈꾸는 충북청주 '유스 맛집'

최 감독은 현재 중등부 감독이자 구단 스카우트, 유소년 디렉터까지 겸임하고 있는 충북청주의 팔방미인이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충북청주의 유소년 시스템을 설계 및 정착시키고 있다. K리그의 대표적 유스 시스템이라고 하면 매탄고등학교로 유명한 수원 삼성과 '스틸타카(스틸러스 + 티키타카)'로 상징되는 포항 스틸러스를 들 수 있다. 이들 팀들은 유소년에서 성인 팀으로 이어지는 나름의 철학적 토대를 갖췄다. 이러한 뼈대를 최 감독도 충북청주 내에서 정착시키기 위해 구단과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최 감독은 "감독이 누구든, 지도자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청주를 위시한 충북도의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외부 유출을 막아 도내 최고 재능들이 충북청주에 모이도록 한다는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최 감독은 "지역의 우수한 자원이 수도권 대형 구단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충북청주의 시스템과 환경, 그리고 가치를 높이겠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청주 U-15는 현재는 합숙 대신 클럽형 운영으로 학부모 부담을 줄이면서도, "우리 팀을 선택한 선수들에게 최적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최 감독에게 지도자로서의 미래를 물었다. 그러자 "내가 어디 가느냐보다, 내가 가르친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하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가 되는 걸 보고 싶다"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성장해 온 선수들이 중등부에 올라오며 달라진 실력을 보여줄 때 "내가 가르친 게 그래도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뿌듯함을 느낀다"라는 최 감독. 지도자가 솔선수범할 때, 아이들도 성장한다. 지난해 전패의 시련을 딛고 일어선 아이들은 올해 스마트폰도 자발적으로 반납하며 축구에만 집중했다. 최 감독은 "아이들이 축구에 대한 진심이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라고 회상했다. 비록 유스 챔피언십 결승전에선 아쉽게 패했지만, 그 이후 훈련에 임하는 아이들의 태도와 눈빛이 달라지는 등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최 감독은 J리그에서 선수들이 축구를 대하는 자세와 태도, 그리고 성실함을 배웠다고 했다. 홍명보 전 대한민국 U-23 국가대표팀 감독에게서는 시스템 운영의 묘를, 최용수 FC 서울 전 감독에게서는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을 배웠다고 했다. 이들의 장점만을 한데 모아 '충북청주 스타일'을 만들려는 최 감독의 구상은 이제 막 궤도에 올랐다. 최 감독은 "아직 미비해 보일 수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새싹들을 좋은 재목으로 키워내겠다"라고 당부했다.

충북청주는 지역 클럽의 한계를 넘어 K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유소년 인큐베이터로 성장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향한 최 감독의 도전은 이제 겨우 첫발을 떼었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인구 85만 충북청주가 '지방 소도시 팀'이라는 한계를 넘어 K리그, 나아가 한국 축구를 빛낼 유소년들을 배출하는 '유스의 산실'로 거듭날 수 있을까? 최 감독의 땀과 충북청주의 지원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면, 아름답고 건강한 결말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충북청주, 연맹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