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노동장관 “노란봉투법, ‘일터의 민주주의’ 구현에 기여할 것”

박태우 기자 2025. 10. 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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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월례 정책조찬 특강 ‘새시대를 여는 아침’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아침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겨레 월례 정책 조잔회 새시대를 여는 아침’에서 이재명 정부 고용노동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재명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으로 ‘일터의 민주주의’를 꼽으며,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재 강화를 중심으로 추진중인 노동안전종합대책에 대해서도 “산재왕국이라는 오명과 문화강국은 양립할 수 없다”며 “고비를 넘기기 위해선 제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29일 아침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겨레 주최 월례 정책 조찬 특강 ‘새시대를 여는 아침’에 강연자로 나와, 이재명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강연은 어느 때보다 고용노동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인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김 장관은 이재명 정부가 내란 사태를 종식시킨 ‘광장의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출범한 만큼, 민주주의를 일터에서 구현하는 것을 고용노동정책의 기본 철학으로 꼽았다. 그는 “정규직이 하나의 신분이 되고 계층의 사다리가 무너졌다. 일터에서 민주공화국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고 있는데, 이를 케이(K) 민주주의라 할 수 있겠나”라며 “하청·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헌법상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일상적 위헌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청 사업주에게 하청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하는 노란봉투법이 일터의 민주주의를 구현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김 장관은 강조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길을 터놓는 것”이라며 “기업별·기업내 임금격차를 완화하고 동반성장할 수 있게 해, 실질적·경제적 민주주의에 일조할 것”이라고 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관련 질문도 잇따랐다. 하청노조와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원청 사업주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이 때문에 원청 사업주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김 장관은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교섭 당사자인지 몰라서 교섭하지 않은 것을 형사처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원청 사업주가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의제에 대해서만 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만큼, “노동위원회에 가칭 사용자성 판단위원회를 두어 신속하게 판단하고, 이를 둘러싼 분쟁이 격화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김 장관은 밝혔다.

기업의 대응 방안도 조언했다. 김 장관은 최근 노동부가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한국서부발전 재하청노동자의 사례를 예로 들며 “원청이 1천만원에 도급하는데 재하청노동자가 받는 돈은 400만원 이하”라며 “단순 노무도급을 하는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청노동자를 직접고용해 인소싱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하청노동자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책임을 지는 원청 기업들이 ‘불법파견’으로 판단될 우려 때문에 하청업체의 안전·보건투자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하청노조가 노동안전에 대해서 원청에 요구하고 그것이 단체교섭의 결과로 나왔다면 불법파견의 징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아침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겨레 월례 정책 조잔회 새시대를 여는 아침’에서 이재명 정부 고용노동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중대재해 근절’ 정책에 관한 김 장관의 설명도 청중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안전종합대책은 중대재해 다발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기업의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등 ‘엄벌주의’를 중심으로 마련돼있다. 이에 따른 기업의 불만도 높은 상황이다. 김 장관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말하는데 철도 현장에서 일하면서 엄벌주의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이오(CEO)를 처벌하니 중대재해의 원인이 숨겨지는 반작용도 있다”면서도 “(중대재해 감축의) 고비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제재는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한 기업에서 연간 3명 이상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지 그걸 적발해서 과징금을 물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며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중소기업에 정부가 집중지원하고, 대기업·중견기업에서 협력하면 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장관은 사업장 안전보건의 유해·위험요인을 노사가 함께 파악하는 위험성평가와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 보장’이 중대재해 근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기업 대표이사라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서는 “내가 관할하고 있는 일터에서 일하는 원·하청노동자에게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든 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공공부문 중대재해 근절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성과를 내기 위해 발주 공사의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대재해를 잉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공기관장과 산업안전 간담회를 조만간 열고 공공부문에서 산재를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건설현장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참석자의 제언도 있었다. 공공기관에서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참석자는 “최저가 입찰제 때문에 인건비가 줄어 청년들이 건설현장을 찾지 않게 되고, 안전보건관리비 집행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에 김 장관은 “건설공사 때 공사기간과 도급비가 적정했는지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도급비에서 임금을 구분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 주최 ‘새시대를 여는 아침’은 매달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주요 정책 책임자를 초청해 소통하는 자리다. 내달 27일 열리는 3회 강연은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맡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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