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위기 때처럼 돈 말랐다”… 제주 역대 최대 4820억원 지방채 발행
곳간이 빈 제주도가 내년에 역대 최대 규모인 4820억원에 달하는 지방채를 발행한다. 한도액을 넘어선 발행 계획대로라면 2026년 제주도 예산 대비 관리채무비율은 단숨에 20%를 웃돌게 된다.
29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도로 토지보상·공사와 중·장기 재정투자사업 추진 등을 위해 지방채 발행한도액(3840억원) 규모를 넘어선 4820억원에 달하는 지방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
제주도가 발행한도액을 넘겨 지방채를 발행했던 적은 2007년~2008년 세계금융위기 여파를 극복하기 위한 2009년도에 단 한차례 뿐이다.
내년에 4820억원이 더해지면 제주도의 지방채는 총 1조6340억원에 이르게 돼 예산대비 관리채무비율이 올해 17.36%에서 20.6%로 치솟는다. 제주도는 2028년까지 지방채무비율을 21% 이내로 관리 목표를 상향할 정도로 적극 재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방채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는 '빚'으로, 결국 상환해야 할 돈이다.
4820억원은 세부적으로 ▲지역개발채권 320억 ▲중·장기 투자계획에 따른 재정투자사업 2206억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토지보상 723억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공사비 571억 ▲상하수도 사업 1000억원으로 배정됐다.

제주도는 29일 열린 제442회 임시회 행정자치위원회 2차 회의에서 지방채 발행 필요성을 역설했다. 행정에서 빚을 내지 않으면 일반 도민들의 빚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적극 재정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제주도지사가 제출한 '2026년도 지방채 발행한도액 초과 발행계획안' 등 무려 50개에 달하는 안건 심사를 맡은 행자위는 이날 지방채 발행 계획에 대해 따져 물었다.
하성용 의원(더불어민주당, 안덕면)은 "재정 상황을 보면 지방세 세입과 함께 국비도 들어올만한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재정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얘기인데, 최악의 상황도 검토해 지방채 발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상수 의원(국민의힘, 정방·중앙·천지·서홍동)은 "지방채 발행은 지방재정 운용에도 영향을 준다. 단순하게 발행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저렴한 이자율로 지방채를 발행할지, 상환은 어떻게 할지, 앞으로의 재정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세심한 접근을 주문했다.
김경미 의원(민주당, 삼양·봉개동)도 "세수 확보 방안부터 재정 절감까지 총망라하는 지방재정 운용 계획이 필요하다. 새로운 세수 확보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단기 계획에 그칠 것이 아니라 중장기 계획도 철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양기철 기획조정실장은 "새로운 세수확보 방안도 검토중이다. 개별소비세가 국비로 분류되는데, 지방세로 전환해달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에서 달라지는 점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창권 의원(민주당, 외도·이호·도두동)은 "우리나라는 지독한 중앙집권 국가라고 생각한다. 지방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의원들은) 공감하지만, 일반 도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일반 도민들에게 어떻게 동의를 얻을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양기철 실장은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역설했다. 양 실장은 "일선 현장 모두가 힘들다고 말하는 시점으로, 민간 부분만으로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수 없어 공공부문에서 적극 재정을 펼쳐야만 한다. 일선에 돈이 말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설업이 현장에 돈을 돌게 하는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단기적으로 빠르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발행 예정 지방채 대부분을 공공시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방채 거의 전액이 건설업에 투자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이남근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지방채 발행은 결국 마이너스(-) 통장과 같다. 역대 최대 규모 발행에 대해 도민들의 판단도 엇갈릴 것이고, 다음 도정에 부담을 주게 된다"며 "4820억원에 달하는 지방채를 발행할만큼 어려운 부분은 이해하지만, 불필요한 오해의 요소를 차단해야 한다"고 도민 설득 노력을 주문했다.
이경심 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은 "지방채의 상당액이 장기미집행도로에 투자된다. 2027년이 기한이고 10년 이상 미집행된 사업이란 얘기인데, 이제까지 뭘 했느냐. 재정 상황이 좋았을 때, 덜 어려웠을 때 미리 진행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호형 위원장(민주당, 일도2동)은 "도정의 곳간이 비었는데, 도민들이 불안감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앞으로 세수가 줄어드는데도 147개 사업에 4820억원에 달하는 지방채를 편성했다. 행정에서 직접 할 일을 공기관 등에 위탁을 주는 형태만 줄여도 수백억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며 비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질타했다.
양 실장은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서 어느 부분에 투자하는 것이 도민에게 도움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공공시설에 대한 건설 투자를 우선순위에 둔다는 판단 아래 지방채 발행 요건에 맞췄다. 지역경제에 도움되고, 도민 일상에 도움되길 바라면서 지방채 발행 계획을 짰다"며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행자위는 정회한 뒤 오후에 안건 심사를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