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큰어른' 서거에 검은 옷 동난 태국… "옷 가격 점검"
태국 정부, 1년간 애도 기간 선포
일반인도 90일간 무채색 옷 권고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국왕의 어머니이자 왕실 ‘큰 어른’으로 불려온 시리낏 왕대비 별세 이후 검은 옷을 찾는 시민들이 몰리며 태국 전역이 검은 물결로 뒤덮였다. 급등한 수요에 정부는 의류 가격 단속에 나섰다.
29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전 국왕의 부인인 시리낏 왕대비가 지난 25일 93세로 별세한 뒤 태국은 추모 정국에 들어갔다. 정부는 1년간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30일 동안 정부 청사와 학교 등에 조기(弔旗)를 게양하기로 했다.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는 당초 예정됐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일정도 취소했다. 정부는 모든 공무원에게 1년간 애도 복장을 착용하도록 지시하고, 국민에게는 90일 동안 검은색이나 무채색 등 차분한 색상의 옷을 입을 것을 권고했다.
애도 분위기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했다. 방송사와 신문사는 홈페이지를 흑백으로 전환했고, 각종 축제와 공연도 축소됐다. 시민들이 애도 의상 구입에 나서면서 검정 셔츠와 드레스, 블라우스 등의 판매량이 폭증했다. 현지에서는 ‘나라에 검은 천이 동났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방콕 의류 도매업체 직원 눈타눈 콩디는 블룸버그통신에 “평소 하루 200~300벌 팔리던 옷이 왕대비 서거 이후 1만 벌 넘게 팔리고 있다”며 “잠잘 틈도 없이 포장과 배송을 반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리람주(州) 의류 매장 대표는 “공장에도 검정 셔츠 재고가 없어 새 주문을 넣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평소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태국에서는 어두운 계통의 옷을 즐겨 입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적 애도 분위기 속에 ‘검은 옷 특수’가 이어지는 셈이다.
수요가 급증하자 정부는 단속에 나섰다. 아누틴 총리는 상무부에 “전국 온·오프라인 매장의 검정 의류 가격과 생산 원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라”고 지시했다. 2016년 푸미폰 국왕 서거 당시 물량 부족을 이유로 평소 시장에서 100밧(약 4,400원) 안팎이던 검은 옷 가격이 두 배 이상 뛰며 ‘폭리’ 논란이 일었던 만큼, 이번에는 초기부터 시장 교란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가격표를 붙이지 않는 매장에는 최대 1만 밧(약 44만2,000원) 벌금을 부과하고, 사재기 적발 시 최대 5년형 또는 벌금 10만 밧(약 442만 원)에 처한다고 밝혔다. 부당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경우 최대 징역 7년 또는 14만 밧(약 619만 원)의 벌금형까지 가능하다.
관광객에 대한 별도 복장 지침은 없다. 다만 태국관광청은 “사원, 왕실 유적지, 정부 청사를 방문할 때 예의 바른 복장과 행동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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