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 슈퍼위크에 ‘미사일 위협’… 트럼프·김정은 회담 ‘문’ 닫히나

■ 트럼프 “머잖아 북한과 대화”
북한, 함대지 순항미사일 도발
김정은 참관 않고 대내 미보도
전문가 “핵 노선 견지 메시지”
미국·북한 기싸움 확대되는 양상
트럼프 “초점은 중국과의 회담”

트럼프 방한일에… 北 “어제 미사일 발사” : 북한 미사일총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둔 28일 서해 해상에서 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차례 만남 제안에도 북한은 28일 ‘미사일 발사’로 대응하면서 기싸움을 이어갔다. 같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주일 미군기지를 방문 중이었는데 북한이 이에 대한 핵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어느 시점에 그를 만날 것”이라고 밝혀 이번 방한을 계기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을 내비쳤다.

2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서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통신은 “함상 발사용으로 개량된 순항미사일들은 수직발사돼 서해 해상 상공의 설정된 궤도를 따라 7800여s(초)간 비행하여 표적을 소멸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시험발사한 미사일이 이달 초 평양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에서 공개된 화살 계열 순항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 군사전문기자 출신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오늘 공개한 순항미사일은 지대지를 함대지로 개량한 화살계열 순항미사일로 지난 4일 국방발전-2025에서 공개한 순항미사일과 동형으로 추정된다”며 “지난 1월에 공개한 것과 같이 지상 수직발사관에서 콜드론치 방식으로 발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최현급 구축함에서 탑재 시험발사도 이어서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모르겠다. 그(김 위원장)는 수십 년간 미사일을 발사해왔고 또 다른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답했다. 이번 순방 기간에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난 그들(북한)이 원한다고 생각하고 나도 원한다. 하지만 난 중국에도 집중하고 싶다. 이제 우리의 초점은 내일 중국(미·중 정상회담)이며 난 그게 초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돌아올 것이며 어느 시점에,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북한과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30일까지인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 김 위원장과 만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도 미·북 간 전격 회동 가능성은 한층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대화 제의에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핵무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APEC 정상회의 등 정세 변화와 무관하게 핵무력 강화 노선을 견지하겠다는 메시지”라며 “양국 회동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차례 무력도발 과정에 김 위원장이 직접 참관을 하지 않고, 이를 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하지 않은 점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주민들에게 어떤 상황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상황을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29일 북한으로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인 29~30일 내 북한에 있는 것으로, 관련한 북측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최 외무상은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제3회 유라시아 안보국제회의 연설을 통해 “우리는 핵 충돌 위협과 한반도 안보 위협에 직면했다”며 “미국은 ‘미친’ 군 잠재력 확장이 안보에 기여한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론 긴장만 고조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