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아의 금쏭달쏭]은행 창구에서 가입하는 보험…‘방카슈랑스’의 정체는?

유진아 2025. 10. 2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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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생성한 이미지. [챗GPT]


“적금처럼 넣으시면 됩니다.”

직장인 김씨(34세)는 은행 창구에서 이런 설명을 듣고 월 10만원씩 5년 만기 저축성 보험상품에 가입했다. 원금 손실이 없다는 직원의 말에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중도 해지를 문의하자 “원금의 40만 원 정도가 손실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자가 붙는 예금이 아니라 보험상품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가입한 상품은 바로 ‘방카슈랑스’였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하락으로 이자 수익이 줄자 보험 판매 등 비이자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와 경기 둔화로 ‘이자 장사’ 여건이 악화되면서, 방카슈랑스를 비롯한 비이자 수익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활발해진 것이다.

실제로 ‘예금보다 이율이 높고 비과세 혜택도 있다’는 설명에 고객들의 관심도 커졌다. 하지만 문제는 김씨처럼 일부 소비자들이 방카슈랑스를 예금성 상품으로 오인해 가입했다가 원금 손실을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방카슈랑스(Bancassurance)는 프랑스어 ‘은행’(Banque)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다. 은행이 보험사의 상품을 대신 판매하거나, 양 기관이 제휴해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를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넓은 의미로는 은행과 보험사의 제휴·협력 관계를 뜻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생명보험의 60% 이상이 방카슈랑스 형태로 판매될 만큼 보편화돼 있으며, 국내에서도 저축성 보험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보험사가 각각의 이점을 결합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은행은 이미 확보한 점포망과 고객 기반을 활용해 보험상품을 대신 판매하고 수수료를 얻는다. 보험사는 영업 인력을 직접 운용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판매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곳에서 예금, 대출, 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동시에 상담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고, 별도의 설계사 수수료가 붙지 않아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최근 은행 앱이나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방카슈랑스 상품을 손쉽게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가입이 늘고 있다.

하지만 방카슈랑스는 어디까지나 ‘보험’이다. 예금처럼 일정 기간 자금을 넣어두면 이자가 붙는 상품이 아니며, 중도 해지 시 원금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보험상품은 계약 초기에 사업비와 수수료가 빠지기 때문에 납입 후 일정 기간 안에 해지하면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단기 자금 운용 목적이라면 적합하지 않으며, 장기 납입과 유지가 가능한 여유 자금으로 접근해야 한다.

금리 변동형 상품의 경우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해지환급금도 줄어들 수 있다. 은행 창구에서 상품 구조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예금처럼 안전하다’는 식으로 안내하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해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방카슈랑스 관련 민원 상당수가 ‘예금인 줄 알고 가입했다’는 소비자의 착오에서 비롯된다. 특히 비대면 채널 확대로 화면상에 표시된 금리나 환급률만 보고 보험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저축성 보험은 보험료 중 일부가 위험보험료나 사업비로 빠지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자를 기대하기 어렵고,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카슈랑스는 여전히 은행과 소비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예금보다 높은 금리와 세제 혜택을 내세운 다양한 상품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달러 표시 저축보험이나 금리연동형 상품 등 이색 방카슈랑스가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미국 국채나 외화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달러 저축보험은 기본이율이 연 4~5% 수준으로 국내 정기예금 금리보다 2%포인트 이상 높고,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최대 1억원까지 이자소득세가 면제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하락으로 예대마진이 줄어든 상황에서 방카슈랑스는 은행 입장에서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예금 외 자금 운용 대안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상품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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