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의 스릴러 vs 송지효의 오컬트
‘하얀 차…’ 정려원
감독과 ‘검사외전’ 촬영 인연
TV단막극 제작하려다 영화화
“폭발적인 감정으로 연기했죠”
‘구원자’ 송지효
교통사고로 시력잃어가는 연기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로 변해가
“주인공의 예민함·상실감 이해”

여성 주연을 앞세운 색깔 짙은 장르물이 연달아 개봉한다. 29일 개봉하는 정려원·이정은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하얀 차를 탄 여자’(감독 고혜진), 그리고 내달 5일 송지효와 김히어라가 맞서는 미스터리 오컬트 ‘구원자’(감독 신준)다. 두 작품은 오랜만에 여배우 원톱에, 흥미진진한 장르물로 모처럼 영화팬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정려원의 파리한 얼굴보다 먼저 그녀의 맨발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피와 흙먼지가 말라붙어있는 앙상한 발이 반파된 차의 운전석에서 삐죽 나올 때, 극 전체를 휘감는 스산함과 조우한다. 정려원이 연기한 유도경은 극의 제목이기도 한 소설 ‘하얀 차를 탄 여자’ 등을 출간한 인기 소설가다. 열 권 가까이 책을 내면서 도경의 계좌에는 현금으로 십수억 원이 잠자고 있다.

그런 그녀가 ‘언니’라고 부르는 피투성이 여성과 시골의 한 병원에 도착해 범상치 않은 지역 경찰 현주(이정은)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펼쳐진다. 현주 앞에서 도경은 순진무구한 피해자로도, 완전범죄를 계획한 통제광으로도, 사방으로 열린 가능성을 보이는 입체적 인물로도 보인다.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려원은 먼저 고혜진 감독과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검사외전’을 촬영할 때의 현장은 신기할 정도로 너무 매끄럽게 흘러갔는데 당시 조연출이었던 고 감독의 역량 덕분이었어요. 저보다 아홉 살이나 어리지만 배울 것도 많고 능력이 정말 뛰어난 친구라고 생각했기에 감독 데뷔작을 꼭 함께하고 싶다고 약속했었죠.”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원래 고 감독이 2022년 추석을 앞두고 2부짜리 TV 단막극으로 편성을 받아놓았던 작품이다. 촬영까지 14회차 만에 끝냈는데 어느 날 영화제작사에서 영화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더니, 그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받고 상까지 탔다.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집안일을 하면서 보잖아요. 시청자를 집중시키기 위해 엄청 폭발적인 감정으로 연기했어요. 그런데 영화로 후편집되면서 감정의 결이 조금 단정하게 정리가 되어서 나왔답니다.”

마찬가지로 ‘구원자’도 시작부터‘오컬트’ 장르임을 확실히 한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는 주인공 선희(송지효) 자신과 아들의 요양을 위해 이사온 오복리 저택에서의 첫날밤, 까마귀가 선희-영범(김병철)부부의 집에 날아들어오더니 식탁 위 접시에 별안간 고개를 처박고 죽어버린다.
시골길에서 차 앞으로 갑자기 뛰어드는 것은 비단 고라니뿐만이 아니다. 온몸이 곪아 진물 투성이인 수상한 노인이 영범이 운전하는 차 앞으로 뛰어든다. 서울에서 잘나가는 의사였던 영범은 노인을 집으로 데려가 치료한다. 그 보답일까, 그날 밤 선희의 아들이 기적처럼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누군가 기적을 입으면 어느 누군가는 저주를 입는다는 비밀이 점차 드러난다.
송지효가 연기한 선희는 점차 인격이 변화하는 인물이다. 사고 이전에는 세련되고 여유가 넘쳤다면 시력을 잃어가면서 고집스럽고 답답한 성격을 보인다. 두꺼운 돋보기 안경에 질끈 동여맨 머리카락은 그녀의 변화를 대변한다.
농구 유망주였다가 다리에 영구적 장애를 입은 중학생 아들이 보이는 공격성에도 따끔히 훈계하지 못하는데, 다만 현실의 송지효여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엄마로서 그 아이를 다그치거나 바로잡아야 하는 게 힘들어요. 불쌍해서 모질게 못해요. 무엇보다 선희도 시력을 잃어가는 중이라 누구보다 그 예민함과 상실감을 이해하는 중이거든요.”
아들이 기적을 입은 후에는 또 한번 변한다. 노인의 손이 닿는 것조차 꺼렸던 선희는 “어르신, 드시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말씀하세요”라며 입안의 혀처럼 아부한다. 그리고 자신의 시력도 기적을 입을 수 있을까, 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힌 탐욕스러운 인물로 변해간다.
“선희의 180도 바뀐 행동이 밉게 보이신다고요? 그 노인이 아들 다리를 낫게 해주고 제 눈도 돌려줄 수 있는데 당연한 거죠. 인생은 ‘기회주의자’처럼 살아야 합니다.(웃음)”
이민경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인 안 받는다” 서울숲 카페에 구청장이 한 말
- [속보]최민희 “다시 노무현정신으로 무장할 때…깨시민!” 여권 내부 비판에 반발 해석
- “한 달 얼마 벌어요?” 직장인 4명 중 1명 월400이상 번다
- 조갑제 “美 3500억달러 떼먹히면 어쩌나…보수가 비판하는게 국익”
- ‘온천 터진줄…’ 도로 위 뜨거운 물 콸콸 솟구친 안양, 무슨 일?
- [속보]15년 만에 누명 벗었다…‘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재심서 무죄
- 주진우 “부동산 일타강사들”이라며 공개한 사진 한 장
- 이준석 측 “최민희 보좌진이 축의금 돌려줬다”
- ‘축의금 논란’ 최민희 “노무현 정신” 강조에 盧 사위가 한 ‘이 말’
- “내가 교사까지 한 사람인데 무시하냐” 키오스크 설명에 발끈한 ‘고령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