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건강한 ‘자두’ 간식으로 사시사철 달콤새큼
자두 저온가공 조리기 개발해
떡·커피·청·스파클링 만들어
김천 자두 연 20t 소비 역할
지역 기부·일자리 창출도 힘써

윤기 나는 빨간 껍질에 달콤새큼한 과육. 여름 과일 자두다. 추워지니 만날 수 없는 이 맛과 향을 사계절 내내 즐길 순 없을까. 경북 김천에서 자두로 식음료를 만드는 기업 ‘오야오얏’의 원지희 대표(44)에겐 해답이 있다.
“이 떡 이름은 ‘철없는 자두떡’이에요. 사시사철 자두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죠.”

빨갛고 동그란 떡을 한입 베어 물자 샛노란 소가 나온다. 과육이 콕콕 박혀 식감을 더한다. 무더운 여름에 입안에 퍼지던 상큼한 향이 절로 떠오르는 맛이다. 자두와 똑 닮은 떡엔 다양한 품종의 자두가 들어간다. ‘대석’ ‘포모사’ ‘추희’ ‘피자두’를 주로 쓰는데, 그중 겉과 속이 모두 붉은 ‘피자두’가 색을 담당한다. ‘대석’은 풋풋한 향기를, ‘포모사’는 달콤한 맛을, ‘추희’는 아삭하게 씹히는 느낌을 낸다. 원 대표는 어쩌다 이렇게 자두에 빠지게 된 걸까.
경북 구미에서 나고 자란 그는 남편의 직장이 있는 김천으로 이사왔다. 당시엔 지역특산물이 자두인 것도 몰랐다. 우연히 자두가 여성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갱년기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관심이 생겼다. 떡 공방을 운영하던 참에 자두로 건강도 챙기고 맛도 잡아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2021년 자두떡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오야오얏을 차렸다. 이름은 자두를 뜻하는 ‘오얏’과 경상도 방언인 ‘오야(오냐)’를 합해 지었다. “오야오야, 우리 지희 잘 지내냐”고 따뜻이 묻던 할머니의 인사처럼 잊을 수 없는 간식을 나누고 싶었단다.
“신맛이 나는 떡은 흔치 않잖아요. 그 새콤함이 궁금해 전국에서 찾아와요. 어떤 손님은 느끼하지 않으면서 든든해 해장할 때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입소문이 난 떡이지만, 만드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엔 잼을 만들듯 자두를 끓였다. 먹어보니 풋풋한 향은 사라지고 달고 신 맛만 남았다. 익히지 않고 조리할 방법을 찾아 헤맸다. 원 대표는 “우리 집 가전제품이 고생을 많이 했다”며 “보온 기능이 있는 밥솥도 분해해보고, 전자레인지와 믹서도 나사를 푼 다음 서로 합쳐보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노력 끝에 저온에서 자두를 가공하는 조리기를 개발했고 특허도 냈다.

떡 외에 오얏커피·자두청·오얏스파클링도 만든다. 그중 오얏커피는 자두 껍질이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은은한 자두향이 쌉쌀한 커피와 잘 어울린다. 두 재료의 만남은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신맛이 강한 자두 껍질은 떡이나 청·음료에 넣기 어려워 버려지는 일이 많았다. 삶거나 쪄봤지만 질긴 식감에 먹기 불편했다.
고민하던 원 대표는 불현듯 제주에서 마셔본 ‘귤 커피’를 떠올렸다. 말린 자두 껍질을 구운 다음 원두와 함께 로스팅해보니 차를 마시는 듯 향긋했다. 반응도 좋았다. 새콤한 향이 산미처럼 느껴져서다.
“상품 개발부터 제조까지 일년 동안 자두를 20t 정도 씁니다. 지역 소농과 협약을 맺고 직매입도 하죠.”
오야오얏에서 쓰는 자두 중엔 ‘못난이’도 있다. 못난이는 맛·향·품질은 좋지만 울퉁불퉁하거나 흠이 나 못 파는 과일이다. 처음 지역농가를 찾은 원 대표가 못난이를 사겠다고 말하자 한 농부는 “아들딸만큼 효도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며 기뻐했단다. 지금은 소농 5곳과 계약을 맺고 전량을 사들인다. 부족한 물량은 되도록 김천에 있는 농가에서 구매한다. 원 대표는 “요즘엔 못난이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 여러 기업에서 사 간다”며 “저는 가격이 올라 아쉽지만 농가와 환경엔 좋은 일”이라며 웃었다.
지역과의 상생에도 다방면으로 힘쓴다. 오야오얏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꾸준히 기부해왔고, 올해엔 김천장애인회관을 찾아 자두주스를 나눴다. 고용에서도 김천을 포함한 경북 주민과 함께한다. 한부모가정의 가장 같은 취약계층도 채용하는데 직원 7명 중 5명에 달한다. 로컬푸드를 활용하는 선배로서 컨설팅도 무료로 진행한다. 농촌의 자립과 성장을 위한 ‘신활력플러스’ 사업에 참여해 청년농 등에게 직접 겪은 고충부터 조언까지 아끼지 않고 전한다. 2023년엔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경북신용보증재단 표창을 받고, ‘2023 대한민국 관광공모전’에서 전국 30대 기념품으로 선정돼 김천 자두를 알렸다.
“앞으론 자두 복합문화공간을 꾸리고 싶어요.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자두떡을 만든 것처럼 자두가 볼거리·놀거리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철들지 않고 계속 꿈을 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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