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제재 해제’ 거론, 韓 안보가 노벨상 제물 되나

오늘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나면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에게는 (대북) 제재가 있다”며 “아마 이보다 큰 것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북 제재 문제를 김정은에 대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앞서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북한은 핵 보유 세력(nuclear power)” “김정은이 원한다면 그쪽(북한)으로 갈 수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원한다는 노벨 평화상을 위해 제재 해제까지 맞바꿀 용의를 내비친 것이다.
김정은이 2018년 ‘비핵화 쇼’를 하며 미·북, 남북 대화에 나온 것은 제재 고통 때문이다. 2016년 핵·ICBM 폭주를 하자 유엔 안보리는 북 수출품 1~3위에 해당하는 석탄·섬유·수산물 거래를 막았고 ‘달러 박스’인 해외 노동력 송출도 차단했다. 북에 유입되는 석유류도 제한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찬성표를 던졌다. 그 결과 북의 대중 수출은 90% 가까이 감소했다. 최근 중·러가 북에 ‘뒷문’을 열어주고 있지만 은행의 달러 거래가 불가능해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한다. 북은 금융 제재를 두고 “피가 마른다”고 했었다.
2019년 트럼프를 만나 고철 수준인 영변 핵 시설을 포기할 테니 핵심 제재를 전부 풀어달라고 했다. 트럼프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북은 영변 범위 내에서 폐기 대상을 최대한 확대할 수 있다는 식으로 미국에 매달렸다. 그만큼 제재 해제가 다급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제재로 경제가 파탄 나 자신이 망할 수도 있는 벼랑 끝에 몰려야지만 핵 폭주를 멈출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안보리 제재를 풀려면 상임이사국 동의가 필요하다. 중·러는 북한 편이고 제재 해제에 신중하던 트럼프 입장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통일부 장관은 북한 핵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제재 완화를 주장했다. 지난 1월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나고 싶다며 ‘핵 세력’이라고 했을 때 민주당은 이런 입장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반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유엔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안보리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재는 북핵을 저지할 마지막 남은 지렛대다. 그걸 지키기 위해 프랑스, 영국의 안보리 거부권에 기대야 하는 아찔한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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