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유나 다름없는 해외 국감,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28일 외교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를 끝으로 올해 국정감사 일정을 마쳤다. 지난 13일 국감 시작 후 외통위원들이 국내에 머문 날은 4~5일에 불과하다. 아주반 8명은 10일간 중국과 일본, 필리핀, 캄보디아를, 미주반 6명은 11일간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캐나다, 페루를, 구주반 6명은 10일간 네덜란드와 스위스, 모로코, 튀르키예 등을 찾았다. 위원 21명 중 20명이 참여했다. 보좌관 명의 주식 거래 의혹으로 출국 금지를 당한 이춘석 의원만 불참했다.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여성가족부 장관에서 낙마한 강선우 의원도 미주반에 합류했다.
재외 공관 국감은 해마다 4억~5억원이 든다. 의원들은 주로 비즈니스석을 타고 고급 호텔에 묵는다. 국회 직원이 반별로 3명씩 동행한다. 재외 공관에는 비상이 걸린다. 대사관은 물론 현지 한국문화원 직원 등이 총동원돼 의원들을 접대한다.
감사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지역별로 보통 3~4개, 많게는 6~7개 공관을 한꺼번에 모아서 감사하는데, 평균 소요 시간은 2~3시간이라고 한다. 주미 대사관이 가장 긴데, 점심시간 포함해 6시간 정도다. 현지 시찰 명목으로 관광에 가까운 일정도 포함된다. 수박 겉 핥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질의도 황당한 경우가 많다. 대사에게 “주량이 얼마나 되느냐” “비서 월급은 얼마나 주느냐”고 묻는 의원도 있었다. 어떤 의원은 해외 국감을 앞두고 외교관인 딸에게 “혹시 가까운 직원들 있으면 알려주라. 내가 가서 도와줄 예정”이라는 문자를 보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의원들은 해마다 출장 지역을 바꾼다. 지난해 미주반에 속했던 의원들이 올해는 구주반, 내년엔 아주반에 가는 식이다. 외통위원 3년이면 세계 일주를 하는 셈이다. 국감이 아니라 외유나 다름없다.
매년 정기적으로 국감을 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세금만 낭비하고 실효성은 없는 해외 국감부터 폐지했으면 한다. 꼭 필요한 현안이 있으면 화상회의로 하면 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재외 공관 국감을 화상으로 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해마다 국감을 빙자해 떼 지어 해외로 나가는 일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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