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건 처벌했으니 50건 불송치” 경찰 포괄일죄 적용 논란
수원 소재 변리사 사무실 상담직원
4년전 수임 빼돌려 수천만원 이득
작년 1건 고소, 벌금형 약식 판결
뒤늦게 수십건 인지… 다시 고소
영통署 “이전 사건 동일효력 적용”
피해자 반발… 검찰, 보완 검토중

“피의자가 4천100여만원을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포괄일죄의 관계 등으로 불송치를 결정한다.”
올해 3월 변리사인 A씨는 수원 소재 자신의 특허사무소에서 일한 B씨를 업무상 배임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인 A씨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10월까지 특허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총 27건의 고객 의뢰 사건을 빼돌렸다.
고객상담 직원인 B씨는 미리 설립한 차명 회사로 접수된 의뢰를 돌렸고, 실제 변리사가 없어 사건을 수임할 수 없는 해당 회사는 또다른 3개의 특허사무소에 외주를 맡기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6개월간 그가 사건 수임을 빼돌려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금액은 2천872만원 정도다.
이후 퇴직한 B씨는 2021년 11월 본인 명의로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문제는 A씨의 사무소에서 일하며 알게 된 고객들의 휴대전화 연락처와 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빼돌리고 외주를 맡겨 사건을 처리한 수법으로 2022년 6월까지 23건을 수임해 1천만원 정도를 챙겼다. 그 과정에서 A씨의 사무소 내 재직 중인 다른 직원 C씨와 공모해 200만원 가까운 의뢰를 빼돌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같은 범행들은 모두 A씨 모르게 진행됐다.
그러나 고소장 접수 후 올해 5월부터 수사를 진행한 수원영통경찰서는 지난 2일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이전에 B씨를 고소해 이미 약식명령 판결이 내려진 사건이 있어 ‘기판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해당 사건들이 당시 판결에 적용된 업무상 배임죄와 동일한 범행 등으로 ‘포괄일죄’에 해당해 다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판력은 확정된 판결의 내용을 다시 다툴 수 없는 효력이며 포괄일죄는 동일 수법, 시기 등에 있는 여러 범죄적 행동을 포괄적으로 보고 하나의 죄로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A씨는 176만원의 수임 1건을 2021년 8월 B씨가 빼돌렸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B씨를 고소해 지난해 12월 수원지법에서 3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지난해 고소할 당시 그는 올해 추가 고소한 50여건의 사건을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씨는 경찰이 법리를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1건의 사건에 대해 내려진 판결의 효력을 이후 고소한 50여건의 사건 전체로 확대해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A씨는 “약식기소 1건의 업무상 배임 기판력을 50여건 사건 전체로 적용해 혐의가 확실한 사건을 모두 불송치한 건 법리 왜곡”이라며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하고 최초 고소 사건과 피해액도 10배 이상 차이나는 등 판결 내용과 별개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0일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했고, 현재 수원지검에서 담당 검사가 배정돼 보완수사 여부 등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이미 고소해 판결된 사건 이전의 사건들까지 동일한 효력을 받는 포괄일죄 적용이 법리 검토상 불가피했다”며 “이번 사건에 포함된 변호사법 위반의 경우 앞선 판결에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이 작용해 기판력이 있다고 봤다. 다만,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등이 생기면 다시 한번 정확한 법리 검토 등을 하겠다”고 말했다.
/고건 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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