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우표의 운명

강희 2025. 10. 2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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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우표는 ‘1센트 마젠타’ 우표다. 지난 2021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830만달러(115억원)에 낙찰됐다. ‘1센트 마젠타’는 1856년 영국령 기아나(현 가이아나)에서 발행된 신문용 임시우표다. 폭풍 때문에 영국에서 우표공급이 끊기자 우체국장이 소량 발행했다. 1878년 우표수집가 필립 폰 페라리 백작이 150파운드(약 200달러)에 사들였던 ‘1센트 마젠타’ 우표는 몸값이 4만배 이상 뛰었다. 네 귀가 잘려 8각형이 돼버린 임시우표는 ‘우표계의 모나리자’로 칭송받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는 고종 21년 1884년 11월 발행된 ‘문위우표(文位郵票)’다. 문은 ‘한 푼 줍쇼’의 그 푼이다. 당시 인천 제물포와 한성 오가는 우편물에 통용됐지만 20일 만에 절판됐다. 갑신정변의 실패로 우정총국이 그해 12월 폐지된 탓이다. 1905년 일본이 통신권을 강탈해 40년간 발행이 중단됐다. 광복 후 1948년 체신부가 설치됐다. 우표는 대통령 취임, 국가 행사와 스포츠 경기, 독도와 문화유산 등 다양한 이슈를 기록했다. 유엔군 6·25 참전(1951), 88서울올림픽(1988), 한일 월드컵(2002), 평창 동계올림픽(2018년), 남북정상회담(2000년) 등을 담아냈다. 오는 31일 개막하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념우표도 48만장 발행됐다. 다보탑과 석가탑, APEC 엠블럼으로 형상화했다.

‘가장 작은 역사책’ 우표의 운명이 위태롭다. 디지털 통신기술의 발달은 우편의 타격으로 이어졌다. 우편 접수물량은 2014년 42억통에서 2020년 31억통, 2023년 26억통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우편물을 보낼 때도 우표가 아닌 요금별납이나 선납라벨로 대체됐다. 우편물 발송 결제수단도 카드·현금이 94%를 차지한다. 100명 중 5명만 우표를 사서 붙인다. 우정사업본부가 제출한 국감자료를 보면, 2020~2025년 쌓여있는 우표 재고만 무려 2천800만장이다. 홀대받는 우표의 현실이 안타깝다.

우표도 특별한 변신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2000년 한국 멸종위기 꽃향기 우표를 출시한 경험이 있다. 부탄 레코드 우표, 프랑스 바게트향 우표, 브라질 커피향 우표처럼 문화적 상징을 위트 있게 표현하는 것도 해법이 될 테다. K팝 우표, 한지 우표, 한식 우표 등 우표 안에 K-정체성을 담아 보자. 추억의 우표 수집이 트렌드로 떠오를지 모를 일이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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