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펼쳐지는 '정상외교 슈퍼위크'... 관세전쟁·한반도 안보 향배 달렸다
미중 회담 외 한미, 한중, 한일 등 연쇄 회담
미중, APEC '경주선언' 도출에도 영향 커
트럼프 러브콜에 북미 '깜짝 회동' 여부 관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전 세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각각 국빈 자격으로 한국을 찾아 오는 30일 6년 만에 미중 정상회담을 갖기 때문이다.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국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에 따라 또 한 번 글로벌 경제질서가 출렁일 수 있다. 의장국 정상인 이재명 대통령도 미국(29일), 일본(30일), 중국(11월 1일) 정상 등과 연쇄 양자회담을 갖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대화 제스처를 보내면서 '2019년 판문점 회담' 같은 깜짝 이벤트에 대한 기대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28일 오후 APEC 의장 자격으로 경주에 도착해 양자·다자외교전에 만전을 기하면서 손님 맞이 준비에 나섰다. 21개 APEC 회원 대표들은 본회의(31일)에 앞서 29일부터 속속 한국 땅을 밟는다. 일본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시 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각각 30일 방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첫 방한이고, 시 주석 역시 11년 만의 방한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9일 만에 한국을 찾는 셈이다.
이밖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APEC 21개 회원국 대표들이 경주로 집결한다. 대체로 정상들이 참석하지만 일부 회원국은 정상을 대신한 인사가 한국을 찾는다. 러시아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신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국제문제 부총리가 참석한다.

미중 정상회담 APEC 성패 가늠 전망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알리는 첫 일정은 29일 한미 정상회담이다. 3,500억 달러(약 502조 원) 규모의 대미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관세 협상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후 30일 미중 정상회담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미중 정상회담에선 △대두 무역 △희토류 통제 △틱톡 매각 △관세 △우크라이나 평화안(러시아 문제) 등이 폭넓게 논의될 예정이다. 최근까지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미국은 '100% 추가 관세'를 앞세워 샅바싸움을 벌였지만, APEC을 앞두고 상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중단하고 합의를 모색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은 향후 글로벌 경제질서의 향배와 APEC 정상회의 공동성명 도출을 가늠하는 좌표가 될 전망이다. 31일 시작하는 APEC 본회의에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을 주제로 자유무역과 혁신,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이 논의된다. 의장국인 한국은 자유무역 질서를 명문화한 '경주선언'을 조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를 국제무대에 알리며 외교적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로 여기고 있다. 만약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를 이루면 경주선언 채택이 무난할 전망이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이 빈손에 그친다면 경주선언이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은 30일 강경 보수인 다카이치 일본 총리와 상견례를 겸한 첫 정상회담을, 다음 달 1일에는 시 주석과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특히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선 최근까지 경색됐던 한중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서해 구조물 문제 등과 같은 안보 현안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밝히면서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주요 과제다.
북미 회동 성사 시 '한반도 안보' 지각변동
APEC 일정과는 별개로 북미 정상 간 서프라이즈 회동 여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나서면서 "북한은 일종의 핵보유국" 발언에 이어 방한 일정 연장 가능성을 언급하고 대북 제재 완화까지 시사하면서다.
북한은 여전히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아시아 순방 중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019년 판문점 회동이 제안 32시간 만에 즉흥적으로 성사된 전례도 기대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다만 즉흥 회동이 이뤄진다고 해도 실질적 대화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북미 정상 간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반도 안보 환경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 한반도 주변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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