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AI가 빼앗을 일자리도 없다? OECD 보고서에 숨은 현실

한정연 기자 2025. 10. 2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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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고임금 사무직 등 대체
韓 대기업 일자리 13.9% 불과
AI 대체할 일자리 많지 않아
韓, 산업로봇·해외이전 광풍 여전
일자리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
노벨경제학상 애스모글루의 제언
“노동보다 자본에 더 과세 필요”
자본 감세 열중하는 韓 참고해야

인공지능(AI)이 빼앗을지도 모르는 인간의 일자리는 무엇일까. 대체로 중산층이 대거 포진한 사무직과 전문직이다. 회계사, 세무사, 재무분석가, 언론인, 번역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2023년 AI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꼽은 직업들이다. 그런데 OECD는 27일(현지시간) 한국에서 AI의 노동 대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더스쿠프가 AI와 노동시장의 관계를 자세히 알아봤다.

한국은 산업용 로봇이 처음으로 산업 노동력의 10%를 넘긴 나라다. [사진 | 뉴시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7일 공개한 'AI와 한국의 노동시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AI의 일자리 탈취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 OECD는 "인구 고령화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하락하는 한국 경제에 AI가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기업 도입률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 기업 9000개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AI가 업무를 10% 이하로 대체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1.0%였다. AI의 업무 대체율이 0%라고 답한 회사도 17.2%에 달했다(한국노동연구원).

정말 우리나라 일자리는 AI와 상관없이 지속되는 걸까. 결론은 맞지만, 축하할 만한 이유는 아니다. OECD는 한국 중소기업들의 저조한 AI 도입률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중소기업으로 한정한 이유는 우리나라 일자리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임금 근로자 중에서 2023년 8월 기준 89.2%가 중소기업 취업자다(통계청). OECD는 "한국의 직원 250명 미만 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은 80% 이상으로 특히 높다"고 지적했다.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들의 AI 도입률은 현저히 낮았다. 근로자 수가 50~249명인 기업의 AI 도입률을 보면 OECD 평균이 50.8%인데, 우리나라는 35.1%에 불과했다. 1인 기업을 포함한 모든 규모의 중소기업에서 같은 현상이 관측됐다.

이유는 무엇일까. 설문에 참여한 우리나라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대답은 이렇다. "회사 직원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할 능력이 없다(53.0%)." OECD 응답률인 49.8%보다 5%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어쨌거나 이런 석연치 않은 이유로 우리는 앞으로도 AI에 일자리 뺏길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결론적으로는 그렇다. 적어도 OECD 회원국 평균보다는 AI에 뺏기는 일자리가 적을 수 있다. AI가 빼앗는 일자리는 주로 지식 관련 고임금 사무직인 경우가 많아서다. 산업용 로봇이 인간의 반복적인 업무를 빼앗았다면, AI는 비교적 정교하고 지적인 업무를 대체한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한국의 고임금 일자리 비중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300인 이상 대기업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2023년 기준 607만1000원인데, 대기업 일자리는 사업체 기준으로 전체의 13.9%에 불과하다(기업체 기준 32.0%·한국개발연구원). 임금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대기업의 절반 정도인 312만8000원이다. 전체 근로자의 38.2%에 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평균 월급은 204만8000원에 불과했다.

저임금 비숙련 사무직이나 저임금 생산직 근로자 일자리는 AI가 대체할 만한 경제적 요인이 없다. 저임금 비정규직을 단기로 고용하거나 회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비용 줄이기가 아직은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자리에는 AI가 보조 도구로 투입된다. 전문 지식을 제공하는 생성형 AI 챗봇은 한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고객지원 담당자 5000명의 생산성을 평균 14% 향상했다(에릭 브린욜프슨 스탠퍼드대학 교수와 다니엘 리 MIT 경영대학원 교수 연구).

산업용 로봇과 해외 생산기지 이전의 광풍이 이미 휩쓸고 지나간 한국에는 AI가 대체할 만한 일자리조차 많지 않다. 제조업 산출량의 증가만큼 응당 늘어나야 할 고용을 자동화와 해외 이전이 대체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산업용 로봇이 산업 노동력의 10% 이상을 차지한 나라다(2024년 월드 로보틱스 조사). 한국은 지난해 직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1102대를 보유했다. 2위인 싱가포르의 770대를 압도하는 로봇 밀집도다. 국제로봇연맹은 "한국의 로봇 밀도는 2018년 이후 연평균 5%씩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 제조 대기업의 해외 이전도 이미 기본값이 된 지 오래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서 2023년에만 2만360개 일자리를 창출해 '미국에서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들어 낸 나라'에 선정됐다(미국 리쇼어링 이니셔티브).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는 2021년 1118억 달러, 2022년 996억 달러, 2023년 735억 달러, 2024년 934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미국 일자리의 60%는 1940년에는 존재하지 않던 직업이다(MIT 데이비드 오토). AI가 뺏어갈 양질의 일자리조차 충분하지 않은 한국이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일자리도 AI를 포함한 새로운 기술이 대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는 자본 실효세율이 노동 세율보다 높아야 자동화를 방지할 수 있다며 자동화세 부과를 주장했다. [사진 | 뉴시스]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과세 철학을 바꿀 필요가 있다. 국가 간 부의 차이를 연구해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는 2023년 "미국이 2000~2018년 자본 투자보다 노동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기업이 일자리를 자동화하도록 유도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의 노동 실효세율이 25~33%인데, 자본 실효세율은 5~10%에 불과하다. 그러면 기업은 노동자에게 투자하기보다 설비투자를 늘리는 등 다른 대책을 찾는다. 자본 실효세율을 노동 실효세율보다 높이든지, 자동화세 10% 정도를 부과해야 한다." 지난 몇년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배당소득 최고세율 반토막 등 부자감세에 열중했던 정부가 참고할 만한 주장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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