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번째 10월, 여전히 아물지 않은 ‘이태원의 아픔’

세 번째 ‘시월’이 왔다. 국가의 실패로, 서울 이태원 골목에서 159명의 무고한 생명이 스러지고 세 해가 흘렀다. 하지만 ‘이태원의 진실’은 아직 모르고, 희생자도 유족도 시민들도 여전히 그 차가운 골목에 얼어붙은 채 서 있다. 참사와 슬픔을 지우려던 무도한 이들이 사라진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이유를 따져묻고 애도할 ‘첫 시월’을 맞는다. 공동체가 참사의 슬픔을 나누는 길은 진상을 밝히고 기억해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그 책무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 모두에게 있다. 정부는 참사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끝까지 책임을 묻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이 29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정부 차원 첫 공식 추모행사로,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들 한을 풀며 시민의 트라우마를 위무하기까지 3년의 긴 시간이 걸렸다. 죄상을 덮으려 ‘참사’는 ‘사고’로, ‘희생자’는 ‘사망자’로 진실을 지우는 데 급급했던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 탓이다. 윤석열은 유가족과의 만남을 거부했고, 진상 규명을 위한 법조차 거부권으로 막았다. 그새 유족들은 몰지각한 이들의 혐오 공격에도 시달려야 했다. 이제라도 새 정부가 해원에 나선 것은 다행스럽고 사필귀정이다.
하지만 첫 이태원 기억식은 “듣지 않는 정부에서 들어주는 정부로 바뀌었을 뿐”이란 유가족 말처럼 안전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참사 3년 만에야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28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당부했다. 그 막중한 책임이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 어깨 위에 지워져 있다.
23일 공개된 정부 합동감사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인한 경비인력 부재가 참사를 막지 못한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누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오판이나 의도적 부실은 없었는지, 참사 발생 후 이를 덮으려 어떤 불법무도한 일이 벌어졌는지 모두 밝혀내야 한다. 윤석열 정권 내내 진상 규명에 미온적이던 감사원과 국가기관 어느 곳도 예외일 수 없다.
국가와 사회공동체가 이제 할 일은 함께 희생을 애도하고 기억하는 일이다. 기억은 단순히 잊지 않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다.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제도와 사회시스템을 세우는 게 첫걸음이다. 그럴 때 이태원의 비극은 슬픔에 머물지 않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 시작이 진상 규명과 합당한 책임 추궁임은 불문가지다. 정부는 정상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진심으로 유족과 시민 앞에 사과하고 이태원 비극이 역사에 바르게 기록되도록 책무를 다해야 한다. 더 이상 ‘잔인한 시월’이 아니길 바라는 시민 모두의 마음을 헤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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