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관세협상 서명, 한국은 조바심 접고 국익 지키길[사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 일본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관세협상 이행 문서에 공동서명했다. 미국이 관세율을 15%로 인하해주는 대가로 일본이 5500억 달러(789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으로, 지난 7월 타결된 내용에 변화가 없다. 일본의 대미 투자는 투자 기한, 절차, 이익 배분 방식이 미국 측에 유리해 일본 내에서 비판이 제기된 바 있지만, 결국 원안대로 최종 서명이 이뤄졌다.
한·미 정상회담이 29일로 다가왔으나 양국간 협상은 교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일이 최종 합의했고, 미·중 협상도 접점을 찾아가는 반면 한국만 늦어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조바심’은 금물이다. 언제 합의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내용으로 합의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일본과의 합의를 들어 압박할 가능성도 있지만, 한국과 ‘경제 체급’이 다르고 기축통화국인 일본이 선례가 될 수는 없다.
미국 측은 3500억 달러 중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직접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2000억달러를 분할 투자하는 수정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한국 경제의 규모를 감안하면 과도한 요구다. 미국 언론들조차 트럼프의 요구를 “한국 정부에 대한 갈취”(월스트리트저널)라고 비판할 정도다.
오현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3차장은 지난 27일 외신간담회에서 “한·미 관세협상이 APEC을 계기로 타결되기 어려울 듯하다”며 “‘상업적 합리성’과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가’를 보고 협상단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APEC 기한에 맞추느라 국익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나쁜 거래’를 받느니 ‘노딜’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최대한 국익에 부합하는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기업들이 상업적 판단에 따라 투자하는 유럽연합(EU) 방식이 합리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수출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감당 못 할 투자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과도한 투자 ‘겁박’이 한국인의 대미 감정을 해치고 있는 현실을 미국은 직시하고, 한국인들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 수정안을 내놓길 바란다. 국민의힘도 끝까지 실리가 중요한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언행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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