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부’는 잊어라...조직 간 총질 대신 협력 체제 돌입한 뉴욕 마피아
세력 간 이권 다툼 대신 연합 범죄로 진화
‘합작 기업’ 연상시키는 협업으로 거액 갈취
전문가들 “마피아, 없어지지 않아…다만 끊임없이 변모할 것”
미국 뉴욕의 전통 범죄조직 마피아가 계파 간 전쟁을 멈추고 협력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이들은 지역별로 구획을 나눠 폭력을 동원, 세를 다퉜다면 최근에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협업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2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 브루클린 연방검찰은 지난주 뉴욕 5대 마피아 조직 중 4곳이 공동 결성한 불법 도박 및 스포츠배팅 조직을 적발, 전면 기소했다고 밝혔다. 뉴욕 5대 마피아는 ▲제노비스 패밀리 ▲루케시 패밀리 ▲감비노 패밀리 ▲보난노 패밀리 ▲콜롬보 패밀리로 구성되며, 이들 중 콜롬보 패밀리를 제외한 이들이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이들이 연합 체제를 구성, 고액 도박장을 운영하며 700만달러(약 100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챙겼다고 전했다. 뉴욕 마피아 역사상 네 개 패밀리가 한 건에 동시 기소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그만큼 거액의 돈이 오갔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 수사당국 측 입장이다. 제시카 티쉬 뉴욕 경찰국장은 “수년간 이들은 기술과 폭력을 동시 활용해 조직적 부정을 이어왔다”고 덧붙였다.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각 패밀리는 철저히 역할을 분담해 합작 기업을 연상시킬 정도의 체계적 조직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당국에 따르면 보난노는 렉싱턴가 일대에서, 감비노는 워싱턴 플레이스 인근에서 고액 포커 게임을 주최했으며 이에 맞춰 제노비스와 루케시는 판돈 회수와 채무 추심을 담당했다.
이들은 카드를 자동으로 섞어주는 셔플 기계 내부 센서를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섞이는 카드 순서를 읽어 외부자에게 전달하면, 외부자가 승패 확률을 계산해 내부자에게 전달하고, 내부자는 손목 터치 등 미리 정해진 동작을 통해 특정 플레이어에 판이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흐름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수법으로 피해자들은 인당 최소 190만달러(약 27억원)를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사건을 두고 뉴욕 마피아들 또한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새로운 생존 공식을 정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세기 초 이들은 이른바 계파별 조직을 구성하는 ‘라 코사 노스트라(La Cosa Nostra·우리의 일)’ 방식으로 지역 패권을 다퉜다면, 이제는 기술을 활용해 계파 간 업무를 분담하는 협력 구조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티쉬 청장은 “이들은 여전히 위협과 폭력을 사용하지만, 과거보다 훨씬 정교하게 수익을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피아 간 협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2년 보난노와 제노비스 패밀리는 퀸스와 롱아일랜드 지역 일대 커피숍과 구두수선점, 축구클럽으로 위장한 불법 도박 조직을 운영하다 2022년 기소됐으며, 2021년에는 콜롬보 패밀리 간부들이 모 노동조합 기금을 불법 갈취하려다 적발된 바 있다. 특히 보난노·제노비스 도박 운영 건의 경우 당시 지역 경찰 또한 금전적 대가를 받고 단속 정보를 흘린 것이 드러나 충격을 자아낸 바 있다.
다만 마피아 조직 간 폭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18년 보난노 조직에 몸담은 것으로 알려진 브롱크스의 부동산업자 실베스터 샐리 대즈 조톨라는 맥도날드 매장 드라이브스루에서 피살된 채 발견됐으며, 그보다 앞서 1년 전에는 루케시 패밀리 최고 간부 7명이 살인·마약 밀매·갈취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수사기관은 마피아는 완전히 소탕될 수 없으며, 다만 이들이 형태만 바꿔 살아남을 것이라 본다. 로버트 보이스 전 뉴욕경찰청 수사국장은 “조직범죄는 여전히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집행기관이 기술적으로 진화한 마피아에 맞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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