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에서 서울역 쪽방촌까지···38년간 이어온 요셉의원의 ‘의료봉사’

“쪽방에 사는 사람도 1종·2종 의료보험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갖고 있는 병이 워낙 많아 진료일수 제한에 걸리는 거예요. 그러니 병원은 자주 이용하기 어렵지만, 여기는 마음놓고 이용할 수 있죠. 하고 싶었던 말도 다 들어주고…그런 데서 많은 고마움을 느끼시더라고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요셉의원에 상주하는 의사는 고영초 원장이 전부다. 그외에는 130명의 봉사의가 돌아가며 환자를 돌본다. 말이 봉사의지, 상당수는 현직 대학병원 교수거나 개인병원 의사들이다. 진료 과목의 범위나, 의료진의 수준만 보면 종합병원에 뒤지지 않는다는 게 고 원장의 설명이다.
요셉의원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산하 요셉나눔재단이 만든 의료원이다. 1987년 8월 고 선우경식 원장이 관악구 신림동에 세운 이후 현재 이곳까지 40년 가까운 기간동안 의료 취약계층에게 무료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요셉의원이 서울역 인근 동자동으로 옮긴 것은 지난 7월 22일이다. 이전까지는 1997년부터 28년간 영등포 쪽방주민과 노숙인을 살피다 지역이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을 찾는 환자도 꾸준히 늘어 하루 100명 안팎의 노숙인·쪽방주민이 다녀간다.
하루에 봐야 할 환자가 백여 명에 달하면 힘들 법도 한데 고 원장은 “서울역쪽으로 의원을 옮긴 후 환자와 봉사자가 전보다 편하게 올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영등포에서 진료를 보던 환자들도 이곳까지 먼 걸음을 한다. 당뇨와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위완수씨(53)도 치료를 받기 위해 2주에 한 번씩 영등포에서 이곳까지 온다. 지난 24일 만난 위씨는 “편안하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세심히 신경을 써주는 선생님이 여기 계시니 또 오게 된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오후 진료 중에는 짬을 내 방문진료도 나간다. 병원까지 오기 어려운 환자들은 직접 집으로 찾아가 진료를 보는 것이다. 요셉의원이 설치한 요셉이웃사랑센터는 매주 평일 오후 2시~4시 봉사의와 방문 간호사가 동자동·후암동 일대 쪽방촌을 찾아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한다.
보험진료를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 난민 환자도 점차 늘고 있다. 고 원장은 “인공지능 번역기를 쓰니 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요셉병원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정밀검사가 필요하거나, 상급병원의 처방을 받아야할 상황이 발견되면 모든 비용을 지불해 치료받도록 하고 있다. 꽤 많은 비용이 여기에 투입되지만 고 원장은 “5500여명에 달하는 후원자들의 지원이 있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요셉의원은 단 한 푼의 정부지원 없이 순수 민간후원으로 운영된다.
고 원장은 “매일 매일 기적같은 일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38년간 이어온 의료봉사 “매일매일이 기적”
쪽방 주민에게 밥을 해 줄 쌀이 떨어지면,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병원 문 앞에 쌀포대가 놓여 있었다. 이런 ‘기적’이 숱하게 이어졌다. 처음 요셉의원이 세워질 당시 ‘석달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요셉의원은 기적이 쌓이며 40년 가까이 쪽방촌 무료 진료를 할 수 있었다. 300명 가까운 자원봉사자들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요셉의원은 진료 외에도 음악치료, 영화 상영, 법률 상담, 목욕서비스, 무연고자 장례 지원 등 여러 지원 활동을 한다. 외부로 보이는 질환뿐 아니라 상처 입은 마음까지 보듬어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려는 초대 원장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5대 원장인 고 원장도 그 원칙을 지키고 있다.

고 원장은 신학교를 다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일반고로 옮겨 의대에 진학했다. “원래 신부가 되려고 했으니 신부와 가장 비슷한 직업이 뭘까 생각했죠. 신부를 영혼의 치료사라고 생각한다면, 육체의 치료는 의사가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자연스럽게 의대를 지망하게 됐어요.”
본과에 진학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봉사에 나섰다. 197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외과, 건국대 신경외과 교수로 재직하다 퇴임한 이후인 지난 2023년 3월부터 이곳의 병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요즘 요셉의원의 목표는 방문진료 기능 강화다. 고 원장은 “방문진료시 사회복지사 및 정신건강 상담사가 간호사와 함께 동행하면 훨씬 효과적인 진료가 가능할 것 같다”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인력을 파견·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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