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전자’에 속 앓는 금 투자족···금값 보름 만에 20% 추락

가파르게 오른 만큼 내려가는 속도도 가파르다.
지난 15일 역대 최고점을 기록한 국내 금값이 보름 여 만에 20% 급락하며 ‘금 투자족’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갈수록 완화되는 분위기를 보이자 위험선호 회복에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도는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들썩였던 투심도 빠르게 식으면서 금 ‘김치프리미엄(국내 가격-해외 가격)’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28일 국내 금은 전날보다 6340원(3.35%) 떨어진 18만28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5일 22만7000원으로 역대 최고 종가를 기록한 이후 9거래일간 19.46% 급락했다. 은은 물론 관련 상품도 급락하면서 지난 한 주간 국내 전체 상장지수펀드(ETF) 중 금·은, 금 채굴 관련 ETF가 수익률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 금 가격도 무섭게 내려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국제 금 현물은 온스당 4300달러선을 넘겼지만 27일엔 4000달러선 밑으로 떨어졌다. 28일(한국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선물(12월물)은 장중 3960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국내 금 가격이 고점을 찍었던 지난 15일 김치프리미엄은 18.5%를 웃돌았지만, 이날 장중엔 국제 금값이 국내 금값보다 비싸게 거래돼 ‘역 김치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17일 금 투자 소비자경보를 발령할 정도로 과열됐던 금 투심이 보름 만에 빠르게 식었다는 뜻이다.
금값 하락세는 미·중 무역 갈등이 완화되는 분위기로 흐르자 자금이 증시로 흐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을 앞두고 미·중 간 갈등이 크게 완화되면서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만포인트를 넘기는 등 증시가 크게 환호했다. 반면 안 그래도 비쌌던 금엔 ‘차익실현’ 명분이 되면서 더욱 빠르게 금값이 떨어졌다. 이달 초 안전자산 선호심리에 반등했던 달러도 최근엔 금과 비슷하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망은 엇갈린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값이 향후 3개월간 온스당 380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개인투자자와 중앙은행의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경우 내년 4분기까지 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평균 5055달러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언제든 불안심리가 고조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에 대한 불확실성에 크게 뛰었던 금값은 이후 횡보세를 보였지만, 지난 9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인플레이션 가능성, 재정적자 우려 등을 반영해 다시금 강세를 보여왔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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