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없는 박물관, 10년의 길 위에서] 7. 미래 가치 품은 '내일'의 뮤지엄

박지혜 기자 2025. 10. 2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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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지속 가능한 문화생태계 꽃피운다

지역 곳곳 열린박물관 삼아 새 모델 제시
대표적 문화 브랜드 자리매김 도약 성과

활동가·문화예술인 등 모여 '토론의 장'
유산·참여·박물관 활동 등 키워드 제시
앞으로 가야 할 방향성·가치 머리 맞대
▲ 지난 27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문화재단에서 열린 2025 지붕없는박물관 포럼 '어제, 오늘, 내일' 현장.

경기문화재단의 지붕없는박물관이 올해 10년을 맞았다. 2014년 첫 발을 뗀 사업은 생활 속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문화자원으로 엮어내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름처럼 건물이나 전시실이 아닌, 지역 자체를 '열린 박물관'으로 삼아 마을의 역사·자연·사람이 곧 전시물이 되는 새로운 문화 모델을 제시한 새로운 시도였다. 지난 10년간 경기도 곳곳에서 에코뮤지엄은 지역주민과 전문가, 행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 실험장이자 협력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붕 없는 박물관'의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사업 초기에는 개념조차 생소했고, 주민 참여와 행정적 지속성 사이의 간극도 컸다.

그럼에도 각 지역의 생활문화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는 경기문화재단의 대표적 지역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밑거름으로 자리하며 다음 10년을 앞두고 있다. 지난 10년이 '발굴과 실험'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연결과 확장'의 시기다. 지역의 기억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서 나아가, 생활 속 지속 가능한 문화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요구되고 있다.
▲ 시흥 갯골소금창고 활성화 현장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미래' 가치 담을 '에코뮤지엄'

지난 27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문화재단에서 열린 2025 지붕없는박물관 포럼 '어제, 오늘, 내일'은 전환의 분기점에 선 에코뮤지엄이 다시 한 번 지역과 사람, 자연을 잇는 문화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유정주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비롯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문화예술인, 시민, 행정가 등 100여명이 참여해 경기문화재단의 지붕없는박물관이 전개돼 온 과정에서부터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먼저 기조발제에 나선 김성균 전략경영연구원 전환사회센터장은 지붕없는박물관으로서의 경기에코뮤지엄의 방향성에 대해 "'미래가치'를 내포한 참여형 문화정책의 실험장으로의 진화"를 제안했다.

김 센터장은 "자료를 보존하는 수집 중심의 제1세대 박물관은 교육과 시민 참여 및 체험 중심의 제2~3세대를 지나, SGDs(지속가능발전목표 또는 지속가능개발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슈를 포함한 커뮤니티 중심의 에코뮤지엄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지붕없는박물관이 전개돼 온 흐름을 설명했다.

특히 해외 각국에서 인류가 목도 중인 내일의 문제, '기후위기'를 녹여내는 전시 전략 등을 소개하며, 교육, 체험을 기반으로 '생활화된 기후 감수성'을 강조하는 국내 뮤지엄과 사회 담론, 예술, 기관 차원의 거버넌스에 기반해 '사회적, 문화적 플랫폼' 역할을 강조하는 해외 뮤지엄의 전시 트랜드에 대해서도 비교했다.
▲ 안산 구 대부면사무소 에코뮤지엄 거점센터 조성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그는 에코뮤지엄을 "지역공동체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동체 유산을 보전하고 해석하고 관리하는 역동적인 방식"이라고 정의하며, "에코뮤지엄은 커뮤니티가 수행해야 할 완벽한 시나리오로 비교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에코뮤지엄이 가져야 할 원칙에 대해선 '유산', '참여', '박물관 활동'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한 세대가 미래세대에 물려줄 만큼 가치 있는 선물로서의 '유산'과 주민의 내발적 힘의 성장을 전제로 한 '주민 참여', 사회문화적 지속성과 커뮤니티 자원의 문화인류적 가치의 재구성을 위한 다양한 '박물관 활동'이다.

김 센터장은 에코뮤지엄이 국보나 예술작품에 국한하지 않은 지역 주민들의 일상 속 살아있는 문화를 토대로 하고, 전문가 중심이 아닌 주민 중심의 콘텐츠 발굴이 이뤄지는 점, 정적으로 고여있지 않고 세대와 지역사회, 방문자, 세계가 연결되며 문화 교류를 이뤄내는 점 등을 설명하며, 이같은 가치가 경기에코뮤지엄, 지붕없는박물관과 맞닿아 있음을 분명하게 강조했다. 다만 지붕없는박물관이 보조금 지원 사업으로 갖는 한계를 지적하며 지속성 및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지역간 격차 및 자원 불균형 및 성과 위주의 정량화된 평가의 어려움 해소 등을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센터장은 "경기문화재단의 에코뮤지엄 사업이 지난 10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건 현장에 계신 시민들과 활동가들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재단은 지붕없는박물관이 어떻게 지역주민들의 자기 성장성을 끌어내고, 공공이 투자한 가치가 에코뮤지엄에서 어떤 확장성을 갖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며, 결국 이 자리에 참여한 여러분들이 만들어가는 미래"라고 말했다.
▲  2025 안산 스터디투어 현장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2024 사업 성과전시 현장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성과와 과제' 토대한 '내일'의 뮤지엄

기조발제에 이어선 경기에코뮤지엄이 지난 10년간 지붕없는박물관으로 확장해 가며 쌓아온 성과와 과제를 토대로 '내일의 뮤지엄'을 그려보는 자리도 마련됐다.

먼저 지난 2022년부터 경기에코뮤지엄 사업의 컨설턴트 및 평가단으로 참여하며 현장을 살펴온 김지영 플러스마이너스1도씨 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10년을 '발견의 시간'으로 정의하며 경기에코뮤지엄이 형성되는 핵심으로 '장소'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완벽한 도시, 완벽한 삶의 형태를 위해 끊임없이 장소를 소멸하고 기억을 지워가는 속에서 경기에코뮤지엄 사업에 참여하며 지금 이 시대에 에코뮤지엄이 무슨 의미일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에코뮤지엄이 경기만 지역의 환경 파괴와 지역 공동체 해체, 발전 불균형 이슈에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접근하고 변화를 만들어가야 할지, 구체적 대안을 찾아가기 위해 도입됐던 사업임을 상기시키며, 지붕없는박물관의 확장은 "눈에 보이지 않던 지역의 유산과 기억을 찾아내고, 잊혀졌던 장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름 없이 스쳐간 사람들의 흔적, 구조적 폭력과 분단의 상처, 산업화의 잔재, 마을의 생활유산, 자연생태의 다양성이 켜켜이 쌓여 있는 장소들과 흔적들이 바로 지역의 진짜 '기억 자산'이며, 에코뮤지엄이 보존해야 할 문화적 기반이라는 것이다.

또, 지역의 활동가, 예술가, 주민들이 현장에서 직접 발굴하고 기록하며, 잊힌 이야기를 되살리는 과정이 곧 에코뮤지엄의 생명력임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과거의 기억을 단순히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기억을 오늘의 삶 속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전파하는 '발견자이자 기록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경기에코뮤지엄이 지속가능한 문화생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역 간 네트워크 강화, 세대 간 교류, 청년 세대의 참여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경기에코뮤지엄은 지역의 기억과 자연, 사람을 잇는 느리지만 단단한 문화 실험으로서,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생물다양성의 가치와 기후 감각을 일깨우는 미래 지향적 장소이자 역사, 문화적 기억의 현장으로서 타자의 존재와 흔적, 아픔을 세계문제로 연결지어 공감하고, 실천을 이어가는 행위의 장소여야 한다. 경기에코뮤지엄의 지난 10년을 태동기로 인식하고 느리고 긴 호흡을 가진 정책으로서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문화재단에서 열린 2025 지붕없는박물관 포럼 '어제, 오늘, 내일'에서 (왼쪽부터)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성균 전략경영연구원 전환사회센터 연구소장, 김지영 플러스마이너스일도씨 대표, 황우자 안산문화재단 부장, 박혜영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 이사, 황연정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팀 차장이 토론하고 있는 모습.
▲ 지난 27일 오후 1시30분쯤 경기문화재단에서 열린 2025 지붕없는박물관 포럼 '어제, 오늘, 내일' 현장.

이밖에도 안산문화재단은 지난 10년간 에코뮤지엄 사업을 운영하며 도시에 대한 이해와 이야기를 발굴하고 사람들을 발견해 나간 과정을, 화성시생태관광사회적협동조합은 원주민이 떠나간 우음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연대하며 우음도를 다시 찾게 만든 과정을 소개하며 지붕없는박물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아 에코뮤지엄 사업의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 미래 10년을 위한 자유로운 의견들을 나눴다.

권신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팀장은 이번 포럼에 대해 "경기에코뮤지엄의 지난 10년간의 현장 성과를 점검하고, 지붕없는 박물관의 미래 방향과 정책적 지원체계를 구체화하는 실천적 논의를 이끌어낸 뜻깊은 자리"라며,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반영해 주민이 주체가 되는 지속 가능한 지역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 이 기사는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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