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히어라, 학폭 논란 종결 후 "보증금 빼 미국행… 연기향한 제 진심 전하고파"[인터뷰]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학교 폭력 논란을 마무리 짓고 돌아온 배우 김히어라가 첫 상업영화 '구원자'로 복귀한다. 한때 자신을 둘러싼 시선들을 견디며 스스로를 다독였던 그는 재정비의 시간을 마치고 대중 앞에 섰다. 2009년 뮤지컬 무대에서 시작해 연극 무대 등에서 쌓은 내공, 그리고 미국으로 떠나 새로운 언어와 사람, 문화 속에서 자신을 바라본 시간은 그에게 귀중한 경험이 됐다. 더욱 깊어진 눈빛으로 스크린 앞에 선 김히어라가 지난 2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김히어라는 학교 폭력 논란 이후 약 2년간의 휴식기를 보냈다. 그 사이 익숙한 뮤지컬 무대에 올라 '프리다'와 '팬레터'를 선보였지만 첫 상업영화 데뷔작 '구원자'를 앞둔 지금은 또 다른 무게감이 따랐을 터다.
"아직 흥행이나 성과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어요. 다만 흥행보다는 해가 되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도 했고, 관객들이 '저 배우가 나와서 좋았다'고 느낄 만큼 진심을 담아 연기하고 싶었어요. 최근 홍보 일정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이제 내가 뭘 해야 하나'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조금씩 들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그저 작품에 집중하느라 다른 건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

공백기에 대한 질문에 미국행을 택했다는 김히어라다.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나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배우로서의 욕심보다 인간으로서의 회복에 집중한 시간이었다. 무엇이 그를 낯선 땅으로 이끌었을까.
"그때는 배우로서 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그냥 '이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 또 제가 스무 살 때부터 뮤지컬과 연극을 계속해오다 보니 몇 달 이상 쉬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영어도 배우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해보자고 결심했죠. 처음엔 브로드웨이와 헐리우드를 동경해서 뉴욕을 생각했는데, 결국 LA로 향했어요. 집 보증금만 들고 간 거예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한 달 정도 혼자 지내며 영어 공부를 하고, 음악 프로듀서에게서 노래와 언어를 함께 배우기도 했어요. 건너 건너 소개를 받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우연한 인연으로 미팅을 하게 되면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미국에서의 시간은 김히어라에게 또 다른 배움의 여정이었다. 낯선 장소에서 보낸 시간 동안 그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배우고 예기치 않게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과의 만남도 있었다. 해외에서의 경험은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제가 호기심이 많아요. 어떤 목표를 가지고 미국을 간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자연스럽게 '이곳에서도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 미팅도 해보고, 요즘은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 보니 가능성도 많이 느꼈어요. 그 과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감사했던 건 현지에서 저를 알아봐 주신 분들이 있더라고요. 한인이 거의 없는 지역의 빵집에서 어떤 백인분이 '경이로운 소문'을 보고 계시다가 절 알아봤어요. 머리 스타일도 완전히 달라졌는데 알아보셔서 깜짝 놀랐어요. 그때는 저도 모르게 '어떻게 알아보셨어요?' 하며 티를 냈죠. 또 로데오 거리에서 한국에서 온 분이 먼저 인사해 주신 적도 있었어요. 제 어깨가 많이 올라갔죠. 해외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신준 감독은 '구원자'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부터 김히어라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단조로운 인물이 아닌, 배우의 해석을 통해 새로운 결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고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두 사람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땠을까.
"신준 감독님은 정말 그림이 정확하신 분이세요. 배우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주시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세요. 그게 단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됐어요. 현장에서 방황하지 않고 확신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셨거든요. 또 감독님이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지니고 계신데, 그걸 현장에서 예민하게 드러내지 않으세요. 문제가 생겨도 빠르게 판단하고 정리하셔서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지 않아요. 그런 점이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배우가 어떤 질문을 던져도 명확한 답을 주시고, 그 답이 정답이든 아니든 순간의 연기에 확신을 심어주셨어요. 표현하는 방식들이 나이스하시고 친절하세요. 그것들이 저에게는 좋았던 순간들이에요."
'구원자'는 미스터리 오컬트 장르로, 어두운 분위기가 흐르는 작품이다. 김히어라가 맡은 '춘서'는 유일한 가족인 아들의 비극 속에서 서서히 침몰하는 인물로, 감정의 폭이 넓은 캐릭터다. 첫 상업영화이자 오컬트 장르라는 점에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사실 오컬트는 제가 워낙 하고 싶었던 장르이기도 하고 저랑 너무 잘 어울린다고 얘기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그런 도전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춘서는 비록 서포트를 하는 역할이지만 영화의 중심 사건에 강한 에너지를 주는 인물이잖아요. 연기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죠. 그런 점이 흥미로웠고요. 또 김병철 선배님을 워낙 존경해서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렜어요. 송지효 언니와의 호흡도 좋았고, 현장에서 함께하며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그리고 저는 춘서를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상황에 휩쓸리고 상처받는 인물이라고 봤어요. 오컬트 장르는 처음이지만, 그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인간적인 결을 탐구해보고 싶었죠. 사실 제가 그동안 빌런 역할을 몇 번 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다 보니 고정관념이 생길까 두렵기도 하지만 아직은 보여줄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악역 안에서도 수많은 결이 있고, 감정의 방향도 다르니까요. 다행히 무대에서는 늘 다른 성격의 인물을 연기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여전히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김히어라는 휴식기를 가지는 와중에도 뮤지컬 '프리다'와 '팬레터'를 통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짧지 않은 시간 자신을 단련해온 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사실 처음엔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궁금해할까 하는 생각이 컸어요. 오랫동안 활동을 쉬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다시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걸 느끼면서 정말 감사했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생겼어요.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시면서 저의 연기와 어떤 걸 보면서 향후를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긴 시간 동안을 결코 그냥 보내지 않고 많은 것들을 경험했거든요. 제가 이후에 하는 많은 연기 활동, 제 이야기들을 많이 봐주시면 또 다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에요."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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