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코’ 배경된 멕시코 축제 ‘죽은 자의 날’… 제단엔 고인이 좋아한 음식과 웃는 해골사탕[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은 수천 송이의 오렌지색 마리골드로 물들어 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색색의 종이 장식, 장승처럼 서 있는 대형 해골 조형물, 그리고 광장을 가득히 채운 온몸을 해골로 분장한 사람들. 마치 영화 세트장에 들어선 듯했지만, 이곳은 ‘죽은 자의 날(Dia de Muertos)’ 축제의 한복판이었다.
여행 일정을 짤 때만 해도, 11월 초 이 행사를 단순히 ‘멕시코식 핼러윈(Halloween)’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현장은, 여느 핼러윈과 다른 멕시코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디즈니 영화 ‘코코(COCO)’ 덕분에 지금은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축제였지만, 당시에는 사전지식이 없어 어린아이부터 노인, 심지어 반려견까지도 해골분장을 하고 즐기는 거리 모습이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신기하게도 해골이 가득한 거리였지만 두려움보다 반가움이, 죽음보다 삶이 느껴졌다.
멕시코인들에게 ‘죽은 자의 날’은 슬픔의 날이 아니라 떠났던 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반가운 날이었다. 죽음이라는 걸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해골이 되어 웃으며 즐긴다는 점에서 멕시코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죽은 자의 날’이 되면, 멕시코 사람들은 집에 ‘오프렌다(Ofrenda)’라는 제단을 차린다. 고인의 사진,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과 술, 담배, 애장품까지 올려놓는다. 제단에는 오렌지빛 마리골드 꽃잎이 흩뿌려지고, 설탕과 초콜릿으로 만든 웃는 해골 사탕이 장식된다. 그 해골은 공포가 아니라 ‘함께 웃는 얼굴’이다.
오프렌다에 오른 음식들은 단순한 제물로 끝나지 않는다. 축제가 끝나면 가족들이 둘러앉아 그 음식을 함께 나눈다. 고인이 가장 좋아하던 음식을 먹으며, 그가 생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고, 그와 함께했던 추억을 나눈다. 그 순간 음식은 추억의 매개이자 세대를 잇는 언어가 된다.
이 오래된 전통은 “가족과 공동체가 함께 죽음을 기억하고, 세대 간 유대를 이어가는 멕시코 문화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됐다.
반면, 한국의 명절 아침 차례상은 훨씬 고요하다. 음식의 방향과 그릇의 위치까지 모두 규범에 따른다.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 조상을 향한 정성이 깃든 질서의 언어다. 밥과 국, 나물과 전, 탕과 떡이 정갈하게 놓이고, 색이 강하거나 향이 짙은 음식은 피한다. 엄숙함 속에서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절차의 마지막에는 조상의 복을 함께 나누는 음복(飮福)의 시간을 갖는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음식을 만들고 그 마음을 함께 먹는다는 점에서 차례의 본질은 오프렌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는 ‘그리움’을 조용히 삭이고, 그들은 ‘기억’을 웃으며 나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죽은 자의 식탁은 결국 살아있는 자들의 자리다. 최근에는 명절 음식이 가족 갈등의 상징처럼 회자되기도 하지만, 본래의 의미는 그보다 훨씬 깊다. 제사 음식은 단순히 전을 부치고 상을 차리는 노동이 아니라, 고인을 기억하며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다. 문득 멕시코 사람들은 제단을 차리며 고부갈등은 없었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 스친다.
서울대 웰니스융합센터 책임연구원
10월 31일의 핼러윈은 켈트족의 사윈(Samhain) 축제에서 유래했다. 아이들은 귀신 복장을 하고 “과자 안 주면 장난칠 거야(trick or treat)”를 외치며 사탕을 받는다. 악령을 달래고 쫓기 위한 풍습이 자선의 형태로 남은 것이다.
반면,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11월 1∼2일)은 아즈텍 전통과 가톨릭 문화가 뒤섞인 행사다. 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화려한 색과 달콤한 향으로 죽음을 ‘삶의 일부’로 맞이하며 떠난 이와 다시 만나는 축제로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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