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기업이 곧 국력이다!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5. 10. 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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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지방 행정 단위에 주(State) 밑에 'District'이라는 조직이 있다.

그 특혜로 동인도회사는 1857년 인도 세포이 반란 때까지, 무역뿐만 아니라 징세 및 정복전쟁까지 영국 정부를 대리하여 기업활동을 했다.

기업이 잘돼야 국가도 번성하고, 국가 위상이 높으면 기업도 그 후광을 받아 잘된다.

로마의 소치에타스, 동인도회사 그리고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가는 기업을 통해 정책을 실현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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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지방 행정 단위에 주(State) 밑에 ‘District’이라는 조직이 있다. 한국으로 말하면 도(道) 아래 군(群)에 해당되지만, 그 관할면적은 군보다는 상당히 넓다. 그 행정조직의 장(長)을 주지사가 행정관료 중에서 임명하는데 그 명칭이 ‘Collector’이다. 영어 뜻만으로 보면 그는 ‘거둬들이는 사람’이다. Collector는 지방 행정의 수장이므로 관할 지역의 행정과 치안을 총괄하지만,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이 가장 큰 임무이기 때문에 영국 식민시대부터 그런 명칭이 붙여진 것이다.

뼈빠지게 일한 농부들에게서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로마, 심지어는 프랑스 대혁명(1789년)까지 세금 징수 업무를 민간인에게 도급을 주었다. 산소를 발견하여 물질의 연소 과정을 설명한 프랑스의 과학자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de Lavoisier)도 실은 세금 거둬들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징세업자 몇 십 명과 함께 프랑스 대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12제자 중 마태오(Matthew)의 직업이 세리(稅吏)라고 알려져 있다. 세리이니 오늘날의 세무 공무원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당시는 로마시대이므로, 로마정부로부터 징세를 도급 받은 회사의 직원이거나 아니면 사장이었을 것이다. 성경에서 언급되는 세리는 부정적인 면이 강하게 풍긴다. 라틴어로 세금 징수대리인을 ‘푸블리카누스(Publicanus)’라 하는데, 이는 영어로 ‘공적인’ 또는 ‘공화국’을 의미하는 ‘Public’이나 ’Republic의 어원이다. 즉 로마 시대의 세리(Publicanus)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민간인’이라는 의미이다.

세리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면 그것이 소치에타테스 푸블리카노룸(Societates Publicanorum)이다. 이 단체가 광대한 식민지를 포함한 로마 제국을 통치하는 원동력이었다고 후일 역사가들은 평가한다. 사실 소치에타테스 푸블리카노룸(이하 ‘소치에타스’라 약칭)은 로마 제국의 ‘돈줄’이었다. 예를 들어, 로마 군대가 어느 지역을 무력으로 점령했을지라도, 그 곳 원주민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들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의 전투를 위한 군수물자의 조달 또는 국가 기간시설인 도로, 수도 등의 건설에 자금이 긴급히 필요하면 오래 기다릴 수 없었다. 이에 로마 정부는 해당지역의 징세권을 소치에타스들에게 경매 붙이고, 낙찰자로부터 선금을 받아 전쟁 등 국책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것이 기업, 특히 주식회사의 시초라고 학자들은 이야기 한다.

주주가 유한책임을 지는 주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모으고 배당하는 현대적 개념의 주식회사 출현은 1602년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라고 보지만, 그 원초적 형태는 로마시대의 소치에타스에서 유래된 것이다. <기업의 세계사(A History of Corporations)>를 쓴 미국 맥너슨(William Magnuson) 교수는 소치에타스의 구조와 기능이 오늘날의 기업과 거의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로마시대의 소치에타스는 기업의 이익과 공공, 즉 국가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였으니, 그것이 기업의 유래이고 오늘날에도 기업의 궁극적 목적은 같다고 설파한다. 요즘 같은 기업 환경에서 위정자들이 알았으면 하는 대목이다.

로마시대에서 시작된 기업의 유래에서 보듯이 어느 시대나 기업은 국가경영의 기본 동력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군수 물자의 보급, 세금 징수를 통한 전쟁 비용의 조달, 국가 기간 시설의 구축, 주식 발행을 통한 투자 수익의 제공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해외 진출까지 기업이 그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소치에타스의 역할이 시사하는 바는, 애초부터 기업은 국가의 목표달성을 위해 태어났다는 점이다.

기업이 국가처럼 행동한 예로 대표적인 것이 영국과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이다. 1600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동인도회사에 인도뿐만 아니라 지구 상 거의 모든 지역의 무역독점권을 부여하였다. 그 특혜로 동인도회사는 1857년 인도 세포이 반란 때까지, 무역뿐만 아니라 징세 및 정복전쟁까지 영국 정부를 대리하여 기업활동을 했다. 물론 동인도회사 간부들의 비리도 많았지만, 영국이 강대한 제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동인도회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기업을 이용하여 강대국으로 진입한 케이스로, 미국 철도회사 유니온 퍼시픽 사의 대륙횡단철도 건설을 뺄 수 없다. 미국은 1830년부터 1850년 사이에 텍사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 많은 주를 합병하여 오늘날 미국 본토를 완성했다. 이 광대한 영토에 어떻게 이주민과 우편물을 보내며, 어떻게 연결하여 통치권을 확보하느냐가 대통령이 된 링컨의 큰 고민이었다. 링컨은 노예주와 비 노예주의 대립 속에서 비 노예주의 확산을 위해 철도가 답이라고 확신하고 대륙횡단철도 건설을 위해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링컨은 3,000km에 달하는 철도 건설이라는 막중한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추진력 있는 민간 주식회사 조직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링컨의 현명한 판단이 남북전쟁으로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연결하고 오늘날 최강대국의 기초를 완성한 것이다.

기업과 국가는 불가분의 공생관계이다. 기업이 잘돼야 국가도 번성하고, 국가 위상이 높으면 기업도 그 후광을 받아 잘된다. 한 때 미국의 대표 기업이었던 GM은 1985년까지 시장점유율 40~50%로 글로벌 톱 자동차 메이커였다. GM CEO 출신으로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윌슨(Charles Wilson)은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게도 좋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What was good for our country was good for General Motors, and vice versa)”라고 말해 유명해졌는데, 이는 기업과 정부의 상생 관계를 잘 설명한다.

로마의 소치에타스, 동인도회사 그리고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가는 기업을 통해 정책을 실현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따라서 국가와 기업의 역할은 서로 다르지만, 목적은 ‘공공선의 구현’으로 동일하다고 윌리엄 맥너슨 교수는 <기업의 세계사>에서 결론 짓는다.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기업의 목적은 ‘이익을 창출하여 궁극적으로는 공공선의 실현이다’ 라는 명제는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 이래 일관되게 이어져 내려왔다. 따라서 기업은 타도, 제한 또는 끝없는 옥죄기(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육성, 보호할 대상이고, 애정을 가지고 대해야 할 상생협력의 동반자이다.

기업의 폐해로 누구나 제일 먼저 꼽는 것은 ‘독점’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충분히 부여된 상황에서, 혁신과 시대를 리드하는 독점적 기술로 앞서 나가는 기업에게 독점은 어찌 보면 승자의 프리미엄 같은 것이다. 한동안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독점적 지위를 가졌거나 현재도 가진, 소시에타스, 유니언 퍼시픽, 동인도회사, FORD, GM, 테슬라, 마이크로 소프트, 구글, 아마존, 엔디비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등의 사례에서 독점은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후 또는 창의와 혁신의 결과 얻은 전리품이었다. 원초적으로 기업은 경쟁이 목적이 아니라 승리하기 위해 존재한다. 승리하여 그 전리품으로 더 쉽게 공공선의 구현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독점의 폐해는 규제로 예방하되, 기업의 자율성과 이익추구 노력에 족쇄를 채우는 규제와 입법은 곧 국가의 경쟁력을 해치는 위험한 것이다. 이런 논의의 중심에는 근로시간 제한, 노란 봉투법, 경영자의 순수한 경영판단에 대한 사후 배임죄 적용, 안전사고에 대한 과도한 처벌 등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기업 활동의 위축은 즉시 국가경제의 위축을 가져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요즘 전쟁은 핵을 제외한 첨단 기술의 대결이다. 남의 나라 전쟁에 트럼프 대통령이 간섭하고 휴전을 강요할 수 있는 배경에는 엔비디아, 스페이스 X, 팰런티어 등 미국의 최첨단 독점기업이 국방력을 든든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결국 첨단기업은 국가를 위해 공공선을 구현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국가와 기업은 공공선이라는 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자유무역주의가 쇠퇴하고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기조가 관세전쟁의 여파로 확실한 지금, 아직도 기업은 규제의 대상이고, 경영자는 타도의 대상이라는 어이없는 생각은 위정자와 국민 모두 빨리 지워야 한다. 공공선은 형이상학적 고매한 개념이 아니다. 국력이다. 국력은 경제력이고 국방력인데, 그것들은 대부분 기업에서 나온다. 미국 기업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제조기업은 정부, 노조 등 외부 규제와 간섭에 너무 시달리고 있다.

[진 의환 칼럼니스트/소프트랜더스㈜ 고문/㈜삼기 북미법인장/前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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