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섬, 제주]⑨자연주의…정원의 본질인가
기후변화·생물종감소에 대응하는 정원 설계 필요
자연주의 정원…자연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마크 크리거 스위스 동부 응용과학대학(OST) 교수(왼쪽에서 두번째)가 지난 24일 제주 서귀포시 베케 정원에서 열린 식물토크에 참석해 자연주의 정원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10.28. ijy788@newsis.com](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8/newsis/20251028083517340vlet.jpg)
정원은 누군가의 손길로 다듬어진 공간이자, 자연과 함께 빚어낸 경관이다. 치유와 휴식을 제공하면서 생태계를 품는 그릇, 그리고 이웃과 소통하는 마당이 된다. 제주는 정원을 꾸미기에 이상적인 땅이다. 따뜻한 해양성 기후, 화산섬 특유의 토양, 사계절 변화에 따라 피고 지는 수많은 식물들. 그리고 돌과 바람, 물이 빚어낸 독특한 풍경까지 정원을 이루는 요소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섬 곳곳에 담긴 정원을 통해 '제주형 정원(J-가든)'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시리즈로 게재한다.<편집자 주>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손을 대지 않은 자연 상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연처럼 보이기 위해 세심하게 설계한 정원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의 '자연주의 정원'은 자연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디자인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마크 크리거 스위스 동부 응용과학대학(OST) 교수는 지난 24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의 식물 그리고 식재디자인'을 주제로 한 식물토크에서 자연주의 정원의 흐름과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날 식물토크는 방청객 등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귀포시 신효동에 위치한 '베케' 정원에서 열렸다.
"가드너는 정원과 대화하는 파트너이자 생태학자"
그는 자연주의 정원의 식재 방식과 관련해 두 가지 흐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현지 자생식물만을 이용하는 방식이고, 다른 흐름은 전 세계 식물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러운 식생구조를 모방해 조화롭게 섞는 것이다.
크리거 교수 자신은 "두 방향의 중간지점에서 자연성과 심미성이 공존하는 절충형 자연주의 정원을 실천하고 있다"며 "완벽히 자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장식적 식물도 자연스럽게 스며있다"고 말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24일 제주 서귀포시 베케 정원에서 식물토크를 하고 나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마크 크리거 스위스 동부 응용과학대학(OST) 교수. 2025.10.28. ijy788@newsis.com](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8/newsis/20251028083517492yyek.jpg)
크리거 교수는 독일에서 연구기관 옥상정원, 도시공원 및 강변공원 조성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올해 5월부터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초청정원 작가로 참여했다.
그는 기후위기 시대의 정원에 대해 "새로운 기후 조건에 맞는 '하나의 종'을 찾으려 하지 말고 다양한 종이 함께 저항성을 갖는 '식물 군집'을 만들어야 한다"며 "병해충이나 온도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는 다양성 기반의 회복력이 미래 정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주의 정원, 세계적인 흐름이 되다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에 절정을 이룬 바로크 정원은 중심축을 기준으로 완벽한 대칭, 광대한 축선, 인공적 자연을 강조했다. 정원은 왕의 절대 권력과 질서의 표현이었다.
인공적 질서에 대한 반발로 '자연스러운 풍경'을 추구한 영국식 풍경정원이 18세기 산업혁명과 계몽사상의 영향으로 대두했으며, 19세기에는 도시화에 대응한 공공공원 운동, 20세기에는 조경이 전문분야로 발전하면서 기능성, 생태, 환경복원이 강조됐다.
현대의 정원은 예술·생태·치유·공공성을 함께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자연주의 정원이 커다란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자연주의 정원은 인공적 질서나 대칭적 설계보다는 자연의 형태·리듬·생태적 과정을 따르며,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해 자연과 조화롭게 보이도록 만든 정원을 말한다.
공간 구성은 비대칭, 자유곡선이고 생태적 군락감을 강조한다.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며 '디자인되지 않은 듯 보이는 디자인' 즉 자연스러움을 인공적으로 재현한다. 생태복원·지속가능성·기후위기 대응의 실천적 정원 양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자연주의 정원의 아이콘, 피트 아우돌프·나이절 더닛
![[제주=뉴시스] 자연주의 정원의 대가인 피트 아우돌프(왼쪽에서 두 번째)가 네덜란드 훔멜로에 설계한 정원. 이 정원은 다년생 초본과 그래스 중심으로 식재해 '디자인된 야생' 이라는 개념을 구현했다. 여러 종이 함께 자라는 군락을 설계해 생물다양성과 생태회복력 전략을 보여준다. (사진=더가든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8/newsis/20251028083517650gosv.jpg)
아우돌프는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내 자연주의 정원 조성을 2022년 마무리 한 후 지난해 현장을 방문해 식재경과 생육 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과의 인터뷰에서 "정원은 고정된 아름다움이 아니라 생명과 시간이 흐르는 과정으로 봐야한다"며 "자연주의 정원은 단순히 미적 트렌드가 아니라 기후변화, 생물다양성감소 등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자연주의 정원가로 셰필드대학교 나이절 더닛 교수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파크, 2017년 런던 바비칸 에스테이트 가든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런던 올림픽파크는 초본식재와 생태디자인의 결정체로 도시 자연주의 붐 확산에 기여했다. 바비칸 에스테이트 가든은 콘크리트 단지에 자연주의 식재를 도입해 도시에 야생성을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주=뉴시스] 25일 오후 영국 런던의 바비칸 에스테이트 정원의 모습이다. 나이절 더닛은 이 정원을 조성하면서 대칭이나 화려한 꽃 중심의 고전적 정원양식 대신 얕은 토양, 옥상, 포디움 등 도시의 특수한 조건을 활용한 자연주의 식재를 했다. 식물이 스스로 자리 잡고, 군집을 형성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반영됐다. (사진=독자 임혜성씨 제공) 2025.10.28. photo@newsis.com](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8/newsis/20251028083517817pkor.jpg)
더닛 교수는 지난 2월 '영국 가든' 잡지와 인터뷰에서 "자연주의 정원을 단순히 '자연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 기후조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식물 군집 기반으로 생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꽃이 중심인 화려한 정원보다는 잎, 줄기, 질감 중심을 강조하고 있으며 지역 식물만 고집하기보다는 기후적응성과 다양성을 갖춘 식물 구성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 자연주의 정원을 단순히 자연을 재현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담은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 본질은 통제나 완벽함이 아닌 자연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시간·변화·공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데 있다.
자연주의 정원, 지역식생과 기후에 대한 관찰과 이해에서 출발
제주지역에서도 이런 자연주의 정원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으나 아직은 낯설다. 크리거 교수는 제주지역 곶자왈(용암암괴 지대에 형성된 숲)과 농촌지역 등을 둘러보고 나서 "화산암 지형은 매우 어둡고 강렬하고, 그 위에 피어난 식생이 극명한 대비를 이뤄 인상적"이라며 "돌과 바람, 모두가 자연주의 정원의 디자인 요소다"라고 말했다.
![[제주=뉴시스] 마크 크리거 스위스 동부 응용과학대학(OST) 교수 등이 지난 23일 제주시 교래곶자왈을 방문해 식생과 지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장훈 천리포수목원 전문위원 제공) 2025.10.28. photo@newsis.com](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8/newsis/20251028083518010uidk.jpg)
베케정원 설계자로 국내 자연주의 정원의 선구자인 김봉찬 더가든 대표는 "제주에서 자연주의 정원은 오름 초원과 곶자왈, 한라산 숲 등의 생성원리, 질서를 배우고 관찰하고 이해는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좋은 정원 디자인은 자연의 과정을 존중할 때 비로소 아름다워진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y788@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은지, 기상캐스터 시절 '그 사람' 저격 "안 봐서 좋아"
- 이재룡 음주사고 10분 전 CCTV 공개됐다
- 커피믹스 15봉…쯔양 '넘사벽 먹방' 또 터졌다
- MC딩동에 머리채 잡힌 女 BJ, 결국 고소 "전치 2주…정신과 상담"
- 문원♥신지, 웨딩 촬영 "애정 어린 염려 잘 알아"
- '성폭행 혐의' 남경주 불구속 송치에…홍익대 "교수직 인사 조치"
- 우지원 딸, 메기녀로 등장…美 명문대서 미술 전공
- "50평 아파트 드립니다"…유튜버 보겸, 람보르기니 이어 역대급 구독자 이벤트
- '혼전임신' 김지영 "산후조리원 1000만원 너무 비싸…韓 유별나"
- '세종문화회관 전시' 박신양, 유명세로 그림 판다? 해명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