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들깨, 고소하고 진하게 풍겨오는 향과 식감…아, 이것이 바로 ‘가을의 맛’

관리자 2025. 10.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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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들깨
나물·김 등에 곁들이는 들기름
오메가 -3 지방산 함량 압도적
고기·생선에 깻잎향 잘 어울려
‘모용’ 있어 까끌한 식감 매력
서울 지하철 9호선 언주역 근처 주점 빨대포차에서 내는 들깨송이튀김과 김부각. 들깨의 향과 가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들깨가 빠진 한국인의 식탁은 상상하기 어렵다. 뜨끈한 밥에 간장 한숟갈, 들기름 한숟갈만 둘러 비벼 먹으면 그 고소한 맛에 반찬이 필요 없다. 나물을 무칠 때도, 김을 구울 때도 마지막 여운을 주는 향은 늘 들기름 몫이다. 메밀국수를 삶아 간장·김가루에 들기름을 넉넉히 넣고 비비면 요즘 미식가들이 찾는 들기름 막국수가 완성된다.

들깨는 씨앗과 잎이 모두 주인공이다. 씨앗을 거두어 기름을 짜거나 가루로 쓰는 종실용 들깨는 껍질이 비교적 부드러워 가루를 내기 쉽고 기름 함량이 많다. 성숙한 들깨 종자는 무려 40%가량이 기름 성분이니 작은 씨앗이지만 알차게 영양을 품고 있는 셈이다. 반면 잎들깨는 향과 잎 수량이 풍부하지만 종실 수량은 적다. 수확 시기도 달라서 보통 종실용보다 20일 이상 늦은 10월말∼11월초에 본격 수확한다.

들깨는 중국과 인도가 원산지인 일년생식물로, 8∼9세기 일본으로 건너가 시소(shiso)라는 이름을 얻었다. 들깨와 시소는 둘 다 박하과(민트과) 허브로 같은 종의 서로 다른 계통이다. 깻잎 특유의 상쾌한 허브향은 리모넨과 페릴라케톤 같은 방향성 성분이 만들어내는 복합적 향이다. 반면 일본의 시소는 페릴알데하이드 성분이 주를 이뤄 시트러스(감귤류)나 나무향이 두드러진다. 베트남에서도 깻잎을 먹는데 향은 우리가 먹는 깻잎보다 훨씬 강한 편이다. 꿀풀과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들깨 외에도 서양 요리에서 주로 쓰이는 민트·바질·로즈메리·타임이 포함된다. 인류가 먹는 음식은 따져볼수록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다.

들기름은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해 체내에서 염증성 물질의 생성을 억제한다. 농민신문DB

들기름은 영양 면에서도 주목받는다. 알파리놀렌산(ALA)이라는 오메가 -3 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두유·옥수수유·참기름 같은 다른 종자유가 오메가 - 6 계열의 리놀레산을 50% 이상 함유한 것과 달리 들기름은 ALA 함량이 압도적으로 높다.

우리 몸에 들어온 ALA는 일부가 EPA로, 더 적은 일부는 DHA로 전환된다(EPA와 DHA도 오메가 - 3 지방산이다). 전환율은 8∼20%가 EPA로, 0.5∼9%가 DHA로 높지 않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일이 벌어진다. ALA가 EPA로 바뀌는 과정에서 염증성 물질 아라키돈산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현대인의 식생활은 오메가 - 6 지방산 과잉 섭취로 기울어지기 쉽다. ALA가 풍부한 들기름은 지방산 균형을 바로잡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깻잎은 향과 식감으로 먹는 음식이다. 다른 채소처럼 베타카로틴과 칼슘·칼륨이 많지만 한번에 먹는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상쾌한 향으로 고기나 생선을 먹을 때 맛의 균형을 잡아주기에 곁들여 먹는 경우가 더 많다. 깻잎은 표면에 모용(毛茸)이라는 솜털이 있어 까끌까끌한 식감을 낸다. 이런 식감이 싫어서 깻잎을 뒤집어 쌈을 싸 먹는 사람도 있다. 뒷면에 모용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깻잎 특유의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까칠함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언주역 근처에 있는 빨대포차에서는 솜털이 보송한 꽃송이가 몽글몽글 달린 들깨송이에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다. 살짝 식으면 들깨향이 더 진하게 올라온다. 깻잎과 들깨의 향과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요리다. 계절의 맛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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