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만으론 안된다…호텔·리조트, 'F&B'에 올인
체류형 소비 경험 확대…외부 고객 유인
"높은 고정비 부담…운영 효율화 필요"

호텔·리조트 업계가 식음료(F&B)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숙박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체류형 소비 경험을 확대해 투숙객은 물론 외부 방문객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원가 부담과 낮은 회전율에 따른 수익성 문제는 여전한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사업 다변화
최근 호텔·리조트 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F&B'다. 객실 공급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객실만으로 수익을 내던 기존 사업 구조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미식 콘텐츠' 육성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서울신라호텔은 지난 2월부터 매 분기마다 '신메뉴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레스토랑 셰프들의 신선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취지로 기획된 행사다. 현재까지 품평회를 통해 총 68개의 메뉴가 출품됐다. 이 중 6종은 추가적인 개발 과정을 거쳐 실제 판매로 이어졌다. 이달 품평회에서 1위를 차지한 '누아 트러플 케이크' 역시 연내 패스트리 부티크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신라호텔은 각 레스토랑에 현지 출신 셰프를 배치해 정통성도 강화하는 중이다. 일례로 홍콩 미쉐린 레스토랑 출신인 리자원 셰프는 대표 레스토랑 '더 파크뷰'에서 딤섬을 담당하고 있다. 일식당 '아리아께'의 경우 일본 스시 명장인 기무라 마사시 셰프 제자인 스즈키 요시히로 셰프가 맡고 있다. 다음 달에는 신라모노그램 다낭 셰프를 초청해 베트남 메뉴도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고객 경험 확장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시그니엘 부산의 프리미엄 베이커리 '패스트리 살롱'에 프랑스 출신 파티시에를 영입했다. 오는 11월에는 롯데호텔앤리조트가 국내에서 운영 중인 모든 중식당에서 동일한 코스 메뉴를 경험할 수 있는 '만추미식'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음식과 기술을 결합한 '푸드테크'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주방 자동화 솔루션과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를 외식 서비스 사업에 활용해 '테크 레스토랑'이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맛과 서비스를 표준화해 식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취지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아직 부족하다
업계는 향후 F&B 부문이 브랜드의 차별화를 이끄는 핵심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숙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잠을 자는 공간'보다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F&B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성장축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수익성 확보는 난제다. 호텔·리조트 업계가 운영하는 F&B는 통상 전문 인력 유지와 고급 식재료 사용에 들어가는 만큼 비용 부담이 크다. 여기에 사전 예약제에 따른 한정 운영 등 고객이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을 전제로 설계했다. 따라서 테이블 회전 속도가 낮다. 고객 만족도는 높지만 성과로 연결시키기 어려운 이유다.

이는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로 호텔롯데 호텔사업부의 지난 2분기 F&B 매출은 84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0억원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억눌린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호텔·리조트 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지난 2023년과 비교하면 36.1% 감소했다.
호텔신라도 객실과 비교했을 때 F&B의 매출 증가 폭이 크지 않았다. 2분기 기준 호텔신라의 F&B 매출은 556억원이다. 2년 전보다 8.7% 증가한 수치다. 다만 객실 부문 매출이 676억원에서 759억원으로 12.2%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더디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호텔·리조트의 F&B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운영 효율화와 고객 맞춤형 기반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고객 데이터에 기반해 체류 시간대별 메뉴를 다양화하거나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브런치, 디너 코스를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고급화라는 일변도 전략보다 메뉴 구성과 서비스 범위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리조트 업계의 F&B는 맛에 대한 경쟁 뿐만 아니라 공간을 사고 파는 경험, 브랜드 이미지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그 안에서 수익 구조와의 균형점을 찾고 고객이 머물러야 할 이유를 만드는 전략이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서영 (s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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