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상태' 경주 숨 막히는 긴장감…'닫힌 경호, 높은 경호' 아쉬운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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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경북 경주시 신평동 보문관광단지 내 보문호에서 해양경찰특공대의 작고 빠른 배 두 척이 하얀 물보라를 뿜어내며 쉴 새 없이 물살을 갈랐다.
보문호는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무대인 보문관광단지의 가장 중심에 자리한 인공호수.
이날 오전 9시부터 보문단지를 비롯한 경주 전역은 비행금지구역으로 묶였다.
이날 찾은 보문단지 일대는 교통경찰관이 차량 통행을 제한했고, 경주 시내 도로와 인도 곳곳에는 차량 검문검색 장비와 안내판 등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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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의장·호텔은 철제 가림막
경주 전역 비행금지구역으로 묶여
육상은 경찰특공대·장갑차 배치
경찰 비상 단계 '최고'…교통 통제
"신라 유산·보문호 풍광 가려졌다"

27일 오후 경북 경주시 신평동 보문관광단지 내 보문호에서 해양경찰특공대의 작고 빠른 배 두 척이 하얀 물보라를 뿜어내며 쉴 새 없이 물살을 갈랐다. 보문호는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무대인 보문관광단지의 가장 중심에 자리한 인공호수. 해경은 APEC 정상회의 기간 수중 침투 테러와 불법 선박의 접근을 막기 위해 바다에서 불법조업 단속에 투입하던 고속특수기동정과 특공대원들을 보문호에 배치했다. 혹시 모를 수중 폭발물을 확인하기 위해 축구장 230개와 맞먹는 165만㎡ 면적의 보문호 바닥을 샅샅이 뒤졌고, 수중드론(ROV)을 활용해 물속까지 24시간 감시체계를 가동 중이다.
APEC 정상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경주역을 비롯해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와 호텔이 몰려 있는 보문단지 일대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실상 최고 수준의 보안·경비 태세다. 정상회의장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경광등을 켠 경찰 순찰차와 사이드카가 수시로 오가고, 화백컨벤션센터와 각국 관계자들이 머물 호텔 주변에는 인도를 따라 2m 높이의 철제 가림막이 설치됐다. 소방 헬기, 해양경찰 특공대 폭발물 처리반 차량 등 각종 장비도 곳곳에 배치돼 삼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7월 대통령경호처는 APEC 정상회의 때도 이재명 정부 경호 철학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실천하겠다고 했지만 보문단지 주변은 하늘과 땅, 호수까지 모두 '진공 상태'가 됐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보문단지를 비롯한 경주 전역은 비행금지구역으로 묶였다. 다음 달 2일 오후 11시 59분까지 드론 같은 초경량 비행장치까지 모두 금지다. 경찰특공대는 안티드론 차량과 재밍건(전파 교란총)을 회의장, 숙소, 경주역, 불국사 일대에 배치해 불법 드론을 무력화한다. 드론이 침입하면 통제 전파를 쏴 조종권을 잃게 하거나 지정 구역 밖으로 밀어낸다. 헬기 부대도 공중 테러 가능성에 대비한다. 경찰 관계자는 "허가받지 않은 드론을 날려 적발 시 조종자는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고 경고했다.
육상에는 경찰특공대와 장갑차까지 배치됐다. 최고경영자(CEO) 행사가 시작되는 28일부터 정상회의가 끝날 때까지 경북과 부산 일대 경찰력을 100% 동원할 수 있는 비상 단계 중 최고인 '갑호 비상’이 발령된다. 하루 최대 동원할 수 있는 경찰 인원은 2만2,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행사 기간 경호·경비, 교통관리, 기습 시위 방지 등에 투입된다. 특히 180명의 경찰특공대가 장갑차와 함께 회의장 주변에서 자생적 테러리스트나 폭발물 테러에 대응한다.
교통 통제도 시작됐다. 이날 찾은 보문단지 일대는 교통경찰관이 차량 통행을 제한했고, 경주 시내 도로와 인도 곳곳에는 차량 검문검색 장비와 안내판 등이 설치됐다.

일각에서는 경주의 자랑인 문화유산과 보문단지의 풍광이 가려져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라 천 년의 문화를 보여주는 국립경주박물관 중정에 80억 원을 들여 만찬장을 지었는데, 정상회의를 한 달여 앞두고 공간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만찬 장소는 라한셀렉트 경주호텔로 변경됐다. APEC 기간 경주 시내에서 예정됐던 대형 불꽃쇼도 경호와 안전을 이유로 행사 이후로 연기됐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페이스북에서 "경호 안전을 워낙 강조하다 보니 호텔 주변이 가림막으로 꽁꽁 둘러싸여 아름다운 조경과 경관을 가릴뿐더러 답답한 느낌마저 준다"며 "전국에서 시위대가 몰려온다니 이해는 가지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낮은 수준의 열린 경호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일까요"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주=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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