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국은 일본이 아니다”… 기업이 美투자 주도 EU모델 거론
“美 도움 되고 韓도 수용할 방안 모색”
현금 투자 중심 日모델과 거리둬
안보실 3차장 “APEC 타결 어려워”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관세 협상 사례가 또 다른 ‘준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3500억 달러(약 502조 원) 대미 투자 펀드의 구조·집행 방식 등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금성 투자 중심인 일본식 모델 대신 민간 기업 주도의 EU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7월부터 석 달을 끌어온 관세 협상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되기는 어렵다는 신호들이 감지되는 가운데 양국 협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李, 기업이 대미 투자 주도하는 EU 모델 첫 거론

이 대통령이 EU 사례를 언급한 건 처음으로, 블룸버그는 “이 대통령이 EU가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한 방식에서 배울 점이 있다며 일본식 무역 합의와의 비교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상황을 반영하면서도 한국이 수용할 수 있고 동시에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모델의 핵심은 정부 주도의 현금성 투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이 투자처를 선정하면 일본 정부가 특수목적법인(SPV) 계좌에 현금을 보내는 일본식 모델과 달리 EU 모델은 민간 기업이 투자하고 EU는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구조다. EU는 7월 미국과 상호관세 및 자동차 품목관세를 15%로 낮추는 무역협정에 합의한 뒤 8월 공동 성명을 통해 이 같은 모델을 최종 확정했다. 공동 성명엔 “유럽 기업들은 2028년까지 미국 내 전략적 분야에 걸쳐 6000억 달러(약 859조 원)를 추가로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미일 관세 합의처럼 투자처 선정이나 이익 배분 등 세부 운용 계획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개별 기업이 필요에 따라 공장 설립 등 방식으로 투자하고 기업이 이익을 챙기는 구조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EU는 현금 투자 모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미는 3500억 달러 투자 구조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투자처 선정이나 수익 배분 문제 등 논의도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협상의 첫 관문 격인 현금 투자 규모에 대한 이견이 해소돼야 투자처 선정, 투자 일정, 이익 배분 등 세부 수치가 확정될 수 있다는 것.
이 대통령이 EU 모델을 언급하면서 8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발표한 1500억 달러(약 215조 원) 대미직접투자(FDI)에 더해 국내 기업이 공장 설립 등으로 미국에 투자하고 수익을 가져가는 방안 등이 향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정부는 국내 기업의 대미 추가 투자를 ‘3500억 달러 투자’에 포함되도록 하는 방식 등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한미 정상회담서 관세 협상 타결 어려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일 열릴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제시한 EU식 관세 합의 모델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27일 외신 간담회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에 대해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차장은 “상업적 합리성과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가를 보고 협상단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김용범 실장 등 경제·통상 핵심 당국자들이 두 차례 방미해 협상을 진행한 뒤 정부 기류가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도 정부가 협상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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