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안에 모래 평탄화… 선수만큼 긴장[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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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멀리뛰기 경기장.
도움닫기 주로를 빠르게 달려온 선수가 구름판을 박차고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가 착지 지점인 모래판에 철퍼덕 떨어졌다.
두 명이 모래판 양옆에 대기하다가 선수 착지 직후 다음 선수 출발 전 약 10초 안에 평탄화를 끝내야 했다.
베테랑 심판은 "모래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착지 흔적이 겹쳐 기록 판정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모래판 중앙이 불룩하게 솟으면 선수가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 있다"며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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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교육하면 3종 심판 자격… 종목에 따라 심판 구성도 세분화
모래판 상태 따라 기록 달라져… 1시간 넘게 모래 맞아가며 정리
심판하고 싶어 휴가내고 오기도

기자는 부산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육상 심판을 맡았다. 19∼22일 나흘을 주경기장 본부석 맞은편 멀리·세단뛰기 경기장에서 보냈다.
육상 심판이라 하면 보통 트랙에서 출발을 알리는 총을 쏘는 ‘스타터’를 떠올리지만, 트랙·도약·로드레이스·투척처럼 종목이 다양한 만큼 심판 구성도 세분화돼 있다. 멀리뛰기 같은 수평 도약 종목만 놓고 봐도, 발구름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심판, 착지 지점을 특정해 스파이크를 꽂는 심판, 기록표 작성과 선수 호출 담당, 풍속 측정 요원 등 15명 안팎이 투입된다. 기자는 이 가운데 모래판을 정리하는 6명 중 한 명이었다. 현장에서는 속칭 ‘고무래’라 불리는 보직이다.
모래를 고르게 정리하는 역할이 단순해 보이지만 만만치 않았다. 두 명이 모래판 양옆에 대기하다가 선수 착지 직후 다음 선수 출발 전 약 10초 안에 평탄화를 끝내야 했다. 10년 넘은 베테랑 심판은 서너 번만 밀고 당겨도 스케이트장처럼 매끈히 정리됐으나, 초심자인 기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늘 울퉁불퉁함이 표면에 남았다. 베테랑 심판은 “모래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착지 흔적이 겹쳐 기록 판정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모래판 중앙이 불룩하게 솟으면 선수가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 있다”며 질타했다. 기록 측정 도구인 스파이크가 꽂히기도 전에 착지 지점으로 모래를 밀어 넣어 평탄화를 시도하다가 종목을 총괄하는 심판 주임에게 호되게 혼난 순간도 있었다. 전국 최고 멀리뛰기 선수를 가리는 무대인 만큼 한 번의 실수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강한 햇볕 아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됐다. 예선과 결선을 합쳐 선수당 6차례 점프 기회가 주어지는데, 15명 이상의 선수가 참가하면 경기 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착지 순간 튀어 오른 모래가 얼굴을 때리고 입안까지 들어가도 털어낼 틈 없이 고무래를 잡아야 했다.
파란 천막 아래 심판석엔 경기 내내 긴장감이 흘렀으나, 심판들 표정에는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심판 상당수가 학생 때 육상 선수를 하다가 은퇴해 지도자로 활동 중이었다. 멀리뛰기 선수 출신으로 고교 체육교사로 30년 넘게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한 심판은 “3년 전부터 전국을 돌며 심판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고무래를 잡은 김한수 씨(51)는 부산본부세관 직원인데 심판으로 활약해 보려고 연차를 냈다. 그는 “너무 긴장해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전국체전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뛰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심판 주임을 맡았던 김상민 씨(48)는 “심판을 맡은 경기에서 한국신기록이 나오고, 공정하게 판정했기 때문이라는 격려를 들을 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심판이 되려면 교육을 거쳐야 한다. 기자는 올 6월 부산육상연맹이 개최한 심판강습회에 참석해 2박 3일 동안 트랙과 도약 등 육상 경기 규칙을 배웠다. 마지막 날 필기시험은 오픈북 형태로 치러졌음에도 풀기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 이렇게 3종 심판 자격을 얻은 뒤 현장 경력을 쌓게 되면 2종과 1종 심판으로 승급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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