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아세안과 초국가범죄 공동 대응키로... '한반도 평화' 지지 견인도

이성택 2025. 10. 2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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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정상, 한반도 평화 정책에 지지 표명
李 "아세안은 이웃사촌"... CPS 구상 발표
한-캄, 스캠 범죄 '코리아 전담반' 내달 가동
한-말레이, FTA 협의 6년 만에 체결도 성과
이재명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왕태석 선임기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구상을 담은 '엔드(END) 이니셔티브'에 대한 참가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한-아세안 정상은 아울러 캄보디아 한국인 대학생 납치 사망 사태로 조명된 동남아시아 거점 초국가범죄에 대한 공동 대응에도 협력키로 했다.

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아세안 11개국이 참여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엔드 이니셔티브'를 설명했다. 엔드 이니셔티브는 북한과의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를 통해 궁극적으로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달성한다는 구상으로,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에서 "(아세안 정상들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내용은 다음 날 공개 예정인 한-아세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북한은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발언하며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가운데, 아세안으로부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의미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 호텔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왕태석 선임기자

한-캄보디아 정상 '코리아 전담반' 가동키로

이 대통령은 앞서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한국인 대상 스캠(사기) 범죄 등에 대응하기 위한 '코리아 전담반' 운영에 합의했다. 강 대변인은 "양국이 한국인 대상 범죄 태스크포스(TF)를 11월부터 가동하기로 했고, 그 명칭은 '코리아 전담반'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 전담반은 한국 경찰이 한국인 대상 취업 사기와 감금 범죄, 본국 상대 스캠 범죄 등에 대응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설치하려고 추진하다가 불발된 코리안 데스크(한인 대상 범죄 전담 경찰관)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지만, 구체적 운영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강 대변인은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캄보디아 내 치안 개선과 한국인 전담반 가동을 계기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등 일부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 하향 검토를 지시하겠다"고 했다. 훈 마네트 총리가 "최근 스캠 범죄 단지 집중 단속 등 초국가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으로 치안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언급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한국 외교부는 한국인 대상 취업 사기와 감금 범죄가 만연하자, 지난 10일 프놈펜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이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최근 법 집행의 사각지대인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스캠 센터 등 조직적 범죄단지가 확산되고 있고, 안타깝게도 많은 청년들이 초국가범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아세안 정상들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 한국 경찰청은 아세아나폴(동남아 지역 경찰 협력체)과의 수사 공조를 통해 조직적 범죄단지를 근절하고, 초국가범죄가 이 지역에서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도록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세안 정상들도 초국가 범죄 공동 대응에 공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아세안을 '이웃사촌'으로 부르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SP)'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아세안의 꿈과 희망을 이루는 조력자(Contributor), 아세안의 성장과 혁신의 도약대(Springboard), 평화와 안정의 파트너(Partner)가 될 것"이라며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 강화를 위한 'CSP 구상'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역내 협력 강화 움직임에도 나섰다. 아세안 정상회의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와 자유무역협정(FTA)과 방위산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019년 양국이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지 약 6년 만의 성과다. 아울러 한국의 방산협력 MOU 체결 국가는 총 52개국으로 늘어났으며, 'K-방산 글로벌 4강 도약'이란 국정과제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매체 '더 스타' 기고문을 통해 한-아세안 FTA 고도화를 제안했다.

이재명 대통령(왼쪽에서 여섯번째)이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안와르 이브라힘(왼쪽에서 여덟번째) 말레이시아 총리 등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왕태석 선임기자

다카이치 日 총리와 조우는 불발

한편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방일 준비를 위해 조기 귀국하며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간 첫 대면은 불발됐다. 중국 정부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 아세안 정상들이 참석한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는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지경학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역내 경제·금융 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1박 2일간 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귀국 후에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쿠알라룸푸르=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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