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AI 거품'을 걱정해야 할까
자원과 자본 AI로 쏠리고 있어
데이터센터 등 전기·물 소비 급증
벤처 자금 절반이 AI로 집중
금융위기, 자본 집중으로 발생
IMF 총재, AI 과잉투자 경고
자원 효과적 배분 가능한 한국
금산분리 완화하면 불안정성 노출
인공지능(AI)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스쿠프가 자원과 자본이 AI로 쏠리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알아봤다. 본격적으로 AI 투자를 집행할 우리나라는 거품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지도 짚어봤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24일 대구광역시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7/thescoop1/20251027185540234mtgn.jpg)
한때 '선택과 집중'이 번영의 상징이었던 때가 있었다.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의 주장대로 선택과 집중은 번영으로 가는 지름길로 보였다. 그런데 좋은 선택은 영원하지 않았다. 집중은 과잉투자를 불러왔다. 이는 자산 가격의 이상 급등이라는 거품과 연결됐고, 시장은 거품 붕괴의 공포로 얼어붙곤 했다. AI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배경에도 자원과 자본의 집중이 있다.
■ AI로 집중되는 전력·수자원=먼저 자원의 집중 사례를 살펴보자. 암호화폐 채굴 광기가 불던 2018년과 2021년을 돌아보면 이 사례를 쉽게 풀 수 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채굴이라는 방식으로 받으려면, 다른 거래에 필요한 수학적인 계산을 대신해 줘야 한다. 이런 계산에 특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가동하는 데는 대량의 전기와 발열을 잡아주는 물이 필요하다.
주권(sovereign)과 AI를 합친 말인 '소버린 AI'를 목표로 하는 나라라면 필요로 하는 전기와 수자원의 양이 암호화폐 채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소버린 AI는 한 국가가 자체 인프라·데이터·인력·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사용해 AI를 생산하는 역량을 일컫는다.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을 포함한 모든 것을 현지에서 개발하려면 많은 수의 데이터센터, AI컴퓨팅센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형 데이터센터의 경우, 한 곳이 대략 연간 10메가와트(㎿h) 이상 전기를 쓴다. 일반적으로 전기 1㎿h를 추가로 생산하는 데 1000만 달러가 든다(IEA). 미국 아마존의 펜실베이니아 데이터센터는 약 1.6㎞ 떨어진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96.7기가와트(GW)의 전기 중 20%를 쓰고 있다.
전기는 그나마 돈을 쓰면 더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대형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잡는 데 필요한 물은 돈을 쓴다고 더 만들 수 없다. 2021년 미국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한 곳당 연간 1440만㎥의 물이 필요하다(환경 매체 그리스트). 최근 아마존이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량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배경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AI 거품을 불러일으킬 만큼 '자원'을 집중하고 있을까. 2021년 우리나라의 연간 공업용수 규모는 16억㎥로 대형 데이터센터 100개를 운영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는 전기와 수자원 집중 문제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가AI컴퓨팅센터를 유치한 전남 해남 솔라시도(solarsedo)의 입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솔라시도의 지구별 개발계획을 보면 삼포·삼호·구성지구 모두 바닷가를 끼고 있다. 농업이나 공업용수를 끌어 쓸 필요 없이 바닷물로 발열을 잡겠다는 뜻이다.
![[사진 |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27/thescoop1/20251027185541509tmld.jpg)
전력 관점에서 보면 이득이 많다. 더구나 우리나라 지방은 전력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적어서 전기가 남는 지역이 많다. 전남은 2023년 6272㎿h를 생산해 3398㎿h를 소비해 잉여전력이 2874㎿h나 된다. 자원이든 전력이든 AI 거품을 부추기는 자원의 집중 문제에선 자유롭다는 거다. [※참고: 기업도시 솔라시도는 태양의 Sol, 호수의 La(ke), 바다의 Sea, 도시의 도(Do)를 각각 따서 만든 명칭이다.]
■ 자본 집중과 금융=이처럼 자원의 집중 여부는 '위기'를 가늠하는 변수 중 하나다. 이번엔 자본(금융) 측면에서 이 이야기를 해보자. 자본 집중의 무서움을 보여줬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로 가보자.
미국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자 비은행 금융회사인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대출 전문회사부터 비우량(서브프라임) 대출자로까지 대출을 확대했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투자은행들은 우량과 비우량 주담대 채권을 섞어서 담보로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파생상품을 다수 만들어 비싸게 팔았다.
그런데 집값이 내려가 비우량 주담대의 연체율이 치솟자, 이를 담보로 발행된 주택저당증권(MBS)과 이와 연계된 다른 파생상품들이 모조리 부실해졌다. 금융위기 직전 사상 최대인 1조9500억 달러에 달했던 미국의 MBS 발행 잔액은 2009년 10월 9580억 달러로 축소됐다. 거품 붕괴의 영향이었다.
이번 자본의 집중 문제는 AI 마켓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0월 10일 "AI 과잉투자가 금융 불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전띠를 매라"고 충고했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린샤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월 15일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을 언급하며 "1990년대에는 인터넷이었고, 지금은 AI가 그렇다"고 직격했다.
■ 韓 금산분리 완화?=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본이 AI에 집중되고 있는 걸까. 올해 AI 관련 기업들에 몰린 투자금은 8월 15일 현재 1180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투자금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 세계 벤처케피털 자금의 48%가 AI 회사들에 집중적으로 투입됐다(크런치베이스). 일본 사모펀드 소프트뱅크가 8월까지 401억 달러(약 58조1450억원) 자본을 AI에 투자해 1위를 달리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물이나 전력처럼 AI 자본 집중과도 아직은 거리를 두고 있다. AI 민관펀드도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전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은 다소 우려된다.

금산분리 완화는 단순히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더 소유하게 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20년 12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서 재벌그룹 등 일반지주회사도 벤처캐피털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지분을 100% 소유하고, 부채비율에 상한을 정해놓는 등 규제의 범위 안에 있다. 하지만 금산분리를 완화하면 바로 이 자본이 막대한 차입 등을 통해서 AI에 투자를 집중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 결과가 '선택과 집중'의 좋은 예로 남을지, 아니면 금융위기의 전조가 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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