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동료 기자들 향해 "수박들 문제다" 특파원 감사 착수
전 대외협력 간부이자 현 특파원, 최민희 과방위원장에게 "MBC 수박들 문제"
MBC 기자회 "특파원이 왜 과방위원장과 메시지 주고받고 회사 상황 보고하나"
언론노조 MBC본부 "엄중 조치 있어야"…MBC 감사실, 특파원 감사 착수 예정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대외협력 간부를 맡았던 현 MBC 특파원이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에게 MBC 기자들을 “수박들”이라고 표현한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MBC 기자들이 “수많은 기자들을 특정 정치세력에 줄 댄 자들로 낙인찍었다”며 “MBC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MBC는 해당 특파원 관련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MBC 기자회는 지난 24일 사내에 올린 성명서에서 “어제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최 위원장이 MBC 해외 특파원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포착됐다. 그 내용은 믿기 어려울 만큼 부적절했다”며 “최 위원장은 자신의 부당한 행위에 항의한 MBC 기자들의 성명서를 두고 '국힘에는 못 대드는 쫄보'라며 조롱했고, 해당 특파원은 반발하기는커녕 '네, 여기 수박들 문제입니다'라고 맞장구치며 동료 기자들을 멸칭으로 불렀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4일 미디어오늘은 최 위원장과 현재 MBC 특파원이자 과거 대외 협력 간부를 맡았던 A기자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확인해 보도했다. 최 위원장이 A기자에게 “누군가에게 이르고 성명서 내고 웃깁니다”라며 “쫄보”, “국힘(국민의힘)에는 못 대들고…”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A기자는 “네 여기 수박들 문제입니다. 박성제 사장 때도 주류가 그랬고요”라고 답했다. '수박'은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이 아닌 이들을 가리키는 비하 표현으로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다.
A기자는 뒤이어 “그래도 보도국장도 그렇고 상식 가진 후배들도 상당수 있고 다들 상황 전개에 걱정하고 있습니다”라며 “이번 일 어떤 식으로라도 풀어야 하고 무슨 방법이 있을지 제가 좀더 의논해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A기자는 지난 23일 오전에도 최 위원장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내 “사내에서 경영진이 뭔가 입장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이 꽤 많다고 합니다”라며 “안 사장(안형준 MBC 사장)은 언론사에서 공헌이 큰 분을 직접 거명할 수 없는 입장이고 포괄적으로 간단한 사내용 메시지를 내는 걸로 생각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메시지는 최 위원장이 지난 20일 비공개로 진행된 과방위 MBC 업무보고 자리에서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명령해 논란인 가운데 확인됐다. 최 위원장은 보도본부장을 지목해 본인 보도 관련 문제를 제기했고, 보도본부장이 '개별 보도에 대한 질의는 부적절하다'고 답하자 퇴장을 명령했다. 그러자 지난 21일 MBC 기자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언론 자유 위협'이라며 최 위원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최 위원장은 MBC가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편파보도를 했다며 국민의힘 행태는 침묵하고 본인 질의만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MBC 기자회는 24일 성명에서 “A기자는 임의로 동료를 갈라치고 줄 세웠다. 최 위원장이 묻지도 않았는데 '이번 일을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하는지 의논해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나섰고 사장과 보도국장의 동향을 보고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며 “우리는 그가 말한 '상식 가진 후배들'이 누구를 뜻하는지 알지 못하나 기자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와 책임을 저버렸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 기자회는 이어 “그는 국회를 담당하는 정치부 기자도 아니고 회사의 대외업무를 맡고 있지도 않다. MBC를 대표해 해외 현장을 취재해야 할 특파원이 왜 과방위원장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심지어 회사 내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있는가”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현장에서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수많은 기자들을 특정 정치세력에 줄 댄 자들로 낙인찍었고, 부당한 언론 탄압에 맞서는 동료들의 목소리를 '상식 없는 행위'로 매도했다. 오랜 시간 쌓아온 MBC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MBC 기자회는 “이대로 그가 해외 현장에서 MBC를 대표해 기사를 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회사 측에 즉시 A기자를 본사로 불러 진상 조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조재영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홍보국장도 27일 미디어오늘에 “MBC본부에서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고 회사에서 진상 조사를 바로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 받았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엄중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 측은 같은 날 미디어오늘에 “A기자를 소환해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A기자는 기자회 측에 메시지가 일부만 공개돼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조사에 응해 소명하겠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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