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테이블코인 해례본이 필요하다

2025. 10. 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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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하면서 오늘날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글로벌 신드롬을 상상했을까.

유럽은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준거토큰(ART) △전자화폐토큰(EMT)으로 구분하고, 기능에 따라 차등 규제를 적용했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의 근원적 리스크인 발행사의 파산 또는 디페깅 위험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두껍게 함으로써 전체 제도의 신뢰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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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이 없었다면
한글, 궁궐 담장 못 넘었을 것
스테이블코인도 새 금융언어
보급위한 정교한 해설서 필요
김광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전국은행연합회장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하면서 오늘날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글로벌 신드롬을 상상했을까. 600년 전 군주가 새로운 글자를 만들며 전 세계인이 따라 부르는 노랫말로 쓰일 것이라 예견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글 가사의 뜻을 알아보기 위해 번역기를 돌리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며, 영화 촬영지를 찾아 나서는 현상은 이제 일상이 됐다.

훈민정음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로까지 확산되는 최초 시작점에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있었다. 세종은 창제 목적과 원리를 기록하고, 이를 적극 보급했다. 관리 선발 시험에 포함시키고, 궁중 여성들에게도 학습을 권장했다. 만약 창제만 해놓고 보급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여전히 한자가 공식 문자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금융권에는 기존 질서를 흔드는 또 하나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으나, 대부분 안전한 '발행' 규제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발행'만큼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유통'이며, 이를 전담하는 주체에 대한 차등 규제나 특례 조항도 심도 깊게 고려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적 활용은 지급결제다. 하지만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 제정된 법으로 블록체인 기반 결제 수단을 담아내기 어렵다. 현 체계대로라면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으로 묶여 특정금융정보법의 과도한 규제를 받거나,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분류돼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기 어렵다.

외환거래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경 간 결제나 무역 대금 정산은 현행 외환법의 포지티브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상당 부분 불법 영역에 해당된다. 이 경우 이용자들은 결국 제도권 밖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합법적 경로를 열어주고 불필요한 중복 규제를 제거해 투명한 시스템 안으로 유도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시장법(MiCA)'은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유럽은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준거토큰(ART) △전자화폐토큰(EMT)으로 구분하고, 기능에 따라 차등 규제를 적용했다. 리스크가 낮고 사회적 효용이 명확한 지급결제 목적의 스테이블코인을 투기적 성격의 가상자산과 분리해 기존 규제 체계 안에서 일관성 있게 규율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을 안전하게 검증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어 합리적이라 평가된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의 근원적 리스크인 발행사의 파산 또는 디페깅 위험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두껍게 함으로써 전체 제도의 신뢰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은 오늘도 한 손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들고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화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실물 경제와 연계된 정교하고 실용적인 '스테이블코인 해례본'이 필요하다. 안정성과 혁신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범적인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초석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김광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전국은행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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