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남극 크릴새우 남획 말자는 우크라 학자에 “반역죄” 체포

천호성 기자 2025. 10. 27. 15:4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학계·환경계 ‘정치 구금’이라며 반발
해양생물학자 레오니드 프셰니치노우. 주오스트레일리아 우크라이나 대사 바실 미로시니첸코 엑스(X)

러시아가 남극에서의 크릴새우 산업에 손해를 끼친다며 70살 생물학자를 ‘반역죄’로 잡아 가뒀다. 과학계, 환경계는 ‘정치 구금’이라며 반발한다.

26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과 미국 해양전문 매체 마리타임 이그제크티브 보도를 보면, 러시아는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크림반도에서 생물학자 레오니드 프셰니치노우를 체포해 반역죄로 기소했다. 프셰니치노우는 남극대륙을 둘러싼 남빙양의 생물자원을 40여년 간 연구해온 해양 전문가다. 연구 경력 대부분을 크림반도의 해양 연구기관에서 보냈고,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한 뒤에도 우크라이나 여권을 유지한 채 가족과 함께 크림반도 케르치에 살았다.

1996년부터는 남극해양생물자원위원회(CCAMLR)의 우크라이나 대표로 활동해왔다. 이 위원회는 남극 해양 생물자원의 이용·보호를 관장하며, 크릴 등의 어획량 할당을 결정한다.

러시아는 프셰니치노프우가 오스트레일리아 테즈메이니아주에서 열릴 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러 출국 준비를 하던 중 그를 체포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그의 변호인에게 전달한 문서에서 프셰니치노우를 “러시아 연방 시민”으로 규정하고, 그가 우크라이나 대표로 위원회에 참석해 ‘적에게 전향했다’고 주장했다.

프셰니치노우가 크릴 남획 제한을 지지해온 것을 두고도 러시아는 “남극 크릴 어업에 대한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을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크릴은 남극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는 갑각류로, 펭귄·고래·물개나 다른 새우 등 수많은 종의 주요 먹이다. 이에 프셰니치노우를 비롯한 해양학자들은 남극에 신규 해양보호구역(MPA)을 설치해 생물 자원을 보전하자고 주장해왔다. 위원회 이번 회의 의제 역시 크릴 보호를 위한 보호구역 지정이었다.

가디언은 “특히 올해 남극 해역에서 크릴 어획량은 사상 처음으로 과학자들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수준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크릴 어업을 주도해온 러시아·중국은 보호구역 신설에 반발해왔다. 마리타임 이그제크티브는 “러시아에는 산업 어업, 특히 크릴 어획이 핵심 경제 활동”이라며 “러시아는 보호구역이 어업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신설에) 지속적으로 반대했다. 러시아·중국은 남극의 엄격한 관리·통제에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프셰니치노우 체포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영국도 “자의적으로 구금된 모든 민간인을 석방하라”고 러시아 정부에 촉구했다.

동료 과학자들 역시 정치적 구금이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해양학자 발레리 파라모노프는 가디언에 “그는 위원회에 대한 공헌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 탁월한 과학자”라며 “그의 유일한 불운은 러시아군의 점령 때 크림반도 케르치에 살고 있었다는 점 뿐”이라고 지적했다.

블루 마린 재단의 댄 크로켓 사무총장은 “그는 단지 크릴 어업이 남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증명했을 뿐인데, 그것 때문에 투옥됐다”며 위원회 회원국들이 나서 그의 석방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