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라고 불러” 60대 재입학생 논란에 떠오른 학교 안전 사각지대
교육 현장에선 “안전 장치 필요”

지난 3월 60대 남성 A씨가 경남 창원의 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했다. A씨는 과거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했으나, ‘인생 철학을 확인하고 진로를 재정비하고 싶다’며 다시 고등학교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동급생들에게 자신을 ‘오빠’라 부를 것을 강요하고, 학급 임원을 맡겠다고 나서며 부적절한 춤과 노래를 일삼았다. 교사에게는 한자로 수업할 것을 요구했고, 동급생들을 ‘예의가 없다’며 학교폭력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A씨에 대해 한 학기 동안에만 8건의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됐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왜 이런 사람을 입학시켰느냐”고 항의했지만, 교육부는 “법적으로 입학을 막을 근거가 없다”는 답을 내놨다.
최근 A씨와 같은 성인 입학생이 늘면서 학교 현장에서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교육부가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전국 고등학교 입학생 중 만 19세 이상은 274명, 이 가운데 60세 이상은 105명이었다. A씨처럼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다시 입학한 경우도 10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31조와 ‘중학교 졸업자 또는 이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 자는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초중등교육법 제47조에 따라 그동안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의 재입학을 제한할 명확한 기준은 없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신원 확인 절차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7조에 따라 교직원은 성범죄·아동학대 전력을 연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조회하지만, 만학도 입학생은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입학 원서 작성 시에도 구체적인 입학 동기나 범죄 경력 등의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현장에서는 성인 재입학생이 늘면서 교권 침해나 학생 간 갈등이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년간 전국 시도교육청에 접수된 성인 입학생 관련 민원은 21건 이상이었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20대 입학생이 수업에 불참하거나 교사 지도를 따르지 않아 한 학기 동안 4건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일부 만학도가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잊고 교사에게 반말하거나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며 “학생과 교사 모두 피로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 입학생 관리·지원 지침은 전무한 수준이다. 각 시도교육청은 관련 지침을 별도로 두지 않고 있으며, 성인 입학생 대상 상담 프로그램이나 갈등 예방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지역 일부 고등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성인 입학생 예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는 극히 드문 수준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만학도의 학습 의지를 존중하되, 청소년이 안전하게 배움의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장은 “헌법상 평등한 교육권 보장은 중요하지만, 미성년자와 성인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만큼 입학 전 간단한 신원 조회나 심사 절차를 도입하는 등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9월 시도교육청 입학담당자 협의체 간 논의를 통해 향후 중·고등학교 기졸업자의 재입학을 제한할 수 있는 법령 해석 기준을 마련했다. 최근 A씨 등 유사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 정비 필요성이 제기돼 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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