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선 세 지도자, 경주 APEC 앞둔 한미일 동상이몽 [김경민의 적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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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주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한미일 3국 리더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서는 상징적 장면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견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경제 성과를 동맹 외교의 성과로 전환하려 한다.
동맹을 신뢰보다 계산의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번 경주 APEC에서도 트럼프의 발언 하나가 시장과 외교를 동시에 흔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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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무대에 선 세 리더, 셈법은 모두 달라
공조의 구호 속 이해의 온도차, 경주에서 첫 교차
신냉전 구도 속 외교 균형점 시험대에 오른 한미일

[파이낸셜뉴스] 27일 경주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한미일 3국 리더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서는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등 각각 다른 생각을 지닌 개성 넘치는 세 지도자가 경주에 모인다. 표면적으로는 '공조'를 내세우지만, 각자 손에 쥔 대본은 판이하다. 이들의 실용외교(이재명), 거래외교(트럼프), 안보외교(다카이치)가 어떻게 조응하고, 미래적 결과를 도출할 지가 이번 회담의 관전 포인트다. 한미일 공조가 시험대에 선 셈이다.
트럼프의 외교는 늘 '숫자'로 귀결된다. 동맹을 신뢰보다 계산의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번 경주 APEC를 거래의 무대로 삼고 있다. 트럼프의 발언 하나가 시장과 외교를 동시에 흔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려를 염두에 둔 듯 다카이치 총리는 '가치동맹 외교'를 내세우며 안보와 경제를 결합한 공세적 외교 기조를 강화하면서 미국에 밀착을 시도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실리와 신뢰 사이에서 균형 맞추기에 초점을 둘 전망이다. 이재명식 실용외교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나쁜 거래보다 거래가 없는 게 낫다(No deal is better than a bad deal)"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를 할 때 즐겨 쓰는 문장이다.
그는 최근 백악관 발언에서 "동맹이라도 불공정한 거래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식 외교는 협상장을 계약서로, 회담장을 흥정대로 바꾼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견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경제 성과를 동맹 외교의 성과로 전환하려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정비하는 국면에서, 그는 한미일 공조를 '정치적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방위비 분담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조정, 무역균형 문제가 비공식 논의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대본은 '실용외교'다. 이 대통령은 "국익은 이념이 아니라 실질적 협력에서 나온다"는 소신을 반복해왔다. 이번 APEC에서도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 등 첨단산업 공급망을 핵심 의제로 삼으며 기술 중심 외교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선명한 문장보다 구체적 성과를 중시한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외교는 국익을 버는 일이지, 말로 점수 따는 경기가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재명식 외교는 속도보다 방향, 연설보다 실무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대미 관계에서는 투자·기술 협력을, 대일 관계에서는 공급망 연계 및 경제안보 협력을 조율하며 한미일 삼각축 속에서도 독자적 이익공간을 확보하려 한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한국형 현실주의'의 외교 모델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 "지키지 못하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라는 말로 외교 철학을 드러냈다.
이번 APEC에서도 대미 공조를 유지하되 '자국 방위력 강화'와 '기술 자립'을 병행하며 일본 외교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시장경제 등 보편적 가치 연대를 강조하면서 미국·인도·호주 등 가치동맹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외교에서 '조용한 공격'을 추구한다. 과거 아베 노선을 이으면서 더 직접적이고 단단한 방식으로 일본의 외교 존재감을 복원하려 한다. 경주는 그에게 새로운 일본 외교의 출발선이자 보수의 외피 속 실용을 확장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세 리더의 동상이몽 속 이번 APEC은 신냉전 시대의 동맹 구조를 가늠하는 리허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 리더 모두 내년 중간선거, 지방선거 등 국내 정치 일정과 맞물려 외교 무대에서 리더십을 증명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세 정상의 리더십이 한 무대에서 충돌하면서도 각국의 계산된 이해가 어떻게 조율될지에 따라 동맹 구조의 균형점이 달라질 전망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각자 새 정부 리더가 처음 대면하는 경주는 외교 셈법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동맹보다 조율이 중요한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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