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NG선박 투자 58조원…‘좌초자산 리스크’ 세계 최고 수준

한국수출입은행(수은) 등 국내 공적금융기관의 화석연료 운반선 투자 비중이 전 세계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등 화석연료 기반 선박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면서, 한국의 공적금융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좌초자산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에너지연구소의 최신 연구 결과를 인용해 작성한 ‘한국의 해운 좌초자산 리스크 노출 분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화석연료 운반선 투자 비중은 전체 해운 투자 가운데 71%로 전 세계 평균(24%)보다 2.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은은 전체 해운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을 화석연료 운반선으로 채웠다. UCL 연구팀은 수은을 “화석연료 운반선이 포트폴리오를 지배하는 극소수 금융기관”으로 꼽으면서 한국 공적금융기관이 좌초자산 리스크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좌초자산은 기존에는 경제성이 있어 투자가 이뤄졌으나 시장 환경 변화로 인해 가치가 하락하고 부채로 전락하는 자산을 뜻한다.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석유화학, 조선 등 온실가스 대량 배출 산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에 따른 탈탄소 전환이 빨라지면서, 화석연료 운반 선박은 향후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후솔루션이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수출입은행 제출 자료를 토대로 국내 공적금융기관의 해운금융 노출 규모를 분석한 결과, 수출입은행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LNG 운반선에 41조3000억원(대출 13조원·보증 28조3000억원)을 지원했다.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전체 5개 공적금융기관의 LNG 운반선 지원 규모는 총 58조8000억원에 달했다.
기후솔루션은 “전체 지원 건수의 17%는 용선계약조차 없는 투기성 발주”라며 “2021~2022년 LNG선 발주 급증기에 보증을 받은 선박들이 2024~2025년 대거 인도되고 있어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했다. UCL은 “LNG 운반선은 좌초자산 리스크가 가장 높은 선종”이라며 “향후 몇 년 내 운항을 시작할 이 선박들은 이미 침체된 시장에 진입하게 될 것이며 운항 시작 전에도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주요 선진국은 좌초좌산 리스크에 대비해 화석연료 금융에 ‘제동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투자은행(EIB)과 영국 수출입은행(UKEF)은 2021년부터 LNG 선박 금융을 중단했다. 덴마크 수출신용기금(EIFO)도 2022년부터 LNG 선박 금융을 중단했고, 독일재건은행(KfW)은 화석연료 프로젝트 금융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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