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실패하면 정권재창출 없어”…조국이 다급한 이유
세제 개편하면 지방선거·총선 때 조세저항
지방선거 중시하는 민주당, 대선 바라보는 조국혁신당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민심이 악화되자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엇갈린 처방을 내놓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월 20일 “눈치 보지 않고 말씀드리겠다”며 “(2026년 6월) 지방선거보다 주택시장 안정이 먼저이며, 주택시장 안정에 실패하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가격, 특히 강남 아파트 가격은 비정상이라고 지적하고, ①강남권에 양질의 초고층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 조성 ②다주택자의 주택 매도 유도 ③보유세 정상화와 거래세 완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똘똘한 한 채’에 주는 지나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10월 21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주택시장안정화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TF 단장을 맡은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연말까지 시·군·구별 구체적 주택공급 세부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조국 위원장이 주장한 세제 개편 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같은 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아직 정부 측에서 세제 개편과 관련한 공식적 얘기가 등장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급·금융·세제 등 3대 주택시장안정 대책 중 금융 대책은 이미 시행됐고, 공급 대책은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대책이므로, 결국 초과수요를 신속하게 억제하려면 세제 대책의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조국 위원장이 주장한 세금 대책이 민주당과 대통령실의 발표에는 왜 빠져 있을까? 전문가들은 조세 정책이 갖는 독특한 성격과 양측의 선거 전략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조세저항 줄이려면 3년 걸린다
정부나 한국은행이 사용하는 경제정책은 크게 보면 ①시중의 돈을 걷어 들이는 조세정책 ②걷어 들인 돈을 사용하는 재정정책 ③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조절하는 통화정책(금리정책)으로 나뉜다. 그런데 이 3가지 정책은 시행 후 효과를 나타내는데 걸리는 기간이 다르다.
전통시장 상품권 발행과 같은 재정정책은 시행 후 6개월 내에 효과가 나타난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금리 인상 혹은 인하)은 6~9개월 후에 성패 여부가 드러난다. 반면 조세정책은 안착되어 납세자들이 익숙해지는데 3년 정도 걸린다.

예를 들어 주택은 취득 단계에서 취득세를, 보유 단계에서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양도 단계에서 양도소득세를 각각 낸다. 이 중 취득세와 양도세는 주택을 사고 팔 때 한 번 내며, 재산세(7월과 9월)와 종합부동산세(12월)는 매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납세자들이 정부의 증세 정책을 체감하는 시기는 고지서를 손에 쥐고 통장 잔액과 비교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보유세를 인상할 경우 매년 7월, 9월, 12월에 가장 조세저항이 심하다. 한 조세정책 전문가는 “그동안 내던 세금이 조금 오르는 것 보다, 안내던 세금을 집값이 오르는 바람에 새로 내게 되는 납세자의 반발이 가장 크다”며 “주택 관련 세제를 개편할 때에는 이 점을 가장 고려한다”고 말했다.
조세저항은 첫해에 가장 크고, 이듬해에 약간 수그러들며, 3년째에는 납세자들이 대체로 수긍한다. 정책 시행 후 3년쯤 되어야 새로운 조세 제도가 안착되면서 납세자들이 향후 주택을 살 때 늘어난 세금 부담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매수·매도를 결정하게 된다는 뜻이다.
3년 후 선거를 걱정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범여권인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이 향후 치러야 하는 주요 선거는 2026년 6월 지방선거, 2028년 4월 총선, 2030년 4월 대통령 선거이다. 정부와 여당이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지금 당장 세금 인상 정책을 결정한다면 향후 2년 간격으로 이어지는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재산세는 매년 7월과 9월에 부과하므로 2026년 7월과 9월에야 증세가 가능하다. 종합부동산세는 매년 12월에 납부하지만, 대상자 선별, 고지서 인쇄 및 배달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올해 증세는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보유세를 인상한다면 사실상 내년에야 가능하다. 이 경우 2026년 하반기와 2027년 하반기의 조세저항 시기를 거쳐야 한다. 2026년 상반기의 지방선거는 그럭저럭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2028년 상반기의 총선이 악영향을 받는다. 다만 내년에 보유세를 인상하더라도 3년쯤 지나면 새 제도가 안착되기 때문에 2030년 대선은 조세저항 없이 치를 수 있다.

보유세와 달리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시행 즉시 효과를 발휘한다. 예컨대 양도소득세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똘똘한 1채’ 주택의 세금 감면이 축소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러한 근본 처방을 서둘러 시행해 2025년과 2026년의 저항기를 거치고 2027년에 새로운 양도세 제도가 정착되면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정리해 보면 연내에 세금 제도를 개편할 경우 보유세 증가는 총선에, 취득세와 양도세 증가는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다른 셈법
정치 전문가들은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조세저항 없이 내년 지방선거를 치러 승리한 뒤 그 기세를 총선과 대선까지 끌고가려한다고 분석한다. 증세 대신 공급 정책으로 입시늉만 하면서 주택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기만을 바란다는 전략이다. 그래서 정부와 여당이 양도세 감면 축소나 보유세 인상 대책을 발표하지 않거나, 시장의 압력에 떠밀려 발표하더라도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당장 눈앞에 닥친 지방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폭탄을 제거하지 않고 품에 안은 채 가는 형국이다.

반면 조국 위원장은 “지방선거보다 주택시장의 안정이 먼저”라고 말한다.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고가주택의 양도소득세 감면 축소 조치는 물론, 총선에 영향을 미칠 보유세 강화도 주장한다.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고전하더라도 세제 정책을 포함한 강력한 주거안정 대책을 조기에 시행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면 대선 때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조 위원장에게 가장 중요한 선거는 2030년 4월 대선이라는 뜻이다. 조 위원장의 조기 대책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선제적 대응에 실패하고 대선 전에 세금을 한꺼번에 올리다가 조세저항에 밀려 정권을 잃은 뼈아픈 체험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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