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km 거리에 한국인들 갇혀있다”는 데도…캄 한국대사관 “당장 조처 어려워”

김광태 2025. 10. 2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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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8∼9명 갇혔다는 고급 주택
문신 조직원들·버스 등 대형차량
제보자 “대사관측 ‘당장 조처 어렵다’”
현지 헌병은 수고비 요구…“교민들 분통”


26일 오후(현지시간) 한국 청년들이 갇혀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고급 아파트단지에서 문신이 가득한 남성들이 체력 단련을 하고 있다. [프놈펜(캄보디아)=연합뉴스]

한국인들이 갇혀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아지트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불과 3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현지의 제보자가 한국대사관 측에 이를 알렸지만, 대사관측은 “당장 조처하기 어렵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오후 14년 차 교민 A씨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를 가리키며 “바로 저기에 한국 청년들이 갇혀 있다”며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 답답할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특수전사령부 장교 출신인 A씨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갇힌 한국인 10여명을 구조해왔다고 한다.

그는 지난 19일 한 캄보디아인한테서 “젊은 한국인 8∼9명이 아파트와 주택에 감금돼있다”며 “사무실에는 10대 안팎의 컴퓨터가 놓여있는데 하루에 무조건 4∼5명은 폭행당한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 범죄조직은 중국인·한국인 ‘보스’와 중간관리자 등 4명이 이끌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달 초 캄보디아 당국의 단속 강화로 아파트와 주택 등 세 곳으로 찢어져 은신처를 옮겼다는 것이다.

A씨는 “언론에 보도된 대단지들은 폐쇄하고 조직원들이 국경을 넘었으나 아직 많은 소규모 조직이 호화 주택단지에 숨어 감시의 눈이 약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A씨에게 숙소 주소와 방 호수까지 알려주며 “매일 맞으면서 펑펑 우는 청년들이 너무 불쌍해서 한국 경찰들이 꼭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알려줬다고 한다.

제보자가 지목한 아파트단지에는 문신 투성이의 중국인 추정 남성 3명이 ‘메콩강 뷰’ 수영장에서 체력 단련을 하고 있었다. 지난 2019년 중국 자본이 투입돼 지어진 이 아파트는 54층 규모로 방 일부가 관광객을 위한 콘도로 사용된다. 경비원들이 로비를 지키고 있고, 카드키가 없으면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구조다.

제보자가 범죄조직의 은신처로 지목한 숙소 베란다에는 빨랫감이 건조대에 널려있어 누군가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인 피해자 2∼3명과 보스들이 머물고 있다는 이 고급 주택은 한국 대사관에서 3㎞ 떨어져 있고, 단지 안에서도 가장 크고 화려했으며 다른 집들과 달리 외제 차량과 소형 버스가 주차돼 있다.

A씨는 “버스들은 긴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사람들을 운반하려는 용도로, 대형 차량을 준비해놓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A씨가 지난 22일 오전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으나, 대사관의 반응은 뜻밖이었다고 한다.

“신고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당장 조처하기 어렵다”는 대사관 측의 답변에, A씨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한국인이 갇혀있다고 하면 허위제보라고 해도 당장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사관은 피해자가 직접 위치와 연락처, 건물 사진, 여권 사본 등을 첨부해 신고해야 현지 경찰에 출동을 요청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A씨는 현지 헌병대와 직접 접촉해 구출을 시도했다. A씨가 대사관 관계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으나 “대사관이 도울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 신변이 걱정된다” 등의 다소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양국 관계가 악화하며 헌병대마저도 ‘한국 정부가 요청하기 전까지는 움직일 수 없다’며 출동을 고사하고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국정감사에서도 정부 당국자들이 잘못한 게 없고 최선을 다했다는 식으로 일관하며 ‘말장난’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이 모습을 지켜본 교민들 또한 매우 분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몇 명을 추가한들 이렇게 해서는 무엇이 바뀌겠느냐”며 “(범죄조직이) 숨어버리면 더 잡기 힘들 텐데 현지 경찰과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한국대사관은 A씨에게 제보자의 신원과 연락처를 묻는 등 자세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 대사관은 연합뉴스 질의에 “이미 조치 중인 사안이나 상세 내용을 공유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신고 접수 요건에는 맞지 않지만 현지 경찰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태 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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