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진학 디자인] “취업 걱정 끝” 대기업 취업 보장 계약학과

최근 고등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대학 전공 선택 기준이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적성과 흥미가 전공 선택의 핵심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졸업 이후의 취업 가능성이 더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취업을 보장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가 새로운 진학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계약학과는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입학 단계부터 채용을 연계하는 교육모델로, 청년 취업난 시대에 안정적인 미래 직업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로 인식된다. 등록금 전액 지원과 실무 중심 교육 제공 등 실질적인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경쟁률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025학년도 수시모집에서 SK하이닉스 계약학과(고려대·서강대·한양대)는 평균 3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의대보다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입시 트렌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의 첫 직장 취업까지 평균 10개월이 소요되며, 전공과 직무가 일치하는 비율은 40%대에 불과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비정규직에 종사하거나 전공과 무관한 분야로 취업하는 사례가 흔하다.
이런 상황에서 계약학과는 '취업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실질적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계약학과 운영은 단순한 사회 공헌이 아닌 전략적 선택이다. 반도체, 배터리, 미래형 자동차, 에너지 등 국가 경쟁력을 이끄는 핵심 산업의 인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업은 계약학과를 통해 필요한 전문 인력을 조기 확보할 수 있고, 대학과 함께 산업 수요에 맞는 교과과정을 구성함으로써 현장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학생은 조기에 진로를 설계하고 직무 적응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 기업·대학·학생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를 형성한다.
2026학년도 첨단분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13개 대학 18개 학과에서 총 780명을 선발한다. 이 중 613명은 수시, 179명은 정시모집으로 뽑고, 수시모집에서는 491명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520명을 선발하며, 참여 대학은 경북대 모바일공학전공, DGIST 반도체공학과, POSTECH 반도체공학과, KAIST 반도체시스템공학과, UNIST 반도체공학과, GIST 반도체공학과,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가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서강대·한양대 반도체공학과에서 100명을 선발하며, 삼성SDI는 성균관대 배터리공학과 30명, 현대자동차는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50명, LG디스플레이는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30명, LG유플러스는 숭실대 정보보호학과 20명,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가천대 클라우드공학과 30명을 각각 선발한다.
이처럼 채용이 연계된다는 안정성 덕분에 계약학과는 상위권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경북대 모바일공학전공은 2025학년도 수시모집에서 1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수능 최저학력기준(수학 미적분‧기하와 과탐 평균 3등급 이내)을 반영한 실질 경쟁률은 2.2대 1이었다. 합격자 학생부 평균 등급은 2.32등급으로, 이는 의약계열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적이다.
그러나 계약학과의 확산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취업 중심 진학이 강화되면서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특정 산업 분야에 쏠리고 교육의 다양성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또한 기업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은 대학의 학문적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기회가 일부 계층에 편중될 경우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계약학과가 건강한 고등교육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취업 연계라는 실용적 가치뿐 아니라 학생의 진로 선택권과 교육의 공공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제도적 확산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본연의 균형을 지켜 나가는 일이며, 계약학과는 그 방향 속에서 보완·발전될 때 미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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