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는 IPO 시계…눈에 띄는 새내기 주식은?
(시사저널=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긴 추석 연휴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 IPO(기업공개) 시장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IPO 성수기임에도 상장 기업 수는 예년보다 적지만,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알짜 기업'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까닭이다. 증시 대세 테마인 AI(인공지능)와 반도체를 비롯해 우주산업, 콘텐츠, 바이오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투자자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10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돌입하는 기업은 9곳이다. 통상 4분기는 IPO 성수기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포함해 2022년 10월 19곳, 2023년 10월 17곳, 2024년 10월 20곳이 수요예측에 나섰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그 수가 눈에 띄게 적은 편이다.

AI·반도체 기업 등 '주목'
이는 올 하반기부터 바뀐 IPO 제도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새 IPO 제도는 기관의 의무 보유 확약 물량 확대 유도가 핵심이다. 상장 초기 주가 변동성을 완화하고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관의 의무 보유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됐다. 7월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IPO는 기관 배정 물량의 40% 이상을 의무 보유 확약을 한 기관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 만일 기관투자가의 30% 이상이 일정 기간 이상 의무 보유를 확약하지 않으면 상장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를 6개월 동안 보유해야 한다. 기관뿐만 아니라 주관사도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IPO 수가 줄어든 것은 결과적으로 시장이 부진해서가 아니라 제도상 문제라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증시는 코스피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며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짙게 나타났다. 증시가 강세일 경우 증시와 연결된 IPO 시장에도 자연스럽게 온기가 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제도 개선이 이뤄진 이후 나온 IPO 두 건 모두 좋은 성과를 냈다. 개선된 IPO 제도가 처음으로 적용된 빅데이터 분석 AI 기업 에스투더블유는 상장 첫날인 9월19일 공모가 대비 81.4% 오른 2만3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10월1일 상장한 명인제약도 공모가 5만8000원 대비 110.17% 오른 12만1900원으로 상장 첫날 장을 마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증시 화두인 AI와 반도체 업종에서 다수의 기업이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증시 트렌드와 부합한다는 측면에서 시장 관심도는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 기업의 성장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AI 관련 기업인 노타는 10월14일에 기관 수요예측을 시작했다. 2015년 KAIST 학내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노타는 독자 개발한 플랫폼 '넷츠프레소'를 통해 AI 모델 개발·최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모 희망가 범위는 7600~9100원이며 예상 시가총액은 1608억~1926억원이다.
씨엠티엑스는 반도체 관련 기업이다. 2013년 설립된 이 회사는 반도체 식각 공정용 세라믹과 사파이어 부품을 시작으로 실리콘 링과 전극 등 반도체 핵심 소모성 실리콘 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다. 10월1일 증권신고서 기준 희망 공모가 밴드는 5만1000~6만500원으로, 공모 예정 금액은 510억~605억원이다.
초정밀 광학 시스템 기업인 그린광학도 반도체 관련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방산, 우주·항공,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전반에 쓰이는 고성능 광학 소재 및 제품을 공급한다. 이 회사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1만4000~1만6000원으로, 최대 320억원 규모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한다.
대형 IPO 없어…"옥석 가려야" 지적도
'상어가족'(일명 아기상어)으로 알려진 글로벌 캐릭터 IP 회사 더핑크퐁컴퍼니도 나온다. 10월 IPO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기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이 주목된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2000~3만8000원으로 수요예측을 거친 후 공모가를 확정한다. 공모가 밴드에 따른 예상 시가총액은 4592억~5453억원이다.
우주와 관련된 기업이 여럿 나온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9월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2015년 설립된 항공·우주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100kg 이하 초소형 인공위성 제작을 비롯해 부품 개발, 데이터 활용 플랫폼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1만3100~1만6500원이다.
다양한 첨단 산업용 장비와 부품을 제조하는 비츠로넥스텍도 포트폴리오에 우주산업을 포함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발사체의 액체로켓 엔진 부품을 개발하고, 추진 시스템 시험설비를 설계·제작하는 등 우주산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 9월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으며 희망 공모가 밴드는 5900~6900원이다.
이 밖에 전자제품의 복합 신뢰성 환경시험 장비 전문기업 이노테크, 무선통신 솔루션 전문기업 세나테크놀로지, 바이오 연구 장비와 '랩 오토메이션'(실험실 자동화) 제품을 제조하는 큐리오시스 등도 공모 과정을 통해 상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시장에 나오는 IPO가 많지 않고 자금을 흡수하는 대형 IPO가 없다는 점에서 각각의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관세 갈등이 확대됨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옅어지고 있다는 점 등은 시장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로 지목된다.
한 투자 업계 전문가는 "시장의 흐름이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업종 자체보다 기업이 어떤 성장성을 가졌는지가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상장일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 종목일수록 공모가 대비 주가 흐름이 양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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