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가는 TSMC vs 뒤쫓는 삼성전자…2나노 시장 판도 바뀌나
삼성전자,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빅테크 일부는 삼성으로 이전 검토
(시사저널=고명훈 시사저널e. 기자)
삼성전자와 TSMC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2나노 선단공정에서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단 현재 파운드리 우위는 TSMC에 있고, 그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2나노 선단공정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수주 성과를 거두어야만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다.
파운드리 고객사 유치의 핵심 요소로 지목되는 수율(불량률의 반대 개념) 측면에선, 이번에도 TSMC가 우위를 선점한 것으로 파악된다. TSMC는 3나노까지는 그간 고객사들의 신뢰를 쌓아온 핀펫 구조를 유지해 왔지만, 2나노 공정에선 본격 GAAFET 구조를 적용하기로 했다. N2 초기 시험 생산에서 60% 이상의 수율을 달성하며 다시 기술 우위를 선점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 업계에서 추정하는 삼성전자의 현재 2나노 수율은 50% 수준이다. TSMC에는 못 미치지만, 올 초까지 30%대에 머무르던 수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같은 진전에 따라 최근 시스템LSI사업부의 엑시노스 2600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양산을 확정 지으며, 양호한 수준의 수율에 도달했음을 업계에 입증했다.

TSMC 단가 인상 틈새 노리는 삼성전자
앞서 3나노 공정부터 GAA 구조를 먼저 도입한 삼성전자는 SF2에선 MBCFET(멀티 브리지 채널) 구조를 채택했다. 종이처럼 얇고 긴 모양의 나노시트를 여러 장 적층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인 구조로,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TSMC의 2나노 단가 인상의 틈을 노리고 있다. TSMC로부터 빅테크 고객 하나라도 더 빼앗아와야 하는 삼성전자 처지에선 가격을 조금 낮추는 것이 좋은 전략인 셈이다. 삼성전자, TSMC는 각각 2나노 선단공정인 SF2와 N2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구조를 적용하기로 했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4면 게이트가 감싸는 구조다. 3면을 감싸는 기존 핀펫(FinFET) 구조 대비 더 넓은 면적으로 게이트와 채널이 접촉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TSMC의 최근 상반된 실적은 결국 수율에 기인하는데, 2나노 기준 TSMC의 추정 수율은 60~70%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추정 수율 범위인 40~50% 수준을 크게 상회한다"며 "칩이 아닌 웨이퍼 단위로 계약하는 파운드리 특성상 낮은 수율은 고객사 입장에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에,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고객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AP로 2나노의 양산 포문을 연 삼성전자와 달리, TSMC는 인공지능(AI)과 고성능컴퓨팅(HPC) 등 다수 응용처에 동시 진입해 올 하반기 대량 양산 개시를 앞두고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 인텔, AMD 등이 고객사로 꼽힌다. 애플은 차세대 A19 시리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아이패드, 맥북 등에 활용되는 M시리즈 시스템온칩(SoC)을, 엔비디아는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가속기인 루빈 울트라 생산을 TSMC 파운드리에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생산라인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67조원 규모를 투입해 짓고 있는 대만 가오슝 신규 공장을 포함해 현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한 첨단 팹(공장)들을 현지에 구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신규 팹 역시 가동 계획을 기존 2028년에서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TSMC는 미국 공장 건설에 약 234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이를 통해 첨단 공정 칩의 약 30%를 미국에서 생산한단 목표다.
일각에선 최근 TSMC의 2나노 단가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제조사가 삼성전자를 선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2나노 웨이퍼 단가를 장당 3만 달러로 당초 대비 50%가량 상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삼성전자는 장당 2만 달러 수준으로 2나노 웨이퍼 가격을 낮추고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에 퀄컴, 미디어텍 등이 자사 칩 일부를 삼성전자 2나노 파운드리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의 경우 2나노 AP 시제품을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현재 품질 평가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소정 연구원은 "TSMC의 2나노 대비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나노가 약 30% 이상 저렴하기에, 신규 장비 도입과 공정 전환 등을 통해 지속적인 수율 개선이 이뤄진다면 추가적인 고객 유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거래선 다각화 지속해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전년 동기(65%) 대비 6%p 오른 71%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로 전년 동기(10%) 대비 2%p 떨어졌다. 한 해 동안 양사 간 점유율 격차는 8%p 더 벌어졌다.
TSMC는 올 3분기 회계연도 실적에서 매출 331억 달러, 영업이익률(OPM) 50.6%로 톱라인과 바텀라인 모두에서 예상치를 상회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분기 파운드리에서 2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2나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거래선 다변화에 방점을 두고 설계자산(IP), 디자인하우스 등 생태계 강화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5월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IP 파트너사는 53개,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11개, 전자설계자동화(EDA) 파트너 26개 등 파운드리 협력회사가 총 151개에 달한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2나노 시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율 향상이 우선인데, 삼성전자는 자체 칩인 엑시노스 개발을 통해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퀄컴과 같은 AP 응용처 외에도 서버용 AI 반도체 고객인 엔비디아, 메타, 구글 등을 목표로 메모리 설계자산(IP)과 인터페이스 IP 등을 선행 확보해야 한다. IP 기업과의 협업이 중요하고, 디자인하우스 등과의 밀접한 협업도 요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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