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채무비율 52% 시점, 10년 전에는 2040년이었는데 내년이면 도달
10년 전 전망보다 14년 앞당겨져
2050년 전망치도 20년 이상 단축
저출산·저성장에 재정계획 수립 차질
정부가 10년 전 ’2040년에나 도달할 것’으로 내다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52%가 내년이면 현실이 된다. 당초 예상보다 무려 14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또 2050년에 57.1%가 될 것으로 봤던 국가채무 비율은 2029년이면 58%를 넘어설 전망이다. 35년 걸릴 줄 알았던 기간이 14년으로 줄었다.

정부가 5년 주기로 발표하는 ‘장기재정전망’의 오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중장기 재정 계획 수립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기재정전망은 현재 제도와 경제 여건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해 미래 재정 위험을 진단하는 것이다. 5년 주기로 발표되며, 향후 40년 뒤까지 국가채무 비율을 산출한다.
◇10년 전 전망, 절반도 안 돼 현실로
27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장기재정전망이 처음 시작된 2015년(박근혜 정부 때)에는 2040년 국가채무 비율을 52.2%로 내다봤다. 여기서 국가 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빚을 합한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는 51.6%다. 25년 걸릴 것으로 봤던 수치에 불과 11년 만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2015년에 전망했던 2050년 국가채무비율 57.1%도 20년 이상 앞당겨진다. 지난달 발표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2029년에 58%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35년 걸릴 줄 알았던 기간이 14년으로 줄었다.
정부는 10년 전에 2060년(62.4%)은 돼야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을 것으로 봤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2030년쯤 6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60% 초과 시점이 30년가량 앞당겨지는 셈이다.
단 국내총생산(GDP)은 5년마다 개편을 해서 산정 기준이 조금씩 바뀐다. 2015년, 2025년 전망은 다른 기준으로 미래의 GDP를 추정한 것이긴 하지만 격차가 미미해서 두 시기의 국가채무비율을 비교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저출산·저성장에 흔들리는 재정 전망
지난 10년 새 장기재정전망에서 큰 오차가 발생한 주요인으로는 심각해진 저출산·저성장 문제가 꼽힌다. 매년 눈에 띄게 출산율과 성장률이 악화하다 보니 미래의 GDP 규모가 쪼그라들고, 국가채무비율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가데이터처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15년 전망 당시 2040년 총인구는 5109만명이었다. 그런데 올해 전망에서는 5006만명으로 5000만명 선에 턱걸이했다. 100만명 넘게 줄어든 것이다. 합계출산율 전망치는 더 심각하다. 2015년에는 2040년 합계출산율을 1.42명으로 봤지만, 올해 전망에서는 1.05명으로 떨어졌다. 0.37명이나 줄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앞으로 더 가파른 속도로 악화할 전망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5년 20.3%인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65년에는 46.6%로 급증한다. 반면 일할 수 있는 나이인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3591만명에서 1864만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경제성장률 전망도 크게 악화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10년 전에는 2031~2040년 연평균 성장률을 1.9%로 봤다. 하지만 올해는 같은 시기 연평균 성장률을 1.3%로 제시했다. 2041~2050년 연평균 성장률도 10년 전 1.4%에서 올해 0.7%로 떨어졌다. 10년 전 전망의 반 토막이 된 것이다.
성장은 정체되고 인구는 줄어드는 가운데 표를 노린 선심성 현금 지급 정책과 복지 지출, 교통·편의시설 등 각종 사회 인프라 투자로 재정 투입이 빠르게 늘어난 것도 국가채무비율 전망을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줬다. 지난 10년 사이(2015~2025년)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우리 정부의 총지출은 387조원에서 705조원으로 83%가량 급증했다.
◇“장기재정전망, 제 기능 못 해” 우려
장기재정전망은 매년 발표되는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비교하면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각 부처의 예산 요구와 세입·세출 추계를 직접 반영해 매년 갱신되는 실제 집행 계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망 오차가 이 정도로 크게 벌어지는 것은 중장기 경제 정책이나 미래 위기 대응 계획을 수립하는 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 경제의 체력 약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면서 장기재정전망 자체가 정책 지침으로서의 의미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대 김대종 교수는 “장기재정 전망이 워낙 긴 기간을 다루다 보니 어느 정도 오차는 불가피하지만, 이번처럼 10년 전 전망이 절반도 안 돼 현실화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한국 경제가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구조적 위기에 빠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추세라면 장기재정 전망을 기반으로 한 중장기 재정 계획이나 국가 채무 관리 전략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저출산과 저성장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영석 의원은 “60년 이상 전망하는 장기재정전망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기재정전망은 미래의 재정 위험 정도를 파악하고, 현재 대책을 강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제2차 베이비붐(1964년에서 1974년 사이에 태어난 954만명의 인구 집단) 세대가 왕성히 경제활동을 해서 국가 재정을 떠받치고 있는 지금이 장기 국가 재정의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청래 “내란 청산 10년 걸릴 수도... 국힘, 지선 후보 내지 말아야”
- 대한항공, 챔프 2차전도 잡았다! 현대캐피탈 꺾고 통합우승까지 단 1승
- [오늘의 운세] 4월 5일 일요일 (음력 2월 18일 己酉)
- 한때 ‘브로맨스’로 불렸는데…파국으로 치닫는 트럼프·마크롱
- “누군가 날 사냥하는 것 같았다” 과거 격추된 美조종사 생존기
- ‘이승우 원더골’ 전북, 100번째 ‘현대家 더비’에서 울산HD 2대0 완파
- 안미현 “검사가 눈앞 범죄 수사 못하고, 112신고해야 할 판”
- 대한노인회 “출퇴근시간 무임승차 제한 우려”…靑 “계획 없어”
- 이란 공격에 실종된 태국 선원 3명…선내서 유해 발견
- “비웃는 것 같아” 젓가락 공격한 중국인… 피해자 실명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