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심장,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다”…강원·충북·제주 흉부외과 전공의 ‘0명’

이혜영 기자 2025. 10. 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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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연중기획│지방소멸에 산소호흡기를⑫]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 전국적으로 68명에 불과…그나마도 80%는 수도권에 몰려
비수도권에서 1~4년 차 전공의 모두 확보한 수련병원 ‘0곳’…“중증·응급 치료의 지역 붕괴 현실로”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대한민국이 저성장·저출생의 늪에 빠졌습니다. 인구 소멸은 곧 지방소멸을 뜻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날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도, 주거도, 육아도 힘든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청년이 떠나고 노인만 남는 현실이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소멸과 집중의 속도를 늦추고 균형을 회복하는 일은 지금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을 약속한 이재명 정부의 시급한 시험대이기도 합니다. 시사저널은 2025년 말까지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의 현장, 쟁점, 대안을 심층 추적하는 연중기획을 준비했습니다. 특히 각 지역 독자 여러분의 생생한 제보를 바탕으로 삶의 현장을 밀착 취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 의료 현장에 뜬 '코드블루' 비상령이 해제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꺼냈던 '의과대학 2000명 증원' 정책은 역설적으로 '수도권 외 지역 필수의료'의 붕괴를 앞당겼다. 심장혈관흉부외과를 택했던 전공의(인턴·레지던트) 10명 중 4명은 '복귀'가 아닌 '수련 포기'를 결정했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응급 상황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정부가 신속히 '국가적 재건 계획'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공의 집단 사직이 본격화 된 2024년 3월15일 대구 지역의 대학병원 복도 한 편에 의사 가운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흉부외과 의사 소멸, 지방부터 덮쳤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 중인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는 68명에 불과하다. 1년 차 20명, 2년 차 22명, 3년 차 12명, 4년 차 14명의 전공의가 생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과 고군분투 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이후 촉발된 의·정 갈등 이전엔 전국적으로 107명의 수련의가 있었지만, 의료 현장을 떠났던 흉부외과 전공의 중 36.4%는 끝내 복귀하지 않았다. 심장과 폐, 식도, 대동맥부터 말초혈관까지 질환과 외과적 치료 및 수술을 담당하는 최전선에 선 의사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 현황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공의 68명 중 54명은 서울(42명)과 경기·인천(12명)에 쏠려있다. 전체의 79.4%가 수도권에 소재한 병원 소속이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공의는 대구·경북 3명, 부산·울산·경남(부·울·경) 3명, 대전·충남 6명, 광주·전남 1명, 전북 1명에 그쳤다.

서울 및 경기 지역을 제외한 전통적 수련권으로 꼽히던 대구·경북과 부·울·경, 광주·전남 지역은 전공의 인력 70%가량이 유출됐다. '전공의 절벽' 사태를 마주한 강원과 충북, 제주 지역은 이번에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흉부외과 전공의가 '0명'이다. 이들 지역은 흉부외과를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공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는데 의·정 갈등 여파로 그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현재 비수도권에서 1~4년 차 전공의를 모두 확보한 수련병원은 전무하다. 권역별 대표 수련병원들마저 수련 체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구조적 붕괴'에 직면한 상태다. 나머지 지역과 수도권마저도 '전공의 0명'이라는 재난적 수치를 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심장 수술을 시행하는 전국의 89개 병원 가운데 전공의가 단 1명이라도 있는 곳은 의·정 갈등 이전 28곳에서 현재 21곳으로 줄어들었다. 상급종합병원 중 심장혈관흉부외과 전공의가 있는 병원은 전체(47곳)의 44.7%에 불과하며, 분원을 포함한 국립대학병원 17곳 중 흉부외과 인턴과 레지던트가 수련하고 있는 곳은 단 9곳이다.

의료계는 전공의들의 수도권 쏠림이 가속화되면서 인력 순환 '사다리'가 단절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역 병원에서 전공의 수련→대형병원에서 전임의 수련→지역 병원 복귀' 흐름으로 이어지던 수련 및 의사 인력 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흉부외과학회는 "흉부외과 전공의 급감과 수도권으로의 인력 집중 현상은 지역 수련과 재생산 기능의 소멸 단계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현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는 책임·거점 의료기관 지정이나 일반적 필수의료 대책만으로는 효과가 미미하다. 심혈관·폐암 등 중증·응급 치료의 지역 붕괴와 구조적 변동은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신규 의사보다 은퇴자가 더 많아…"특단의 대책 있어야"

'전공의 공백'이 불러올 여파와 여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전공의가 없다는 것은 전문의 역시 배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피과'와 동일어가 된 필수의료 분야와 수도권 외 지방의 '의사 소멸'도 특단의 대책 없이는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의료계는 판단하고 있다. 극소수 전공의만 남아 의국을 떠받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전문의 역시 배출될 수 없다.

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2024년부터 은퇴 전문의 규모가 신규 전문의보다 많아지면서 '유출>유입' 구조가 고착화됐다. 강창현 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은 "수년간 학회가 (흉부외과 인력) 재건에 매달린 끝에 2023년, 20년 만에 전공의 지원자가 40명대로 회복되며 반등을 기대했지만 의·정 갈등으로 필수의료 기피가 심화되면서 지역 전공의 이탈·미복귀로 지역 수련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국가적 특단의 대책 없이는 재도약이 불가능하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의·정 갈등 이전에는 2028년까지 은퇴 전문의와 신규 전문의 간극이 10~20명 범위로 예측됐지만, 전공의 이탈과 이로 인한 전문의 배출 규모 축소로 인해 30~40명 수준으로 확대됐다. 2025년도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 수는 단 6명에 불과하다. 1970년대 이후 한 자릿수 흉부외과 전문의가 배출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22년을 기점으로 1400명대를 유지하게 된 전체 흉부외과 전문의 규모도 신규 전문의 감소와 은퇴자 증가로 인해 급속도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씨가 마른 전공의에 매년 30명 이상의 전문의마저 사라지고 있는 현장을 매일 목도하고 있는 흉부외과 소속 교수들과 전문의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버텨왔지만, 언제 이 끈을 놓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흉부외과 전공의는 "떠나는 동료를 잡을 수도, 후배들에게 '우리 과로 오라'고 권유할 수도 없다"며 "그나마 생명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버티던 의사들마저 적폐로 몰면서 가까스로 유지되던 수련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아응급센터에서 10년간 의료 현장을 지켰던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바이탈과 기피와 미복귀, 재이탈로 지역 흉부외과 수련 체계는 완전히 붕괴됐다"며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의학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연차당 적어도 1명씩은 있어야 최소한의 수련이 가능한데 모든 연차가 단 1명이라도 남아있는 수련병원은 수도권 일부 대형병원뿐이며 전국 지방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는 지역 환자의 사망, 합병증 증가에 직접적이고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한민국의 심장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개탄하며 '파괴'가 아닌 '재건'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해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사상 첫 발령된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와 이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를 10월20일부로 해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지역·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정책 방향과 구상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며 시급한 '국가적 재건 플랜'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필수·공공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 힘쓰겠다며 "현재 지역·필수의료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인 의료 체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도 지속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10월18일 부산대 대학본부 로비에서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과 교수들이 피켓 시위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쏠림 현상에 '지방 병원'끼리 인력 확보 경쟁

비수도권 지역·필수 의료 붕괴 위기는 2025년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됐다.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는 인턴과 레지던트 총 7984명이 선발됐다. 전체 전공의 규모는 1만305명으로 2024년 3월 대비 76.2%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지방에 있는 수련병원, 그중에서도 필수과 기피 현상은 두드러졌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모집인원 210명 가운데 46명을 선발하는 데 그쳤고 수도권 42명(선발비율 32.8%), 비수도권은 4명(4.9%)에 머물렀다. 외과와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도 지원자가 턱없이 부족했다. 지역 국립대병원도 마찬가지였다.

10월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17개 국립대학교 병원을 대표해 나온 양동헌 경북대병원장은 "지역 의대생과 교수들이 모두 수도권으로 유출돼 사람 뽑기가 어렵다"며 "수도권과 지역 의대생 비율은 1대2지만, 수련 환경이나 정주 여건 문제 등으로 졸업 후 전공의 모집률이 지역은 수도권보다 10∼20% 떨어지고, 소아·산부인과 등은 30∼40%까지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수련하는 젊은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이탈하면서 교수 인력 역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등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인력 유치를 위해 '지방 병원'과 '지방 병원'이 경쟁하는 구도가 전개되고 있다고 양 원장은 짚었다. 그는 "의대생 비율에 맞춰 (수련병원에) 전공의를 배정하고, 시범사업 단계인 공공임상교수제 등을 개선하는 한편 임상교수 지원·파견 사업을 연계하자"고 제언했다.

10월23일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부산대병원과 경상국립대병원이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단 한 명도 충원하지 못한 과가 속출한 점이 도마에 올랐다.  정성운 부산대병원 원장은 이에 대해 "젊은 의사들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선 수당 체계와 근무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며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성기 경상대병원 원장도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의·정 갈등 이후 더 심화했다. 게다가 피부·미용은 (의료 행위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비교적 적어 필수의료를 할 이유가 사라졌다"며 "지역의 경우 인프라 구축이 부족해 수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에 근무하는 전공의에 대한 전폭적인 재정 지원과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병원의 전공의 부족 문제는 전문의 부족과 교수진 이탈로도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 한 해에만 경상국립대병원은 20명, 부산대병원은 25명의 교수가 사직했다. 지방 병원이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어서 자구책 마련에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 원장은 "마취과의 경우 교수진이 최선을 다해 마취했지만, 절대적인 (수술 투입 가능 의사) 수가 모자라 환자가 대기해야 했다"며 "의료 수입은 오르지 않았고, 입원도 못 시키는 문제가 발생했다. 전공의 복귀 이후 수입이 호전되고 있으나 그간의 적자 폭이 워낙 커 이를 메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병원의 시설과 장비 재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과 지방의료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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