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기후위기 속 초단기 수치예보모델

지난 7월 17일과 18일, 충남 서산과 광주광역시에는 하루에 438.5mm, 426.4mm라는 관측 사상 가장 많은 일강수량이 기록됐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극한 기상은 더 이상 예외적 상황이 아닌 일상이 되어가고 있으며,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10-20분의 예보 시차는 인명과 재산 피해 규모를 크게 좌우한다. 이에 기상청의 초단기 수치예보모델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핵심 도구로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기상청의 초단기예보는 앞으로 6시간까지의 기상변화를 예측한다. 이 시간대는 대기의 물리 과정이 빠르고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수치모델과 관측자료의 시·공간 해상도 한계가 동시에 나타나는 까다로운 영역이다. 우리나라 집중호우의 상당수는 중규모 기상현상에서 발생하는데, 대체로 국지성 호우나 뇌우의 형태로 나타나며 예측하기 쉽지 않다. 뜨거운 지표면에서 상승한 공기가 수증기를 만나 구름으로 발달하고 비가 내리는 과정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때 초기 조건의 작은 차이도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고, 같은 지역에서도 짧은 시간에 날씨가 급변할 수 있다. 한여름 오후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를 떠올려 보면, 1-2시간 정도 지속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멈추곤 했던 기억이 날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중규모 기상현상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도 여전히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중규모 기상현상을 정확히 예측하려면 정밀한 수치모델이 필수적이다. 수 킬로미터 이하 격자의 고해상도 모델을 통해, 개별 구름 세포나 강수띠의 구조를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또한 대류, 구름미세물리, 대기경계층 과정 등 핵심적인 대기 물리 과정을 정교하게 구현하고, 구름 내 강수 입자의 성장과 상승·하강기류의 변화까지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실시간 관측자료를 모델의 초기 조건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하는 최신의 자료 동화 기법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상청은 슈퍼컴퓨터의 성능 향상과 연계하여 이러한 고해상도 초단기 수치예보모델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편, 좋은 엔진이라도 연료의 품질이 좋고 공급이 원활해야 제 성능을 발휘하듯, 수치예보모델도 정확하고 촘촘한 관측자료가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자료가 부족하거나 품질이 떨어지면, 아무리 뛰어난 슈퍼컴퓨터라도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촘촘하고 신속하게 다양한 관측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초단기 수치예보모델의 성능을 좌우하는 또 다른 핵심 요인이다.
이에 기상청은 다양한 방식으로 관측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라디오존데를 통해 약 20~30km 상공까지의 기온, 습도, 기압, 풍향, 풍속을 측정하여 연직으로 대기 정보를 수집 중이며, 항공기를 통한 상층 관측, 정지궤도 위성의 고해상도 영상, 레이더를 활용한 강수와 구름 구조 관측 등도 초단기 예측 성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면 레이더, 위성, 지상, 고층 등 다양한 관측자료를 융합, 분석하여 단시간 내 변화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 전통적인 수치모델이 놓치기 쉬운 미세한 대기 흐름을 감지하고, 강수 시작 시점이나 강도 변화를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특히 AI 기반의 패턴 인식 기술은 중규모 기상현상의 예측 정확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교한 수치예보모델, 촘촘한 관측자료와 더불어 필요한 것은 국가 간의 경계를 넘는 협력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전지구통합관측시스템(WIGOS)을 통해 각국의 지상, 위성, 해양 자료를 연결하고, 핵심 자료를 무료·무제한 공유하는 데이터 정책을 시행 중이다. 또한 세계대기감시기구(GAW), 전지구기후감시시스템(GCOS) 체계를 강화하고, AI 기반 위성 예보, 위성항법시스템(GNSS) 수증기 분석, 초소형 위성들을 활용한 실시간 관측 등 신기술들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기상청도 이러한 국제협력을 통해 수치예보모델의 기술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정확한 기상 예보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 경쟁력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항이다. 이를 위해 기상청은 첨단 기상 관측장비를 도입하고, 기상레이더와 기상위성을 통해 구름을 정밀하게 관측하며, 고해상도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등 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더 정밀한 수치예보모델, 더 촘촘한 관측망, 더 활발한 국제협력이 조화를 이룰 때, 초단기 수치 예측의 정확도는 한층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초단기 수치예보모델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기상재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될 것이며, 나아가 재난 대응 체계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서 기후변화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변화하는 기후에 맞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기상청의 노력과, 그 중심에서 큰 역할을 할 초단기 수치예보모델의 활약을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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