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힘으론 역부족”…드론·로봇, 해양쓰레기 줍는다
강·바다 쓰레기 해방일지 ‘줍줍줍’ 〈5 〉 첨단수거
전남도, ‘AI 기반 해양쓰레기 예측’
충남·해양환경공단 수거로봇 활용
네덜란드 등 해외 첨단기술 실전화

전남일보와 전남대학교 무인도서연구센터가 지난 7월 17일,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도 일대에서 진행한 해양쓰레기 실태 모니터링 현장은 해양쓰레기 수거 한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날 대광해수욕장 모래밭에는 두 손으로 움켜쥐기도 벅찰 만큼 두꺼운 로프가 절반 이상 모래에 묻혀 있었고, 이를 꺼내기 위해 결국 사륜 오토바이를 이용해 끌어내야 했다.
이번 조사는 해수욕장, 갯바위, 절벽, 테트라포드 등 다양한 해안지형에서 해양쓰레기의 분포와 형태를 관찰한 결과, "인력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결론을 남겼다.
무게가 수십~수백㎏에 달하는 로프와 폐그물은 성인 여러 명이 달라붙어도 쉽게 움직이지 않았고, 가볍지만 성인 크기만한 스티로폼 부표 등은 절벽과 방파제 구간에 쌓여 있어 접근조차 어려웠다.
해양쓰레기의 유형과 위치는 지형에 따라 달랐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손으로 줍는' 방식만으로는 바다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의 판단이다.
연안 지형의 벽과 인력의 한계
본보가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에 의뢰한 '강·바다 쓰레기 해방일지-줍줍줍'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연안의 해양쓰레기 수거 현장은 여전히 지형적·인력적 제약이 뚜렷하다는 판단이다.
갯바위나 절벽, 테트라포드 구간은 선박이 접근하기 어렵고, 인력이 직접 들어갈 경우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 무인도서는 쓰레기 발생량조차 파악이 쉽지 않아 장기간 방치되기 일쑤고, 소규모 유인도서는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정기 수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연안 마을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쓰레기 수거의 '기본 인프라'인 사람 자체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해안 환경정화 인력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접근이 까다로운 지형에서는 안전 문제로 작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잦다.
국가 통계로만 보더라도 현실은 냉정하다. 해마다 10만톤이 넘는 해양쓰레기를 건져 올리지만, 연간 발생량은 14만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수거량이 증가해도 바다와 연안에는 해양쓰레가 넘쳐난다.

전남도 올해 AI·드론활용 본격화
전남도는 올해 완도·신안 일대에 드론 스테이션을 구축해 계절별 쓰레기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있다.
조류와 풍향 데이터를 분석해 쓰레기가 어느 해역으로 몰리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 수거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사업'에 선정된 전남도의 핵심 모델로, 드론이 해안 상공을 순찰하며 촬영한 영상을 AI가 분석해 쓰레기 밀집 구간을 자동 표시한다.
전남도 토지관리과는 이를 'AI 기반 해양쓰레기 예측지도'로 발전시켜 연안 우심지역의 유입경로를 계절별로 시각화할 계획이다.
또한 드론 스테이션에는 고정형 자율발진 시스템이 설치돼, 기상 변화나 조류 이상 발생 시 즉시 드론이 자동 출동하도록 구성됐다.
이를 통해 "쓰레기가 몰리기 전에 움직이는 사전 대응 체계"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육상에선 이미 스마트시티가 일상화됐지만, 바다에서는 이제 막 디지털 전환이 시작됐다"며 "AI와 공간정보를 결합한 스마트 해양관리로 '쓰레기 제로(Zero Marine Waste) 해안'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곳곳 AI·로봇 활용기술 도입
국내에서는 해양쓰레기 수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AI·드론·자율운항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부터 드론과 AI를 결합한 '부유쓰레기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해안가를 순찰하는 드론 영상에서 AI가 쓰레기 종류와 위치를 자동 인식하고, 이를 GIS(지리정보시스템) 기반으로 지도화해 수거선을 투입한다. 단순한 육안 탐색보다 탐지 정확도가 70% 이상 향상됐다.
해양환경공단은 테트라포드나 갯바위 등 접근이 어려운 해안 구간에 원격조종 수상로봇을 투입해 부유쓰레기를 흡입·수거하는 실증을 진행 중이다. 이 장비는 수심 1m 이하의 얕은 구역에서도 운용 가능해 '사각지대 해역'을 중심으로 투입된다.
충남도에서는 소형 쌍동선형 수거로봇이 시험 도입돼 항·포구 등 좁은 수로의 부유쓰레기를 자율 운항으로 회수하고 있다. 이 로봇은 하루 8시간 운항 시 기존 인력 3~4명이 수행하던 작업량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선상에서 쓰레기를 압축·탈수하는 '원스톱 처리선박' 시범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수거 즉시 부피를 줄여 한 번의 항차로 더 많은 양을 운반할 수 있어, 해상운항비 절감과 육상처리 부담 완화 효과가 기대된다.

해외에선 수거 자동화·지능화 가시화
해외에서는 이미 해양쓰레기 수거의 자동화·지능화가 가시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네덜란드의 '더 오션 클린업(The Ocean Cleanup)'은 길이 800m의 거대한 U자형 부유장비를 태평양 해류에 띄워 쓰레기를 자동 포집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해류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으는 방식으로, 2025년까지 연간 10만톤 이상 수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 해양청은 '클리오(Clio)'라는 자율운항 수상로봇을 상시 투입해 항만 내 부유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로봇은 AI 영상 분석으로 쓰레기와 해양생물을 구별하며, 자율 주행 중 충돌 방지 시스템도 탑재돼 있다.
일본은 연안 해변을 중심으로 AI 감시 드론을 운영한다. AI가 촬영 영상을 분석해 플라스틱병, 폐어구, 스티로폼 등을 자동 분류하고, 자율형 소형 수거로봇과 연동해 현장 투입을 자동화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위성데이터와 해류 모델링을 결합해 해양쓰레기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 '해양 쓰레기 조기경보 시스템(Marine Debris Tracker)'을 구축했다. 시민이 스마트폰 앱으로 신고한 쓰레기 정보까지 실시간 반영해, 정부와 NGO가 함께 대응한다.
이처럼 해외 사례들은 단순한 '수거장비 개발'을 넘어, AI-데이터-로봇이 연계된 통합 관리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바다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읽고, 쓰레기가 쌓이기 전에 미리 대응하는 '예측형 관리'가 중심이 된 것이다.
"스마트 수거로 쓰레기 없는 바다 실현"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는 이번 '줍줍줍' 프로젝트를 통해 △지형별 쓰레기 축적 특성 DB 구축 △드론 기반 자동탐지 시스템 실증 △수거로봇 적용 가능성 검토 △도서지역 수거 사각지대 도면화 등 4대 핵심성과를 도출했다.
센터는 내년부터 완도·신안을 중심으로 'AI·드론 활용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능형 수거장비 실험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수거로봇, 자율운항선, 드론을 연계한 복합형 시스템을 개발해 실제 섬과 연안에 투입하는 단계적 실증도 검토 중이다.
센터 관계자는 "고령화로 인한 인력 한계를 기술이 메워야 할 시점"이라며 "AI와 드론, 로봇이 결합된 스마트 수거 체계를 구축해 '사람이 들어가지 않아도 쓰레기가 사라지는 바다'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쓰레기 수거뿐 아니라 발생 예측, 자원화까지 연계되는 '전남형 해양환경 통합관리 모델'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해양정화의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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