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법개혁안 법조계에 물었더니

김수혁 기자 2025. 10. 27.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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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하는 사법개혁안 발표를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전체 법관 증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월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개혁의 칼날이 사법부를 향하고 있다. 3월7일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과 5월1일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상고심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 등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사법개혁’ 논의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10월20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른바 ‘6대 사법개혁 의제’를 발표했다. 기존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마련한 5개 의제인 대법관 증원,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변경, 법관평가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에 ‘재판소원 제도 도입’이 하나 더 추가됐다. 정 대표는 “재판 소원은 원래 사개특위에서 논의를 하려고 했는데 논의를 하다가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라면서 “당 지도부의 안으로 입법 발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사법개혁안에 대해 “사법부 장악을 위한 입법 시도를 병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치적 공방이 뜨거운 와중에, 사법개혁안을 바라보는 법조계의 반응을 들어봤다.

다섯 개 개혁안 가운데 가장 뜨거운 쟁점은 대법관 증원이다. 9월12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는 “최고법원 구성과 법관 인사 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 요소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므로 개선 논의에 있어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증원을 실현하려면 서울 서초구에 청사를 통째로 신축하기 위해 1조4695억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반대 표명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현재 총 14명인 대법관 수를 앞으로 3년간 1년에 4명씩 증원해 2028년까지 26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해진다. 현행대로라면 3개 소부를 추가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개혁안이 이대로 실현될 경우 2007년 대법관 수를 14인으로 개정한 이래 첫 정원 개편이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변동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대법관 증원을 내세우는 주된 근거는 상고심 병목 현상으로 인한 재판 지연 해소다. 현재 대법원에는 연간 약 4만 건 안팎의 본안사건이 접수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 2025년’에 따르면, 2024년에는 대법관 가운데 일반적으로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뺀 대법관 12명이 1인당 평균 4579.3건의 사건을 처리했다.

법조계에서 대법관 증원은 새삼스러운 주제가 아니다. 2018년 대한변호사협회가 회원 의견수렴을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78%가 대법관 증원에 찬성했다. 가장 많은 찬성 사유는 ‘대법원 재판 심리 충실화’였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대법관 증원은 이번 사법개혁을 계기로 나온 문제가 아니다. 대법관 증원 필요는 기존 변호사 업계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논의가 됐던 것이다. 헌법재판관은 헌법에 정원을 정해놨지만 대법원은 아니다. 애초에 증원될 가능성을 입법적으로 열어놓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관된 목소리 ‘하급심 강화해야’

제도적 차원의 쟁점 가운데 하나는 전원합의체 운영 방식의 문제다. 2028년까지 증원을 마쳐 총 25명의 대법관(사법 행정을 전담하는 법원행정처장 제외)이 모여서 전원합의체를 구성할 경우 현행보다 합의를 도출하기가 더 어려울 뿐 아니라 재판 지연 해소라는 개혁안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법원개혁소위원장 여연심 변호사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모여서 논의하기가 어려워서 대법관을 늘리지 말자는 것은 본말전도 같다. 열 몇 명이 해야 하는 거라면 두 개의 중합의체로 나눌 수도 있다. 현재도 법원조직법에는 ‘대법관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라고만 되어 있다. 이처럼 최소 기준만 법에서 설정을 하고 전원합의체 구성이나 소부 운영은 법원에 맡기자는 의견도 있다”라고 말했다.

대법관 구성에 이재명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입김이 지나치게 작용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관 구성은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의 추천을 받아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하면 국회 동를 거쳐 대통령이 신임 대법관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개혁안대로라면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동안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차진아 헌법학 교수는 “전원합의체 문제보다도 ‘사법부 코드 인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다. (정치적인 맥락을 배제하고) 제도 자체만 본다는 게 난센스다. 시급히 국회 동의 정족수를 재적 과반이 아니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8월27일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백혜련 위원장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대로 대법관 임명에서 대법원장의 영향을 줄이는 것이 먼저라는 주장도 있다. 노희범 변호사는 “위계질서가 분명한 행정부와 달리 법원이 합의체를 구성하도록 한 취지는 법관들의 동등성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는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통해 실질적으로 대법관들을 종속시킨다는 것이다. 여당의 사법개혁안에 부정적인 차진아 교수 또한 장기적으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폐지돼야 한다고 봤다. 

민주당은 현행 후추위 구성에서 대법원장 영향하에 있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추가하기로 했다. 기존 후추위 구성의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은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추천하는 법관 2명’으로 바꾸고 그중 한 명은 여성으로 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방변호사회 회장 과반수가 추천하는 변호사 1명을 추가한다. 결과적으로 후추위 위원은 현행 10명에서 12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법조계의 목소리가 비교적 일관되게 수렴되는 지점도 있다. 대법관 증원이 이뤄지더라도 하급심 강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변협 제2정책이사를 맡고 있는 김주현 변호사는 “큰 틀에서 증원 현실화에 동의하지만 민주당 안이 최적화되어 있는지를 평가하기는 시기상조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이를 보조할 재판연구관 충원이 필요할 거고, 이에 따라 하급심 법관이 좀 빠지게 될 거다. 여기에 맞춰서 예산 등 후속 법안이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판사 전체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 비교를 했을 때 국민 1인당 판사 수가 적은 나라다. 이는 OECD 하위권의 사법 신뢰도라는 결과로도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2023년 OECD 조사에서 한국의 법원과 사법시스템 신뢰도는 조사 대상 20개국 중 15위로 나타났다. 인력 부족에 따른 하급심에서의 심리 부실 및 지연이 사법 불신과 높은 상고율로 인한 대법원에서의 병목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재판소원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찬반이 갈린다. 재판소원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사실상의 4심제가 되어 위헌이라는 지적과 더불어 현재의 상고 단계 병목 현상이 헌재에서 재연될 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역시 서강대학교 특강 자리에서 “신속한 재판을 위해 대법관을 늘리자면서 4심제로 가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선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독일에서와 같이 헌법적 중요성에 기초한 기준을 세워두고 사전심사제도를 통해 사건을 걸러내면 된다는 반론도 있다. 노희범 변호사는 “입법이든 행정이든 사법이든 헌법에 위반되는 공권력 행위는 모두 심사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설치의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김주현 변호사는 “느껴지는 바닥 민심은 어떤 식으로든 바꿔보자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어떤 개혁이든 부작용은 있겠지만 지금 제도의 부작용이 그보다 더 나쁜 것 같다는 분위기이니 재판소원 등 대안적 방법론이 힘을 얻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수혁 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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