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신뢰 회복인가, 재판 독립 침해인가··· 법사위 향한 질문들

김영화 기자 2025. 10. 27.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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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왔으며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10월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렇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법사위원은 조 대법원장의 침묵을 두고 "사법부 독립이라는 가치를 자신을 보호하는 방패로 쓰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상고심 파기환송 판결로) 사실상의 '정치 행위'를 해놓고 사법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라고 비판했다.

"기록이 6만~7만 쪽에 달하는데 졸속 재판이 아니었는지, 사실상 대법원이 (유죄 취지) 결론을 정해두고 기다린 것이 아닌지 합리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윤석열 내란 재판도 대법원에 올라갈 텐데 그때도 (조 대법원장이)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특정인을 향한 전무후무한 재판들이 나왔고 사법 신뢰는 흔들린 게 맞다. 다만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농단 사건처럼 재판에 대한 외부적인 개입 혹은 거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법부가 납득할 수 없는 재판을 내놨을 때 어떻게 책임을 지울 것인가'를 물어야 하는데, 이때 '재판 독립'이라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인데 민주당이 이 딜레마를 너무 숙고 없이 건드린다." 사법개혁 논의가 민주당과 대법원의 힘겨루기 차원으로 비화되면서 사법부 내부 성찰이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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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대선 개입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국정감사를 개최했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납득할 수 없는 재판’에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10월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조 대법원장은 여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다가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하자 회의실을 빠져나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시사IN 조남진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왔으며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10월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반년 만에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이다. 사법부를 둘러싼 “작금의 여러 상황”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언급했으나 증인 출석 요구는 거부했다.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고 진행 중인 재판을 위축시킬 수 있다”라는 이유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대법원장 이석을 불허하자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감금’이라며 반발했다.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은 90분 동안 침묵했다.

전례없는 장면의 연속이다. 대법원장을 청문회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른 것에 이어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까지 진행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법사위원은 조 대법원장의 침묵을 두고 “사법부 독립이라는 가치를 자신을 보호하는 방패로 쓰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상고심 파기환송 판결로) 사실상의 ‘정치 행위’를 해놓고 사법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라고 비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는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인가,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길인가? 5월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은 대선을 33일 앞두고 나왔다.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민감한 시기에 대법원은 이례적인 속도를 냈다.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9일 만의 결론으로, 당시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 2명(이흥구·오경미)이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의 성숙 기간을 거치지 않은 결론”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관상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문제지만 결론에서도 당사자들과 국민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 5명(서경환·신숙희·박영재·이숙연·마용주)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보충 의견을 냈다.

10월13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장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오른쪽) 이 관례대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이석시켜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대선후보 자격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판결을 민주당은 ‘사법부의 대선 개입’으로 규정했다. 이른바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을 제기하며 사법부를 정조준했다. “한덕수 내란 승계 프로젝트 전모(전현희 수석 최고위원)”를 밝히겠다는 것이다. 재판에 대한 보복성 공격은 아닐까? 법사위 소속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재판 내용이 아니라 절차적 잘못을 묻는 것”이라고 답했다. “기록이 6만~7만 쪽에 달하는데 졸속 재판이 아니었는지, 사실상 대법원이 (유죄 취지) 결론을 정해두고 기다린 것이 아닌지 합리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윤석열 내란 재판도 대법원에 올라갈 텐데 그때도 (조 대법원장이)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조 대법원장은 10월13일 국정감사장에 나와 “언급된 사람들과 일절 사적인 만남을 가진 사실이 없다”라고 밝히면서도,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라며 구체적인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대법원이 88쪽 분량의 ‘대법원 현안 관련 긴급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선거범죄 사건은 필연적으로 정치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심리 관여 대법관들의 치열한 검토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보이므로 정치적 의혹보다는 법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판단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

삼권분립 위반? “아직 선은 안 넘어”

대법원이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보면 최근 5년간 대법원 접수 후 판결까지 ‘35일 미만’이 걸린 형사사건 1882건 중 파기환송된 것은 이 대통령 사건 한 건이었다. 대법원의 이런 이례적 결정은 정치 편향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법원개혁소위원장 여연심 변호사는 “(대법원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하지만 노동 사건은 6~7년 동안 판결을 기다리는 경우가 즐비하다. 그와 비교하면 사법부가 정치적 판결을 내린 셈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3월에는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을 내리며 구속기간 만료일을 ‘일’이 아닌 ‘시간’으로 따져야 한다는 논리를 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법부 불신을 법원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지귀연·조희대 의혹을 겨냥하며 사법개혁의 동력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지귀연 재판부를 겨냥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가능성을 띄우는가 하면, 당내 사법개혁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대법관 증원을 포함한 사법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의 대법원 장악’이라고 비판한다.

사법개혁 논의에 사법부가 얼마나 참여할지도 관건이다. 전현희 수석 최고위원은 “검찰개혁처럼 사법개혁의 주체도 국민”이라고 답했다. “재판 공정성에 의심을 갖게 하는 사례들로 사법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개혁의 객체가 되는 사법부의 주장도 당연히 귀를 기울이겠지만 가장 우선되는 건 국민의 뜻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을 촉구하며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한 지방법원 판사는 현재 사법개혁 논의에 딜레마가 있다고 짚는다. “특정인을 향한 전무후무한 재판들이 나왔고 사법 신뢰는 흔들린 게 맞다. 다만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농단 사건처럼 재판에 대한 외부적인 개입 혹은 거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법부가 납득할 수 없는 재판을 내놨을 때 어떻게 책임을 지울 것인가’를 물어야 하는데, 이때 ‘재판 독립’이라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인데 민주당이 이 딜레마를 너무 숙고 없이 건드린다.” 사법개혁 논의가 민주당과 대법원의 힘겨루기 차원으로 비화되면서 사법부 내부 성찰이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법원으로서는 사법개혁 자체를 거부할 명분을 갖게 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일부 판사들 사이에서는 사법 독립의 수호 성인이 되어가고 있다.”

언뜻 현 정국은 정치와 사법의 충돌처럼 보인다. 입법부는 사법부가 정치에 개입했다고 공세하는 반면 사법부는 입법부가 재판 독립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연심 변호사는 삼권분립 위반 여부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은 있지만 아직 선은 넘지 않았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국회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임기를 단축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나선다면 진짜 선을 넘는 일이 된다. 재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람을 끌어내리는 건 민주공화국의 원리를 벗어난다.”

민주당 법사위에서도 대법원장 탄핵까지는 언급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민주당 안팎에서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다. 법사위원인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조요토미 히데요시’ 합성 사진을 꺼내들어 논란이 일었고, 조국 조국혁신당 비대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조인 출신 한 초선 의원은 “발언이 그렇게 격앙되는 것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압박 여론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는데 그걸 너무 지나치게 활용하면서 개혁의 지분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추석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교적 높았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여론이 연휴를 지나며 사뭇 달라졌다. 10월1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따르면 ‘대법원장에 대한 여권의 공세는 사법권 독립에 대한 침해이므로 부당하다’는 의견이 43.2%로 ‘대법원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정당하다’는 의견 41.1%보다 앞섰다. KSOI는 “현재와 같은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서는 부정 여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으므로 여당 입장에서는 과도하게 감정적이거나 불필요한 논란보다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3대 개혁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 국정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조용한 개혁’을 당부했다. 우 수석은 10월6일 KBS 라디오에서 “정의롭다고 해서 늘 지혜로운 것은 아니다. 비정상적인 사법부 행위에 대해 진상이 드러나야 하지만, 복수하고 보복하듯이 보이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또 이 대통령이 ‘당이 왜 저런 결정을 내렸나’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고도 답했다. 당정 간의 온도차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검찰개혁과 다른 점

이 같은 ‘자제’ 요구가 나왔음에도 법사위 강공 모드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자제론에 대해 앞서의 법사위원은 “지지율이 하락한다고 하면 하락이 조금 덜 되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 연구를 해야겠지만, 이 개혁을 안 할 수는 없다. 할 일은 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법사위원은 당정 갈등이 아니라 ‘업무 분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민생, 민주당은 개혁 담당이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부터 ‘내란’ 관련 워딩이 공식 발언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가 ‘내란’을 얘기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대통령실 스탠스를 따라갈 수는 없지 않겠나.”

6월4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연설을 마치고 조희대 대법원장(맨 오른쪽)과 인사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일각에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 눈에 띄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청래 대표는 9월 시도당 위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취임한 이래로 자신의 모든 행보가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이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산토끼를 잡으려다 선거에서 투표소에 나와 찍어줄 집토끼를 놓쳐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나오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한다거나, 당·정·대 간 이견이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진화에 나섰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당정 갈등이 없으면 더 문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세가 8월 하순부터 이어지고 있는데 당의 기조에 변화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문제가 일단 불거지면 봉합이 되든지 권력투쟁이 되든지 할 텐데 그게 안 생긴다. 정청래 대표가 개혁의 페달을 안 밟으면 자전거가 쓰러진다고 했는데 이 자전거가 어디로 가는지 불투명해 보인다.” 당내 온건파 사이에선, 중도층을 외면한 전략으로는 서울시장 탈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에 대한 분위기가 다르다고 짚는다. “검찰개혁은 (민주당이 오랫동안 끌고 온 사안인 만큼) 좀 더 대중적 지지를 받는 반면 사법개혁은 주로 법조계에서 관심이 높아서”다. “지금 벌어지는 사법개혁 논의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안인지 고민이 된다. (중도층을 설득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속도전보다는 차분한 논의의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10월16일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대법원 3차 국감을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판사가 판결문으로 말하듯, 정치인은 표로 승부를 보게 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청래 체제 민주당의 성패가 사법개혁의 방향 설정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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