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더니]짐차로만 쓰란 법 없지...2000만원대 '다재다능' 한 그 차[CarTalk]
내 마음대로 바꾸는 차
승객용·화물용 모델 출시
탁 트인 시야에 운전 편해
많은 적재량에 승차감도 좋아
화물차로만 활용은 아까워
장거리·험로 주행시 피로도 줄여줘
패밀리카 손색없는 승객용 '패신저'
중국 CATL 배터리 탑재
보조금 등 반영 땐 2000만원대 가능

첫 만남은 2월 스페인에서 열린 '기아 EV 데이'였다. 당시 PV5는 글로벌 미디어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기자 역시 이날 동시에 첫선을 보인 EV4·EV2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PV5 주변을 기웃거렸다. 차 주인 마음대로 차의 목적과 공간을 바꾸고 활용할 수 있다는 유연함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동안 자동차 회사가 정하고 만든 의도와 모양에 맞춰 차를 선택하고 사용해 왔다. 내돈내산(내 돈 내고 내가 산다)임에도 불구하고. 이 차의 광고 콘셉트도 '하나의 공간, 무한대의 라이프'다.
'운전하기 편하네' 생각이 절로

첫 만남 이후 반년 만에 직접 몰아볼 기회를 얻었다. 기아 브랜드 최초의 전기 목적기반차량(PBV) PV5 시승은 8월 중순 경기 고양시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왕복 약 90㎞ 구간에서 이뤄졌다. 기아는 한국 시장에 승객용인 '패신저(5인승·2-3-0)'와 화물용 '카고(롱)'를 우선 선보였다. 갈 때는 패신저를 돌아올 땐 카고 모델을 탔다. 박스형 디자인은 간결했지만 마치 미래에서 온 차 같은 묘한 느낌을 줬다. 도로에서 좀처럼 보지 못했던 디자인이다. 뚝 떨어지는 단정한 디자인은 투박하기보다 강인해 보였다.
운전석에 앉으면 넓은 측면 유리창에 놀라게 된다. 시트 포지션 자체도 높다 보니 바닥에 있는 옆 차선까지 다 보일 정도다. 사이드 댛미러도 널찍하다. 좁은 골목길이나 차들이 많은 도로 위에서 이리저리 목을 빼며 운전할 일이 없다. 그야말로 시야가 탁 트였다. 운전하기 편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패신저는 가족과의 캠핑을 비롯해 레저를 즐기기 좋다. 긴 휠베이스(2,995㎜) 덕에 넉넉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운전석은 물론, 뒷좌석도 머리 위·무릎 공간이 여유롭다. 2열엔 리클라이닝 기능이 적용돼 있어 장거리 여행에도 피로도가 덜할 것 같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1,330리터(ℓ)에서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2,310ℓ까지 확장된다. 2열의 경우 땅에서 차량 문 계단까지 높이를 뜻하는 스텝고(399㎜)가 낮은 게 특징이다. 어린이 등 모든 연령대가 편안하게 타고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모델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협업을 통해 택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부드러운 주행 질감 선사

카고는 운전석 바로 뒤부터 화물 공간을 제공한다. 운전석 뒤가 바로 벽이다. 그래도 룸미러도 없다. 차량 전장이 4,695㎜인데, 화물 공간이 최대 2,255㎜에 이른다. 말 그대로 '짐차'로 활용도가 높다. 택배차 등 소상공인의 발 역할로 안성맞춤이다. 그렇다고 짐차로만 쓰란 법은 없다. 카고룸은 그야말로 널찍한 '공간'이다. 대형 모니터와 책상, 의자를 두면 나만의 업무용 공간이 되는 셈이다. 천장에 발광다이오드(LED) 룸램프도 달려 조명 걱정도 없다.
특히 이 차를 짐차로만 활용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주행 안정감 때문일 것이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 능력과 정숙함을 두루 갖춘 동시에 부드러운 주행 질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보통 화물차는 승차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장거리나 험로 주행이 많은 특성상 운행 피로도를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한데 이 역할을 해낸다. 가속 페달은 매끄럽고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도 충격을 분산해 줘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2000만 원 대 구입 가능할 듯

큼직한 내비게이션 도움도 많이 받았다. PV5에는 16대 9 비율의 12.9인치 대형 화면 중앙 디스플레이가 들어 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각종 주행 보조 장치가 기본 사양으로 적용돼 주행을 돕는다. 기본기가 튼튼하다.
주행 가능 거리가 다소 짧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 듯하다. 패신저는 358㎞, 카고 377㎞다. 중국 닝더스다이(CATL)의 삼원계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품었다. 배터리 80%까지 30분 안에 충전이 가능하다.
가격은 패신저 4,709만~5,000만 원, 카고 4,200만~4,470만 원이다. 전기차 세제 혜택,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반영하면 지역에 따라 패신저는 3,000만 원 중후반, 카고는 2,000만 원 중후반부터 살 수 있다. 가성비란 단어가 어울리는 차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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