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에 썩고 곰팡이 핀 ‘논콩’…중만생종 ‘선풍’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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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투리를 까보면 콩알의 반은 썩어 있거나 곰팡이가 펴 있습니다. 콩농사 25년 만에 이런 수확철은 처음입니다."
인근에서 논콩을 6만6100㎡(2만평) 규모로 재배하는 이준근씨(52)는 "비 때문에 콩이 썩고 자주무늬병도 퍼져 제값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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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내린 비에 수확시기 지연
습해 강한 품종도 ‘자주무늬병’
비정상품 분류돼 제값 못받아
정부, 피해 조사 후 지원책 마련
농가 “재해보험에서 보장해야”

“꼬투리를 까보면 콩알의 반은 썩어 있거나 곰팡이가 펴 있습니다. 콩농사 25년 만에 이런 수확철은 처음입니다.”
22일 오후 경북 상주시 함창읍의 한 논콩 재배지.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모처럼 비가 오지 않아 작업자가 콤바인을 몰고 조심스럽게 재배지로 들어섰다. 그러나 수확 작업에 돌입한 지 10분 만에 부슬비가 내렸다. 작업자는 한숨을 내쉬면서 콤바인을 멈춰 세웠다.
이날은 나누리영농조합법인의 2025년산 콩 첫 수확일이다. 논콩을 전체 460㏊ 규모로 재배하는 나누리영농조합의 조희제 이사는 “3∼19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30㎜씩 비가 내렸다”면서 “조생종 콩은 원래 10월초 수확했어야 했는데 보름 이상 늦어졌다”고 속상해했다.

현장에 심은 조생종 콩은 ‘선유2호’다. 이는 정부에서 습해에 강한 신품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올 ‘가을장마’엔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콩 꼬투리 3개를 뜯어 보니 전체 10알 가운데 4알은 자줏빛으로 얼룩덜룩했다. 하얀 곰팡이가 핀 콩알과 검게 썩은 콩알도 1알씩 보였다.
자줏빛이 도는 콩은 곰팡이병의 하나인 ‘자주무늬병’에 걸린 것이다. 시장에선 비정상품으로 분류돼 정상품 대비 3분의 1도 안되는 헐값에 팔린다. 인근에서 논콩을 6만6100㎡(2만평) 규모로 재배하는 이준근씨(52)는 “비 때문에 콩이 썩고 자주무늬병도 퍼져 제값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한탄했다. 고개를 돌려 논 바닥을 내려다보니 콩알에서 수발아한 초록색 떡잎이 계절을 무색하게 했다.
중만생종 ‘선풍’도 긴 가을비의 직격탄을 피하기는 역부족이었다. 11만2400㎡(3만4000평) 규모로 논콩을 재배하는 박대훈씨(69)는 “중만생종에도 자주무늬병이 퍼지는데, 수확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농약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체감상 중만생종도 절반가량 건지면 다행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상주 함창농협(조합장 김용구)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상품 콩 수매단가는 1㎏당 1600∼1800원에 그쳤다. 정상품(4600∼4800원)에 견줘 3분의 1 수준이다. 김희겸 함창농협 과장은 “일부 조생종 콩농가는 콤바인 작업 대행비도 건지기 힘들 것이란 생각에 수확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농가들은 10월 가을비에 따른 콩 생육이 농업재해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주시가 21일 경북도·농림축산식품부에 등숙기 잦은 호우로 인한 ‘두류’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복구비를 지원해줄 것을 건의한 배경이다. 상주시는 비 피해를 본 콩을 정부가 수매해줄 것도 요청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상주뿐 아니라 충북·전북에서도 피해가 보고되고 있어 정확한 조사 후 농약대와 대파대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업재해로 인정하겠다는 얘기다. 상주시 관계자는 “이상기상으로 농가가 감당하기 힘든 피해를 본 만큼 지원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비정상품 콩을 농작물재해보험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고, 보상금 산정 때 등급간 가격 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 이사는 “콩농가들의 재해보험 가입률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비정상품 비율이 높아진 현실을 반영한 보상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H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은 콩에 대해선 병해충에 따른 피해는 보장하지 않는다. 또한 콩 농작물재해보험은 약관에 따라 자연재해·조수해·화재로 평년보다 수확량이 감소했을 때 이를 보상하는데, 수확량 계산 시 수확물의 등급·품질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 중량을 기준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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